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팎의 중국, 너무나 다른 두 개의 세상

리무양(李沐陽)
2018년 12월 24일 오후 5:1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1

중국 정부는 독자적인 인터넷 세상을 구축했다. 구글은 바이두가, 카카오톡은 위챗이, 트위터는 웨이보가, 유튜브는 더우인(틱톡)이 각각 대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만리방화벽(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이 중국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상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통제하고 있다. 중국에는 “트위터를 보면 다음 날 바로 혁명이 일어날 것 같은데, 웨이보를 보면 세상이 평화롭고 고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담장 밖의 중국인들은 무엇에 주목했나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인 청취자를 대상으로 ‘올해 3대 사건’이란 주제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1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참여했는데, 순위에는 모두 해외에서 사회 이슈로 크게 떠오른 사건들이 올랐다.

1위는 724표로 ’미중 무역전쟁’이 선정됐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90일 휴전’ 기간을 갖고 대치 중이다. 미국과 중국은 올 하반기부터 무역전쟁에 나서 서로 관세폭탄을 터뜨리는 등 무역보복을 해 왔다. 지난 11월에는 중국의 수출과 수입이 모두 한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무역전쟁 충격이 가시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많은 중국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90일 휴전’ 합의 직후인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현재 40%인 미국에서 중국에 들어가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줄이고 없애는(reduce and remove) 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 NICOLAS ASFOURI/AFP/Getty Images

2위에는 713 득표로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가 올랐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개최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한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경축대회에서도 “당이 모든 일에 대한 영도를 견지하고 이를 부단히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해 중국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당의 집권 능력을 강화한다는 말은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용소가 온라인에 공개한 공식 계획을 보면 위구르, 카자흐족 등 소수 민족을 수용해 중국어를 사용하는 산업 노동력으로 교화시키기 위한 직업훈련소라고 소개하고 있다. 신장 자치구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족 모습. |신장 자치구 사법청 홈페이지

3위에는 384표로 ‘신장 위구르족 100만 명 재교육 캠프’가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5월 중국 공안당국이 ‘재교육’ 명분으로 이슬람교도들을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해 공산주의 세뇌교육을 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고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용소 수감자들은 독방 수용, 24시간 서 있기, 굶기기 등 일상적으로 구타와 학대를 받았으며 종교 의식도 전혀 수행할 수 없고 북경어만 쓰고 공산당 선전노래를 부르도록 강요받았다고 증언해 논란을 빚었다.

‘담장 안’ 중국인들의 유일한 관심사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웨이보’도 ‘올해 18개 핫 키워드’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설문조사와 비교했을 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관심도가 가장 높은 1위로는 ‘디디(滴滴)카풀 여승무원 살해’가 올랐다. 지난 6일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디디추싱의 플랫폼을 통해 카풀서비스를 이용한 항공사 여승무원이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11일(현지시간) 공안에 따르면 윈난성 샹펑항공 소속 여승무원인 리(21)모씨가 집으로 가기 위해 디디추싱의 카풀서비스인 ‘디디 히치(Didi‘s Hitch)’ 차량에 탔다가 가슴과 배 등에 최소 20개 이상의 치명적인 자상을 입은 채 사망했다.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

2위에는 ‘부자 놀이’가 올랐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부자 놀이’는 해외에서 ‘폴링 스타 챌린지’라 불린다. 이 놀이는 명품 핸드백과 고가의 화장품, 하이힐 등 비싼 물건들을 사고인 척 바닥에 쏟아내 부를 과시하는 것이 포인트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놀이로 부유함을 뽐내고 싶어하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

한편, 이를 비꼬는 서민들의 풍자 놀이도 유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 수리공이나 환경미화원이 공구나 청소 도구 등을 쏟아놓은 채 엎어져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

3위에는 ‘여행 개구리(旅行青蛙)’가 올랐다. ‘여행 개구리’란 일본에서 만든 ‘여행하는 개구리’(旅かえる)라는 게임으로 현재 애플 중국 앱스토어 무료 앱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다. 정식 게임은 일본어로만 제공되지만, 언어만 바꾼 안드로이드용 중국어판 게임이 중국에서 자체 제작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개구리를 기르는’ 독특한 놀이법이라고 소개된 이 게임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청년들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고 한다.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청개구리가 여행을 다니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데 여행 중엔 촬영한 사진을 엽서처럼 보내온다. 집에 오면 일기를 쓰거나 음식을 먹거나 책을 본다. 이용자는 청개구리의 집과 정원을 지켜보면서, 떠나기 전에 도시락을 싸주거나, 여행 준비물을 챙겨주는 정도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원의 네잎클로버를 따다가 가방에 넣어주며 행운을 빌어줄 수도 있다. 여행 간 청개구리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으면 이용자는 아무 것도 할 게 없지만, 가끔 개구리의 친구가 놀러오기도 한다고 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