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인대에 참석한 자칭 ’60대 평범한 대만 소녀’에 벌금 2000만원

최창근
2023년 05월 20일 오후 1:1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27

대만해협 양안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 대만인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한 혐의로 벌금형을 부과받았다. 남북한 관계에 비유하자면 한국인이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격이다.

대만 행정원 내정부(행정안전부 해당)는 대만 국적 여성 링유스(凌友詩)에게 벌금 50만 신대만달러(약 2000만원)를 부과했다.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대만 매체들은 “링유스에게 ‘대만지구와 대륙지구 인민관계조례(양안 인민관계조례)’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무 총괄 부처인 행정원 대륙위원회도 관련 사건에 대하여 “대만 국민(중화민국 국적자)이 전인대 대표를 맡는 것은 대만지구와 대륙지구 인민관계 조례를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륙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관련 각급 인민대표대회 조직은 양안 조례 제33조 2항이 금지하는 정치 기관(구조)과 단체에 속하며 대만 국민은 법에 따라 직무를 담당하거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링유스는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인대 제14기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일국일제(一國一制·한 국가 한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내건 홍콩·마카오·대만 통일 방침인 일국양제에서 더 나아간 주장을 한 것이다. 그는 “대만이 중국과 같은 정치·교육체제를 채택하고, 대만군을 인민해방군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촉구하여 중국에서 환영받았다.

링위스의 양안관계 조례 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9년에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에 참석했고 역시 조례 위반 혐의로 50만 신대만달러 벌금을 부과받았으나 현재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당시 57세 나이로 정협 전국위원회에서 참석한 링위스는 자신을 ‘평범한 대만 소녀(平凡臺灣女孩)’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링유스는 중국공산당의 대표적인 통일전선공작기구인 중국평화통일촉진회(中國和平統一促進會) 홍콩총부 상무부회장, 홍콩특별행정구 전인대 대표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1962년생으로 올해 61세인 링유스의 아버지는 1949년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대만 해군 장교였다.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이후 홍콩으로 이주했다.

홍콩중문대학(香港中文大學) 중문학과 졸업 후 홍콩대학에서 정치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홍콩 내 각종 중국 공산당 관련 조직, 홍콩정부에서 일했다.

2013년 3월, 정협 12회 전국위원회에서 링유스는 “세계에는 단지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전 중국 유일 합법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이다. 나는 당당한 중국인으로서 국가 정치 체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발언했다.

2023년 12월에는 제14기 전국인대 홍콩특별행정구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반국가분열법’ 개정을 제안하고 홍콩의 교훈을 살려 일국양제 축소, 행정 책임자 중앙에서 파견, 대만군 인민해방군 편입, 중화민국 헌법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헌법, 하나의 군대’를 관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관계자는 “링유스가 여전히 대만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번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지만 내정부는 여전히 법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당국은 오랫동안 대만을 대상으로 한 체제 선전모델을 만들어 오고 있지만, 다수 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뿐더러 국민의 반감만 키울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관련 행동은 헛수고일 뿐이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