대만 지방선거 후보자들 “중공에 항복하지 않겠다” 서약 요구 받아

최창근
2022년 09월 19일 오후 3:58 업데이트: 2022년 09월 19일 오후 3:58

2022년 11월, 예정된 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은 일종의 ‘사상 검증’을 요구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불항복서약서(不投降承諾書)’ 서명 요구이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만에서는 4년마다 지방선거가 열린다. 선거 한 번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주민대표 등 9종의 공직자를 선출한다는 의미에서 ‘구합일(九合一)선거’로 불린다.

선거에서 선출하는 지방 공직자는 22개 행정원직할시·현·시(현급 시) 등 광역자치단체장(長), 직할시·현·시 의원 등 광역의회 의원, 향(鄕)·진(鎭)·시(市)의 장 등 기초자치단체장, 향·진·시 의원(혹은 주민대표) 등 기초의회 의원, 이장·촌장·원주민구 구장 등 기초 주민대표를 망라한다. 행정원 직할시나 현급 시에 설치된 구장(區長·구청장)은 ‘임명직’이지만, 한국의 읍·면·동장에 해당하는 이장·촌장·원주민구 구장은 ‘선출직’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11월 26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는 1만 9000 여 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쳤다. 관건인 수도 타이베이(臺北)행정원직할시 시장 선거에는 이른바 ‘T 방역’ 지휘관으로 유명세를 얻은 천스중(陳時中) 전 위생복리부 부장과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증손자 장완안(蔣萬安)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의 ‘빅 매치’가 성사됐다. 장완안은 장제스의 장남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서자(庶子)인 장샤오옌(蔣孝嚴) 전 행정원 부원장의 장남이다.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이 고조된 가운데 대만 유권자들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불항복서약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전후하여 중국의 군사 위협이 최고조에 달하자 대만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정치 운동이다.

이 운동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거나 중국과의 통일을 원치 않는 유권자 단체들과 대만학생연합회(臺灣學生聯合會)가 주도하고 있다. 서약서의 공식 명칭은 ‘대만을 지키고 절대로 항복하지 않겠다는 서약서(捍衛臺灣絶不投降承諾書)’로서 다음 내용을 담고 있다.

불항복서약서(不投降承諾書) 양식. | 臺灣獨立建國聯盟.

“나(성명란)는 2022년 지방선거 (직위란)에 출마하면서, 대만이 중국과 그 맹방으로부터 받는 무력과 안전의 위협에 직면하여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온 힘을 다하여 대만 인민의 저항 의지를 강화하고, 대만 각지에 민방위 체계를 완벽하게 하는 데 적극 협력할 것을 서약한다. 최고의 경각심으로 외부 적대세력의 침투를 막고, 말이나 행동, 혹은 기타 방식으로 중국에 항복하거나 저항을 포기하고 적과의 평화회담을 하자고 고취·선전·유세 혹은 지지하는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군사적 방법으로 대만을 침략·위협하고, 대만과 중국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본인은 죽음으로 대만의 안전을 보위하고 침략에 반격하며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불항복서약서’ 운동 주도자 중 한 사람인 천난톈(陳南天) 대만독립건국연맹 주석은 9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국에 남아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러한 그의 결심이 전체 국민의 사기를 드높여 우크라이나에 괴뢰정권을 세우겠다는 푸틴의 음모를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대만이 마주한 것은 러시아보다 더 사악하고 더 강하며 더 큰 야심으로 가득한 시진핑 정권이다.”라며 “대만의 이장과 촌장에서부터 대도시 시장에 이르기까지 공직에 출마한 후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용감하게 떨쳐 일어나 ‘죽음으로써 대만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