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첩 당국 “공자학원, 美서 명칭 바꿔 ‘부활’…中 침투 수법 진화”

정향매
2023년 01월 16일 오후 7:42 업데이트: 2023년 01월 17일 오전 11:04

‘대만판 FBI’ 법무부조사국 “공자학원, 美서 명칭 바꿔 ‘부활”
“바이든 정부 규제 완화 탓”
“中 침투 수법 진화…조만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할 것” 

중국이 중국어 및 중국 문화 교육 기관 명목으로 전 세계에 설립한 공자학원(孔子學院)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대만해협을 중간에 두고서 중국의 직접 침투·공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도 예외는 아니다. 대만 정부는 공자학원의 전 세계 확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류(淸流)’ 잡지에  ‘공자학원은 어떻게 미국에서 ‘부활’했나?’ 제목의 분석 글이 게재됐다. 보고서 글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잡지를 발간하는 곳이 대만  법무부조사국(法務部調查局, MJBI)이기 때문이다. ‘법조국’이라 약칭하는 이 부처는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업무를 수행하는 특수수사 및 방첩기구이다. 

보고서는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전성기 때 118곳 설치돼 있었지만 지난 2020년 8월 미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해외 임무 기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함에 따라 미국 내 공자학원 수는 18개로 급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에서 완전히 퇴출할 것 같았던 공자학원이 최근 각종 수단으로 곳곳에서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변화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큰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2월,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FBI는 중국 당국이 공자학원을 통해 펼치고 있는 스파이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같은 해 8월 미국 의회는 2019 회계연도의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켜 “공자학원을 유치한 미국 대학이 국방부 어학 프로그램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했다. 

2020년 8월 미국 국무부는 공자학원을 중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해외 임무 기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했다. 한 달 뒤인 9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연말까지 공자학원을 미국 전역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국토안전부 행정명령을 통해 공자학원을 유치한 미국 대학이 해외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의 출처를 공개하도록 했다. 자금 출처를 공개하지 않는 대학은 연방정부 보조금이 중단된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해당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동시에 국방부가 공자학원을 유치한 대학에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한 규정도 철회하고 공자학원이 설치된 대학에 면책특권도 부여했다. 

이에 대하여 법무부조사국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규제 완화 정책은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다시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만 법무부조사국 청사 | 대만 법무부조사국 홈페이지

보고서는 “지난 2020년 미국 정부가 공자학원에 제재를 가하자 중국 당국은 공자학원 조직 개편과 자금 출처를 조절하는 동시에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공자학원을 선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공자학원 경영 관련 조직도이다. 조직도에 의하면, 중국 당국은 지난 2020년 6월 공자학원의 운영 주체를 ‘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국가 한판)’에서 신설 비영리 기구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로 바꿨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국가 한판은 여전히 해외에서 중국어를 보급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공자학원 업무는 주관하지 않는다.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가 비정부기구라는 명분으로 공자학원을 선전하는 업무를 이어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의 홈페이지에 의하면 해당 기금회(재단법인)는 중국 공산당 산하 ‘민주정책부’가 등록한 자선단체다. 단체에 참여한 27개 기구 가운데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은 국립 대학 13곳과 국가급 박물관 2곳이다. 나머지 몇몇 회사와 기금회도 국가 자본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의 실상은 비정부기구와 자선 기금회의 명목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구인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조직개편 외에도 중국 당국은 각종 침투 수단으로 미국에서 공자학원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공자학원은 최선을 다해 예전처럼 운영하고 이미 폐쇄된 곳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환생’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연구센터’ 등으로 명칭은 바꾸지만 사무실과 직원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미국 학교 측이 이런 방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공자학원을 학교 측에 양도해 학교 산하 기구로 편입시킨다. 중국 측이 운영 자금과 인사 관련 업무를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교육 인력을 제공하고 교과 과정에만 관여한다. 마지막으로, 퇴출된 공자학원을 위해 ‘새 주인’을 찾는 방법도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기타 학술기구나 개인 교육기관으로 공자학원을 이전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0년 전까지) 중국 공산당은 공자학원을 대학에 설치하고 산하 공자학당을 고등학교에 설치하는 방안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중국 측은 공자학원을 일시적으로 고등학교로 옮긴 후 대학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이를 종합하면 중국 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때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공자학원과 같은 소프트파워 정책 도구를 사용하는 데 점점 능숙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서방 국가가 중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공자학원 설치 계기가 됐고 서방 국가가 중국 공산당 체제(전체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공자학원에 침투 및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줬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영국,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국가에서도 공자학원을 줄줄이 퇴출시키고 있으나 2020년 이후 한국을 비롯한 지부티, 도미니트, 네팔 등의 국가에서는 공자학원이 신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공산당의 조용한 침투는 계속 이어질 것이며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각종 방법을 향후 세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