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 참모총장, 中 드론 대응 ‘반공표어’ 노출 제안

강우찬
2022년 09월 5일 오전 9:50 업데이트: 2022년 09월 5일 오전 10:42

경제적·효율적 대응 필요성 강조하며 언급
“대만, 비대칭 전력으로 맞설 방안 강구해야”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심리전을 펼치는 가운데, 대만 측이 ‘기발한’ 대책을 내놨다.

리시밍(李喜明) 전 대만 참모총장은 드론이 촬영하는 영상이나 사진에 ‘반공(反共) 표어’가 찍히면,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대한 심리전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드론이 진먼(金門)섬에 출몰하며 교란작전을 펼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대만 국방부는 첫 실탄 방어사격으로 대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중국 온라인에는 중국과 가깝지만, 대만의 관할지역인 진먼섬의 한 부속 섬에는 중국의 드론이 접근해 경계하던 대만군 초병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 확산했다.

이 영상에서는 대만군 초병이 해당 드론을 발견하고는 이를 쫓기 위해 돌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됐고, 대만 네티즌들은 왜 실탄 사격으로 격추하지 않았느냐고 대만 국방부에 따졌다.

대만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절차에 따라 대응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 떠돌면서 친공산당 성향 네티즌의 비웃음거리가 되자 대만 언론이 떠들썩해졌다.

이후 대만 국방부는 중국 드론의 교란에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대만은 지난달 30일 첫 실탄 사격으로 대응했고 이달 1일에는 처음으로 중국 드론을 격추했다.

또한 2일 대만군은 전파 교란을 일으켜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재밍건(Jamming Gun)’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경계작전을 펴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현역 군 장교들을 대신해 언론에서 대만군의 상황에 관해 자주 논평하고 있는 리 전 참모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리 전 참모총장은 “드론 교란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자 심리전”이라며 “물론 격추할 수 있지만 격추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론이 출몰하는 구역에 ‘중국이 자유롭고 평등하기를 바란다’, ‘일당독재 1인 집권은 없어져야 한다’, ‘중국은 스스로 변화해 전체주의 국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등의 반공표어를 노출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민간 드론으로 교란하는 이들에게 대만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이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더라도 중국 공산당 당국 스스로 검열하거나 확산을 자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리 전 참모총장은 “드론을 이용한 심리전은 일종의 회색지대전략(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라며 군사적 대응에 얽매일 필요가 없이 다양한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러한 내용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리시밍 전 대만군 참모총장. 2022.9.2 | 중앙사

그는 또한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 격차를 솔직히 인정하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리 전 참모총장은 “중국은 대만의 20배에 달하는 군사자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대칭 전력을 이뤄 방위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만은 과거 이런 교란에 너무 많이 주의력을 빼앗겨 대칭전력을 이루려다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며 ‘비대칭 전력’에 힘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국방예산은 전함·전차·전투기 등 재래식 전력 구축에 많이 쓰였다”며 “앞으로는 원가가 낮고 기동성·분산력·정확성·치명성 등 더 세밀한 것까지 고려해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참모총장은 군사적 위협을 평가해, 한정된 자원을 경제적 방식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사일 2천 발을 발사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전력에 결정적 타격을 주지 못한 사례를 들어 “전장에서, 병력상에서, 작전상에서, 화력상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너무 맹신하지 말고 전방위적,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침공할 경우 대만에 승산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기 조달만으로는 대만 방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는 중국이 선뜻 공격하지 못하게 할 준비가 돼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외교행보를 통해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이 싸움은 손쉽게 이길 수 없고 싸워서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그들이 계속 그런 생각을 갖도록 우리가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승산”이라고 말했다.

리 전 참모총장은 재임 중 대만군의 ‘전체방위구상(ODC)’에서 비대칭 작전 개념을 추진했으나, 재래식 전력 강화를 추진하는 국방부에 의해 뒤집힌 적이 있다.

그는 중화민국 해군 2급상장(대장) 출신으로 참모총장, 국방부 부부장, 해군사령관을 거쳐 현재 국방안전연구원 전략자문위원 및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편, 대만군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5일부터 나흘간 남부 핑둥현에서 장갑차와 전투 헬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실탄사격 훈련인 ‘롄융훈련’을 실시한다. 이 훈련은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연례훈련인 한광훈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 이 기사는 쑨옌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