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민방위동원서 출범… ‘딸기군’ 오명 씻을까

최창근
2022년 01월 3일 오후 4:30 업데이트: 2022년 01월 3일 오후 4:30

국방부 산하 차관급 조직 전민방위동원서 출범
예비군 동원, 훈련 실질화 목표
‘딸기군’이라 조롱받은 대만군 전력 향상 될까?
여론조사에서는 대만인 72.5%가 중국 침공시 참전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 위협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새로운 민방위 조직이 출범했다. 1월 1일, 공식 출범한 행정원 국방부 산하 차관급 조직인 전민방위동원서(全民防衛動員署)이다.

12월 30일, 타이베이 시내 모 부대에서 개최된 현판식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국가 안보는 모든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예비군 동원 일원화 ▲상비군과 예비군 일체화 ▲범정부적 차원의 협력 등 3대 목표를 달성하여 전 국민 차원의 국토 방위 의지를 모든 대만인에게 보여주자”고 말했다.

전민방위동원서 출범은 2021년 5월, 입법원(국회 해당)에서 ‘국방부 전민방위동원서 조직법(國防部全民防衛動員署組織法)’이 통과하며 구체화됐다. 법에 따라 국방부는 군사 동원을 주재하고 행정원과  그 소속 기관, 행정원직할시·현·시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전민 방위 동원 사항을 전방위로 협조하게 됐다. 조직 면에서는 기존 국방부 전민방위동원실, 참모본부(參謀本部·합참 해당) 산하 작전계획실, 후비지휘부(後備指揮部) 등 3개 조직이 합병돼 전민방위동원서로 거듭났다.

초대 전민방위서 서장에는 바이제룽(白捷隆) 예비역 육군 중장(中將·2성 장군)이 임명됐다. 바이제룽은 육군사령부 참모장, 육군 6군단 부지휘관, 국방부 자원규획사(資源規劃司) 사장을 역임했다.

바이제룽 서장은 “2022년 2월부터 예비군 교육소집 훈련이 5~7일에서 14일로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1분기에 북부, 중부, 남부의 2개 부대의 검증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미국과의 예비군 업무 관련 교류를 통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국방부는 동원 예비군 훈련 대상자의 소집 연령을 현행 전역 후 8년 차에서 15년 차로 늘려 예비군 병력을 종전 12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늘리고, 예비군 여단도 7개에서 12개로 늘릴 계획이다.

대만 정부가 동원예비군 훈련 기간을 연장하고 그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을 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맞서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자유시보 등 현지 매체들은 해석하기도 한다. 차이잉원 총통은 2020년 5월, 2기 정부 취임식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전시 동원예비군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딸기군(草莓軍)’이라 평가받는 대만 군 수준이다. ‘딸기 세대’는 1981년 이후 출생한 청년층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딸기가 겉보기에는 예쁘고 싱싱해 보이지만 약한 속성을 지닌 것을 빗대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상처받는’ 젊은 세대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닮긴 표현이다. 딸기군도 여기서 유래했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당나라 군대’라는 의미이다.

2018년 말부터 징병제와 모병제를 병행 시행하면서 대만군 전체 병력은 상비군 18만 4000명 선으로 대폭 감소했다. 상비군은 감축됐는데 질마저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군을 집중 조명한 해설 기사에서 “오랜 기간 지속된 평화와 경제적 번영 속에서 누적돼 온 대만군의 기강 해이,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4개월 의무 군 복무를 마친 한 20대 남성의 말을 인용하여 “4개월 군 훈련 중 잡초를 뽑고, 타이어를 옮기고, 낙엽 쓸었다”면서 “사격술 외의 교육은 대부분 무의미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대만군을 ‘딸기군’이라 부르며 군이 정말 중국군을 막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감찰원 등 감사 기관이나 대만 국방부 내부 문건에도 “일부 예비군이 그저 ‘시간만 보내자’ 하는 태도를 보인다” “끝없는 비리와 부실 관리로 청년의 입대 의지가 꺾였다”라고 대만 군 내부 문제를 적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가 나온 뒤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뉴스위크’ 인터뷰를 통해 “외신 보도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중국의 위협, 군 내부 문제 속에서 대만도 국방력 증대에 힘쓰고 있다. 대만 정부는 2021년 9월, 중국의 상륙작전을 저지할 미사일과 해군 함정 및 기타 무기 시스템 개편에 87억 달러(약 10조원)의 특별 예산을 편성했다. 2022년 국방 예산을 4% 인상하여 총 151억 달러(약 17조6000억원)로 책정했다. 신설 전민방위동원서도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출범했다.

한편 양안 긴장 속에서 대만인 72.5%가 중국의 무력 침공에 맞서 대만을 위해 싸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2월 30일, 연합보 등 대만 매체들은 대만민주기금회(臺灣民主基金會)가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의뢰하여 대만 성인 1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참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18.6%, 무응답은 9%를 각각 차지했다. 조사에서는 남성의 참전 의사(77.7%)가 여성의 참전 의사(67.5%)보다 10.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78.9%), 30대(80%), 40대(77.8%), 50대(75.7%), 60대 이상(60%) 순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중국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는 딸기군이라 불리는 대만군 현실과 상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