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보건소 앞에 한 시간 넘게 서 있던 ‘검은색 승용차’의 정체

황효정
2020년 02월 28일 오전 10:5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07

“가족 2사람 확진 판정 받아습니다. 담당 공무원과 통화하고 싶어요…”

지난 26일 MBC ‘뉴스데스크’는 현재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받아줄 병실이 없어 그냥 집에 있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이곳 지역의 의료진과 병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집에 있다는 것.

이날 아침 취재진은 대구의 한 보건소 앞을 찾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곳 보건소 앞에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한 시간 넘게 서 있었다.

차량 앞유리에는 ‘가족 2명이 확진 환자인데 전화 진료라도 받고 싶다’는 글씨가 적힌 A4 용지 한 장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승용차의 주인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66세 남성 A씨.

병실이 날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고령의 나이에 고열과 호흡 곤란 증세까지 나타나자 선별 진료소를 찾아온 것.

자가 격리를 권고받았지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약이라도 받으려면 외출 금지 지침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호흡이 가쁘고 지금 열이 38.8도까지 간다”며 “순서가 밀렸는지 진료 예약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A씨만 아픈 게 아니었다. 집에는 자신보다 이틀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연상의 아내가 있었다.

아내 또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집에서 고열과 싸우고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A씨는 밤새 보건소와 대구시청, 1339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조차 쉽지 않았다. 당연히 병원도 못 갔다.

A씨는 “보건소에서 병원을 예약을 해주고 정해줘야 간다”며 가쁜 숨을 골랐다.

A씨를 비롯, 현재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집에서 격리 중인 환자는 300여 명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부족한 병상도 문제고, 환자를 진료하고 관리할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문제다.

추가 병상을 급하게 마련하고 있지만 새로 입원하는 환자는 많아야 하루 70명 꼴이다. 27일 기준 대구 지역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자가격리 중인 환자들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