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중 외신기자들, 중국 취재 충격적 경험 폭로

2019년 02월 1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오후 1:28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은 지난 달 29일 외신기자들의 2018년 중국 내 취재환경이 현저히 악화됐다는 최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를 대거 인용, 이들의 공포스런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주며, 중국 당국이 외국 기자들을 감시하는 데 사용하는 갖가지 수단과 압박도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31개 국가와 지역에서 온 204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외신기자클럽(FCCC)의 설문에 기초한 것으로, 이 중 109명이 조사에 응했다. 취재기자 중 지난해 취재 환경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FCCC는 보고서에서 조사 결과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내 취재 환경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감시를 통해 중국 내부 조력자와 소식통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조사에 응한 기자들이 전했다. 2018년에는 중국 주재 기자가 중국 당국의 기자증 연장 거부로 추방되는 사건이 또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뉴스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의 메가 라자고팔란(Megha Rajagopalan) 중국 지사장은 신장 재교육 캠프에 대한 파격적인 보도로 추방당했다.

응답 기자의 55%는 지난해 보도환경이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반정부 인사들의 박해에 대한 외신 보도는 중국 정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외국 기자들이 감시 및  여러 유형의 취재 방해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91%의 응답자는 그들이 소유한 휴대폰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했고, 66%는 주거와 사무실 내의 감시를 우려했다. 48%는 그들이 미행당했거나, 그들이 있는 호텔방이 허락 없이 침입당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 미국 언론사 임원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현재 상황은 지난 20년보다 더 나쁘다”며 “과거에는 압박이 있었지만, 원인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끝나기를 기대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신창타이(新常態, 새로운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은 당국의 모니터링 방식이 그들의 보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 당국의 공식 규정에는 기자가 티베트 자치구 이외의 어느 곳이든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기자들에게 정부가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신장지역과 같은 곳은 보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신장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치 ‘재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전 세계의 이목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곳을 여행하는 기자들은 모두 눈에 띄게 미행당하고 일정한 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저지당했다. 이들은 취재한 자료를 삭제하라는 압력을 받았고, 일부 기자들은 심지어 호텔 투숙도 거부당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 당국이 외국 기자들에게 비자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점점 더 직접적으로 이들의 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018년 중국 정부는 일부 기자들에게 단기 비자를 발급했다. 이들이 중국 정부에 대해 불리한 뉴스 보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명의 기자들은 겨우 3개월 체류 비자를 받았다.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는 신청한지 6주가 지나서 3개월 비자를 받았다. 이는 중국 당국이 징벌적으로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FCCC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소리(VOA) 중국부 수석기자인 빌 아이디(Bill Ide)의 말을 인용해 “이것은 교란이다”고 했다. 이 부서의 또 다른 기자는 통상적인 1년이 아닌 6개월짜리 비자를 받았다.

빌 아이디는 “우리는 비자 기간을 단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명확한 설명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 기자들의 중국 현지보도 경험

FCCC는 보고서에서 조사받은 기자들의 경험담을 인용했다. 한 미국 기자는 정부 사건을 보도하는 동안 방해하지 말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호텔 지배인에게 특별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방의 청소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호주 ABC방송의 매튜 카니(Matthew Carney)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노트북에 있는 파일들이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고, 나는 실제로 그들이 내 지메일(Gmail)에서 파일을 열고 닫는 것을 보았다. 사건은 새벽 2시에 일어났다. 내 숙소, 사무실, 휴대폰, 그리고 모든 위챗, Gmail, 호주 방송사의 메일 등 통신 앱이 매우 높은 수준의 모니터링을 받고 있었다.”

캐나다 글로브 앤 메일의 네이선 밴더클리프(Nathan VanderKlippe) 기자는 “1600km도 채 안 되는 길에 나는 적어도 9대의 자동차와 20명의 추적을 받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신원이나 소속 기관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나도 체포 위협을 받았고, 총을 든 경찰이 내 차에 가까이 와서 내 손을 차 밖에 두라고 했다. 나는 수차례 구금되기도 했다. 한 경찰관이 내 카메라를 뺏어 강제로 사진을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유럽 언론사의 한 기자는 총기를 소지한 경찰관 10명이 자정에 호텔 방을 들이닥쳐 취재 계획을 알려달라고 압박했다며 “끝까지 내 일정과 예정된 인터뷰 스케줄을 알려달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BBC방송의 캐시 롱(Kathy Long) 기자는 그녀의 휴대폰이 두 개의 다른 장소에서 방해를 받았고, 전화에서 그녀와 통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통화 녹음이 재생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쉬 친(Josh Chin) 기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다가 통화가 끊기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옌양(Yuan Yang) 기자는 “경찰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한 사교 활동을 알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라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의 타치카와 토모유키 기자는 “내가 위챗에서 한 채팅그룹을 통해 동료들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나눌 때, 위챗 문자는 때때로 신기하게도 내 휴대폰에서 사라지곤 했다”고 말했다.

호주 ABC방송의 빌 버틀즈(Bill Birtles) 기자는 “우리(세 명으로 구성된 TV제작팀)가 허베이성 원안현에 플라스틱 회수 관련 보도를 하러 갔을 때 30분 만에 지방 관리와 일부 보안요원, 사복 남성 몇 명이 다가 왔다. 이 관리는 우리에게 현 전체를 샅샅이 뒤지다가 나중에 CCTV 카메라를 통해 우리 위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AFP 통신의 베키 데이비스(Becky Davis) 기자는 “취재를 할 때에는 저지되거나 구속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면서 “완전히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좀 더 쉽고 민감하지 않은 이슈들을 먼저 보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한 미국 매체의 주중 지사장은 “민감한 기사를 다룰 때, 사무실 컴퓨터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여러 번 있었고, 기자가 인권변호사의 재판 관련 보도를 할 때도 컴퓨터 작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당국이 신장의 보도를 감시하고 방해하기 위해 많은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카스시에서는 ‘산케이’의 후지모토 킨야 베이징 지국장이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숙이 가능한 세 곳의 여관에서 투숙을 거부당했다. 그는 결국 경찰이 와서 직접 지정한 여관으로 데려갈 때까지 식당에서 장시간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신장 지역에서 경찰이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 JOHANNES EISELE/AFP/Getty ImagesFCCC의 조사에서는 26명의 기자가 적어도 한 번은 신장으로 취재를 하러 갔다고 전했다. 이들 26명의 기자 중 96%는 분명히 미행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고, 79%는 데이터 삭제를 요구하거나 강요받았으며, 63%는 그들의 인터뷰가 분명히 감시당하고 있음을 발견했고, 58%는 억류되거나 동료가 억류됐고, 58%는 공공 영역 진입이 금지됐다.

그리고 10명의 기자가 그들의 인터뷰가 중단됐다고 말했고, 7명이 호텔 투숙을 거부당했으며, 3명이 장비를 압수당하거나 파손됐고, 2명은 자신의 호텔방이 허락 없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한 서방 언론 기자는 말했다. “두 번의 신장 여행에서 나와 동료는 어디를 가든 적어도 한 대의 차가 따라 다녔다. 어떤 지역에서는 인원이 배로 늘어날 때도 있었다. 현지 선전부서 관계자 외에도 사복경찰과 제복을 입은 경찰관, 폭동진압 경찰이 가담했다. 그들은 우리가 멀리 가는 것을 막았고, 촬영을 금지시켰다. 또 우리의 촬영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고집했으며, 그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료들은 삭제를 요구했다.”

한나 사헬버그(Hanna Sahlberg) FCCC 의장은 보고서에서 “중국에 있는 (외국)기자들은 2018년의 경험을 통해 중국 당국이 CCTV를 통해 점점 감시가 심해지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알게됐다. 기자들로 하여금 심지어 뉴스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사헬버그 의장은 이 같은 보도환경이 가져온 위험 중 하나는 외국 언론조차 때로는 번거롭거나 대가가 너무 높은 사안으로 비쳐지는 보도를 회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추세는 외국 언론이 중국에서 진정으로 개방적인 취재 환경을 얻고 중국 뉴스를 보도하려는 FCCC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톰 미첼(Tom Mitchell) 베이징 지사장은 “전반적인 (보도) 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우리는 취재원과 소식통들의 안전을 걱정할 정도다”면서 “2000년부터 중국이나 홍콩에서 기자로 일한 이래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