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미국과 5G 안보 공동선언…중국 뺀 ‘글로벌 공급망’ 참여 활개

류지윤
2020년 08월 31일 오후 2:10 업데이트: 2020년 08월 31일 오후 3:03

미국이 대만과 5G 안보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대만은 미 국무부가 구상한 ‘클린 네트워크’에 참가한다고 26일 밝혔다.

클린 네트워크는 화웨이, 텐센트, 틱톡 등 ‘중국 요소’를 배제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미 국무부가 중국 공산당(중공)의 안보 침해로부터 자유로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제안했다.

이번 미국-대만간 5G 안보 공동선언은 대만의 5G 안보 기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턴슨 사무처장은 “통신업체가 중공 같은 권위적인 정부의 지시를 따른다면 신뢰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21세기의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대만은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자산의 안보가 곧 국가의 안보”라며 “대만은 4G망 구축 때부터 안심할 수 없는 통신장비를 모두 배제했고 지난해 5월 세계 30여 개국과 EU가 제안한 ‘프라하 안’에 따라 안전한 5G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5G 안보 공동선언문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소프트·하드웨어 공급업체를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자유, 공정한 경쟁, 투명성 그리고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5G 네트워크가 악의적으로 파괴되거나 조종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 사회와 경제의 발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5G 생태계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요건으로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을 것, 자금과 소유권의 투명한 공개, 지식재산권 존중 등을 제시했다.

양국은 이번 공동선언과 함께 ‘글로벌 협력과 대응훈련을 위한 프레임워크’(GCTF)를 구축하고 적절한 5G 표준 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최적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글로벌 공급망 재구성…대만과 협력

앞서 지난 25일 윌리엄 AIT 사무처장은 대만에 관한 한 국제투자 포럼(MAPECT 2020)에 참석해 “신뢰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롭고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대만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염병(코로나19) 사태는 단일 국가나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의 위험성을 보여줬으며, 의료용품·의약품 제조업 등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임을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기업이 중국 혹은 단일 국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재검토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의약품 수급 문제를 겪으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윌리엄 AIT 사무처장은 “그 일환으로 대만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8월까지 미국과 대만이 의논한 의제이자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미국 내 최종 소비자와의 접근성 향상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개입 차단 △대만·일본·EU 등 이념적으로 가까운 국가와 가치, 환경·노동규제 등을 공유하는 새로운 공급망 개발 등을 제시했다.

대만은 이번 공동선언을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호재로 판단하고 있다.

대만기업들은 중공의 개혁개방 이후 지난 30년 이상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진출과 구축을 지원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대만기업들도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 자국과 인도 태평양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 5월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며 120억 달러(약 14조 7천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만 현지 매체들은 “글로벌 하이테크 무역과 미국의 과학기술 공급망의 중심이 인도 태평양과 대만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