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총통 후보에 전 경찰청장 허우유이 지명…의사 출신 라이칭더와 대결

최창근
2023년 05월 17일 오후 5:30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27

경찰 출신 vs. 의사 출신
‘대만의 트럼프’ 궈타이밍 총통 도전 좌절
국립대만대 졸업생 총통 독점 깨질까

내년 1월 13일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앞둔 대만에서 제1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됐다.

5월 17일,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국민당)은 중앙상무위원회를 개최하여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新北) 시장을 총통 후보로 확정했다.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총통 후보, 입법위원 후보 등을 발표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 시장이 꾸준히 앞서왔다.”며 후보 지명 배경을 밝혔다.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가 막판까지 허우유이 시장과 경쟁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지명에 앞서 주리룬 주석은 5월 15일 심야까지 궈타이밍 전 폭스콘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6일, 국민당 당내 궈타이밍 지지 모임 등이 취소됐다. 이를 두고 대만 매체들은 “주리룬 주석과 궈타이밍 전 회장 면담 후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해석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대만 제1 부호 자리에 올랐던 궈타이밍 전 폭스콘 회장은 이로써 두 차례에 걸친 총통 선거 도전에 실패하게 됐다. 2020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폭스콘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국민당 총통 후보 경선에 참여했지만, 한궈위(韓國瑜) 당시 가오슝(高雄) 시장에게 패하였다. 이후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를 타진했으나 이도 실패하여 국민당 내부에서는 ‘해당(害黨) 행위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이 속에서 국민당에서 분당한 범람(泛藍·pan-blue)계 정당인 친민당(親民黨) 주석 쑹추위(宋楚瑜)도 독자 출마를 감행하여 범람계는 분열되었고, 재선에 도전한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이 국민당 후보 한궈위와의 대결에서 260여만 표 차이로 대승했다.

이 속에서 궈타이밍 전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범국민당이 다시 한번 분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궈타이밍은 승복 입장을 밝혔다. 5월 17일, 정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게시글을 통해서 “국민당을 대표해 2024년 총통직에 도전하는 허우유이 시장의 지명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우유이 시장은 국민당 내에서 가장 확고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더욱 큰 책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며, 국민당 내부에서 가장 적합한 인선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무능한 정부를 퇴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고도 했다.

앞서 집권 민진당은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겸 당 주석을 총통 후보로 확정했다. 제2야당 대만민중당(臺灣民衆黨)도 커원저(柯文哲) 주석(전 타이베이 시장)을 17일 총통 후보로 확정했다. 이로써 내년 1월 총통 선거는 민진당-국민당-민중당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세 후보의 ‘이력’도 주목할 만하다. 민진당 총통 후보 라이칭더 부총통은 신베이시 완리(萬里)구에서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타이베이 젠궈고등학교(建國高級中學)를 거쳐 국립대만대 보건의학부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했다. 타이난(臺南) 국립성공대(國立成功大) 의료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공공위생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종합병원 내과 의사로 활동했고 1996년 국민대회(國民大會) 대표로 당선돼 정계 입문했다. 입법위원, 타이난 시장을 거쳐 부총통이 됐고 지난해부터 민진당 주석을 맡고 있다. 주리룬 현 국민당 주석과는 젠궈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은 중남부 자이(嘉義)현 태생으로 아버지는 국민혁명군 장교였다. 한국 경찰대에 해당하는 중앙경찰대 형사경찰학과를 45기로 졸업 한 후 경찰에 투신하여 경찰 관료로 고속 승진했다. 타오위안(桃園)현 경찰국장, 내정부 경정서(경찰청에 해당) 형사경찰국장을 역임한 후 2006~08년 경찰 수장인 내정부 경정서장으로 재임했다. 이후 중앙경찰학교 교장을 지낸 후 2010년 경찰을 떠났고, 2010~18년 신베이 부시장을 지냈고, 2018년 신베이 시장에 당선됐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허우유이를 신베이 부시장으로 발탁한 인물은 주리룬 당시 신베이 시장이다.

민중당 후보로 총통에 도전하는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은 대만 북부 신주(新竹)현에서 초등학교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국립대만대 의학부 졸업 후 같은 대학 임상의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대만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중환자센터에서 교수·전문의로 활동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수도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됐고,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19년 민중당을 창당하여 주석을 맡고 있다.

의사 출신 라이칭더·커원저와 경찰 출신 허우유이의 3파전으로 치러질 내년 대만 대선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국립대만대 총통 독점 현상’의 지속 여부이다. 학력(學歷)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돼 있는 대만에서는 정치인의 학벌을 중시한다. 유력 정치인은 국내외 명문대 출신이 절대다수이며 그중 국립대만대 졸업자가 정·관계 요직을 점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1988년 장징궈(蔣經國) 총통 사후 ‘민주화 시대’ 총통인 리덩후이(李登輝), 천수이볜(陳水扁),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과 차잉잉원(蔡英文) 현 총통 모두 국립대만대 출신이다. 그중 농업경제학과 출신의 리덩후이 전 총통을 제외한 천수이볜·마잉주 전 총통과 차이잉원 총통은 법학부 출신이다. 국립대만대 출신이 36년간 총통직을 독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의학부 출신인 라이칭더·커원저가 총통이 되면 국립대만대 출신 총통 계보를 이어가겠지만, 천수이볜-마잉주-차이잉원으로 이어지는 24년간의 법학부 출신 총통 기록은 깨어지게 된다. 중앙경찰대학 졸업생인 허우유이가 당선되면 36년 만에 비(非)국립대만대 졸업생 총통이자 최초의 경찰 출신 총통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 라이칭더 민진당 총통 후보 프로필
1959년생. 국립대만대 의학부, 국립성공대 의료학과. 미국 하버드대 공공위생학 석사. 국민대회 대표. 입법위원. 타이난 시장. 행정원장. 부총통. 민진당 주석.

▲ 허우유이 국민당 총통 후보 프로필
1957년생. 중앙경찰대 졸업. 중앙경찰대 법학박사. 타오위안현경찰국 국장. 경정서 형사경찰국 국장. 내정부 경정서장. 중앙경찰대 교장. 신베이 부시장. 신베이 시장.

▲ 커원저 민중당 총통 후보 프로필
1959년생. 국립대만대 의학부 졸업. 국립대만대 의학박사. 국립대만대 병원 교수. 타이베이 시장. 민중당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