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기업, 美 블랙리스트 오른 中 기업에 반도체 공급 중단

류지윤
2021년 04월 16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1년 04월 16일 오전 11:50

미국 정부가 중국의 슈퍼컴퓨터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에 등록한 가운데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도 해당 기업에 대한 반도체 수출 중단에 돌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정보통신(IT)기업 톈진페이텅(天津飛騰)의 신규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

TSMC는 톈진페이텅이 미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등록되기 전 수주한 물량까지만 생산, 인도하고 거래를 끊을 예정이라고 내부 소식통은 전했다.

SCMP는 익명의 TSMC 고위 임원을 인용해 “TSMC가 이번 결정에 대한 논평은 거부했지만, 회사가 수출규제를 포함해 모든 법규를 준수할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미 상무부는 “미국의 국가안보 또는 미국의 대외 정책 이익을 해친다”며 톈진페이텅을 포함한 중국 슈퍼컴퓨터 관련 회사와 연구기관 7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기업과 거래를 금지시켰다.

상무부는 이들 7개사가 전부 중공군과 협력해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포함해 중공의 군사력 증강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반도체 원천기술과 생산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기업과 거래를 위해서 중국기업과 관계를 끊어야 할 상황이다.

톈진페이텅은 슈퍼컴퓨터와 개인용 컴퓨터 장비에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의 중추 역할을 하는 회사다. 핵심 반도체 부품 등을 대만의 여러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톈진페이텅의 반도체는 대만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설계의 마지막 단계는 대만의 알칩(Alchip) 테크놀로지가 담당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난 13일 알칩이 톈진페이텅에 반도체 설계 서비스와 지식재산권을 제공했으며, 톈진페이텅이 반도체 생산을 TSMC에 아웃소싱하는 것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칩의 조니 션(沈祥霖) 대표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톈진페이텅은)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오른 첫 거래처”라며 “톈진페이텅과의 모든 사업은 전부 보류됐다”고 말했다.

알칩은 톈진페이텅 측으로부터 ‘반도체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미 산업안전국에 수출승인을 요청해 거래를 다시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승인이 언제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국제결제은행 등에 따르면 미국기술이 25% 이상 들어간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 산업안전국으로부터 수출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기술이 25% 미만으로 들어간 제품도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하면서 미국기술이 25%로 미만으로 들어간 제품도 수출승인을 받도록 해 사실상, TSMC와 삼성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전혀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화웨이는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가 계속 확대되면서 첨단 반도체가 들어간 사업 부문을 정리해야 할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만 정부도 자국 기업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대만의 경제부 장관 왕메이화(王美花)는 지난 14일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규제에 부합하도록 수출에 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 장관 역시 “대만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반도체 공급업체를 감시하겠다”며 “대만의 중국 반도체 공급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