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주의자, ‘국가분열’ 혐의로 중국에서 체포 후 기소

최창근
2023년 04월 25일 오후 8:02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38

중국 사법 당국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대만인을 ‘반국가분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베이징일보(北京日報)’, 신화사 등 중국 매체들은 저장(浙江)성 윈저우(溫州)국가안전국이 대만인 양즈위안(楊智淵)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여 송치했고, 원저우지방인민검찰원은 ‘국가분열’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정보‧방첩 기관인 국무원 국가안전부의 지방조직인 원저우국가안전국은 지난해 8월 3일, 양즈위안을 저장성 원저우시에서 전격 체포했다. 이날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날이다.

미국 권력 서열 3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은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대적인 대만 포위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 언론들은 “중국 정보 당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춰 양씨를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즈위안은 원저우에서 개최된 바둑대회에 참가할 목적으로 본토를 방문했다. 앞서 양즈위안은 2022년 1월,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시를 방문하여 6개월 체류했고 저장성 원저우로 거처를 옮겼다.

체포 후 원저우국가안전국은 양즈위안에게 “국가분열범죄, 분단선동 혐의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양즈위안은 대만 독립을 통한 국가 분열 활동, 국가 안보 위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대만 독립과 대만의 유엔 가입을 위해 대만민족당에서 활동해왔다.”고 보도했다.

대만민족당(臺灣民族黨‧Taiwanese National Party)은 2011년 창당한 대만 독립 성향 정당이다. 대만독립‧대만민족주의‧민족자결 등 3대 강령을 채택했다. 창당을 주도한 인사는 황화(黃華)로 대만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전향하여 대만 독립 운동에 투신했다. 1970년대 저명 재야 잡지 ‘대만정론(臺灣政論)’ 부편집장으로 활동했고, 1986년 첫 야당 민주진보당(민진당) 창당 이듬해인 1987년 민진당 중앙당부 조직부 주임을 지냈다. 이후 2000년 천수이볜 정부 출범 후 총통부 국책고문(國策顧問)으로 임명됐다.

올해 33세인 양즈위안은 1990년 대만 중부 타이중(臺中)시 태생이다. 중산의학대학(中山醫學大學) 대만어문학과를 거쳐 육군보병훈련지휘부 사관반을 수료했다. 이후 국립중흥대학(國立中興大學) 역사학과를 졸업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져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국가사회주의학회(國家社會主義學會)에 가입했고, 2008년 민진당에 입당하여 지식인‧청년 조직인 대학캠퍼스 청년대표(校園青年代表)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대만 독립 성향 정당 대만민족당 부비서장, 부주석을 역임했다. 그러다 2019~20년에는 일변일국행동당(一邊一國行動黨)에서 활동하며 지방의회 의원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2019년 창당한 일변일국행동당은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을 정신적 지주로 창당된 독립 성향 정당으로 ‘대만해협 양안에는 중국과 대만이라는 각기 다른 국가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일변일국(一邊一國)론은 천수이볜의 양안관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전격 체포된 후 양즈위안은 일종의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다. CCTV는 “당국이 지정한 거처에서 감시하에 거주하고 있다.”며 “8월 5일 대만의 가족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대만의 중국문제 전담부처인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양즈위안을 무죄 방면하라.”고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요구를 묵살하고 자국법에 따라 양즈위안을 기소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하여 베이징의 중화인민공화국만이 전(全) 중국 유일 합법 정부이며, 대만을 나눌 수 없는 영토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대만 독립 추진을 일종의 국가 분열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더하여 실효(實效) 수단으로 2005년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했다.

‘대만인(중화민국 국적자)’이 중국 ‘국내법’인 ‘반국가분열법’ 적용을 받아 중국에서 사법 처리된 사례는 사상 두 번째이다. 앞서 2017년 3월, 중국 사법 당국은 대만 인권 운동가 리밍저(李明哲)를 국가 전복 혐의로 체포하여 기소했다. 중국 내 정치범과 그 가족을 돕기 위해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 입국했던 리밍저는 체포 후 기소돼 5년을 복역했고 지난해 4월 대만으로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