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해 벽두 中신문 줄줄이 폐간…공산당, ‘언론통제’ 강화

2019년 01월 6일 오전 8:16 업데이트: 2020년 05월 4일 오후 5:24

2019년 새해 첫날 베이징의 북경신보와 법제만보 등 4개 신문이 잇따라 폐간됐다. 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여론 통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정치, 경제 등 다방면의 요소들이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시위원회 기관지인 북경일보가 신정 당일에 전량 회수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상에서 전해졌다. | 인터넷 캡처

여기에다 베이징시위원회 기관지인 북경일보가 신정 당일에 전량 회수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상에서 전해졌다. 북경일보에 실린 ‘전통적인 대당(大黨) 영향이 하락하고 포퓰리즘이 날로 득세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문제가 됐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신문이 회수된 원인으로 의심되는 신문 지면. | 인터넷 이미지

이 글에는 ‘지금 세계는 백 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난국에 직면하고 있다…각종 문제가 EU를 괴롭히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00년 동안 유럽 각국의 정치 생태계에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일부 정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당내에서 공연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동병상련을 떠올려 전전긍긍하게 하는 등 포퓰리즘의 불길이 국내로 번질까 두려워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법제만보는 그동안 고위 관료들의 권력 남용이나 부패 행위를 밝히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을 위해 심층 탐사보도에 나서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17년 8월, 이 회사의 한 기자가 상부의 검열을 거치지 않고 웨이신(微信·위챗)에 올린 기사가 화근이 됐다. 기사는 시진핑 주석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가 다롄에서 재직하던 시절 세웠던 건축물이 그의 몰락 이후 철거된 사건 등을 다뤘다.

이 기사가 신고되자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이 사건을 빌미로 탐사보도 부서를 폐지했다. 글을 올린 기자는 반강제로 휴가를 떠나야 했고, 이에 반발해 40여 명의 기자가 사표를 썼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폐간된 신문들이 당보(黨報) 그룹 산하로 매체 시장에 진출한 신문이라는 점이다. 법제만보는 북경청년보 산하 신문으로 베이징에서 발행 부수 상위 3위 안에 들었고, 북경신보도 창간 초기 광고 수입이 억대를 넘어 3년 만에 2억 위안에 육박했다.

이들 관영 매체가 폐간을 초래한 이유에 대해, 재미 정치평론가 후핑(胡平)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 신문들은 모두 관영 매체들이어서 항상 중국 공산당 정부가 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 신경을 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갈수록 언론 통제를 강화해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제만보를 예로 들면서 “법제를 논하는 신문들은, 항상 법치에 맞지 않는 현상들에 대해 어느 정도 비판을 하기 때문에, 당국이 이 부분을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이 되면서 베이징에서는 ‘경교일보’, ‘북경문적’도 폐간됐다. 게다가 작년에는 ‘경화시보’도 폐간돼 전통적인 독서방식에 익숙한 독자들은 탄식해 마지않았다.

베이징 언론 전체를 덮친 한파

중국의 10여개 매체가 최근 정간했다. | 인터넷 합성

2018년은 베이징에서 신문이 몰락하기 시작한 해로 꼽힌다. 중국 언론은 지난해 초 ‘발해조보’, ‘태주상보’, ‘상담만보’ 등 10여 개 신문이 휴간했다고 밝혔으며 하반기에는 ‘신강도시보’, ‘화이난만보’, ‘서부상보’ 등 20개 신문이 잇따라 폐간됐다. 랴오닝성 선양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행되는 ‘화상신보’도 작년 말 폐간됐다.

화상신보는 폐간을 발표하는 지면에서 총편집장인 류칭의 가장 짧은 글 ‘보았다. 알았다. 지나갔다. 말하지 않겠다’를 1면에 실었다.

류칭 편집장은 ‘가자, 어둠이 두려우면 불을 끄지 않겠다’라는 수필에서 “18년간 운영해온 이 신문은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종사했고, 하루 광고가 400만 위안 이상을 기록했다. 연간 광고 수익은 거의 3억 위안에 달했으며 최고 발행 부수가 50만부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종이 매체뿐 아니라 언론 매체 전체가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밥그릇을 든 사람들(정책결정자)이 아무런 죄책감없이 밥상까지 가져가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한탄했다.

워싱턴의 중국문제 전문가 스짱산(石藏山)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 중국 내 언론이 줄줄이 도산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 당국의 심한 언론 통제와 더불어 좌파 경향의 이론 선전 및 여론 정책 등이 자유토론과 자유파 매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짱산은 중앙선전부가 걸핏하면 이른바 ‘요지’를 하달해 신문이 자유로울 틈이 없고, 조금 큰 사건은 신화통신의 통고(通稿·통신사가 신문사·잡지·방송사에 발송한 전신 원고)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홍콩 언론 ‘단전매(端傳媒)’는 20여 명의 중국 언론인을 취재했다. 이들은 중국 당국이 전면 검열하고 억압하는 것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내막을 구술했다. 한 시사 정기간행물 베테랑 편집자는 “지금도 뉴스를 만들고 핵심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쓸 수는 없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기 위해 표면적인 현상만 쓴다. 과거에는 특종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특종을 보면 외면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스짱산은 언론 매체들이 잇따라 폐간하는 한 원인으로 인터넷 언론의 충격을 꼽았다. 그는 “베이징에서도 인터넷 신문의 확산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최근 2~3년간 78개 신문이 정간했다. 게다가 기관지가 아닌 조간신문, 도시보, 석간신문은 기본적으로 모두 손익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산당이 인터넷도 통제

인터넷 언론 역시 중국 공산당의 감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 공산당 공안부는 전 중국인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이른바 ‘금순공정(金盾工程)’을 실시하고 있다.

공안부는 2003년 9월 64억 위안(약 1조 3천억 원)을 투입해 13억 중국인 중 12억 5천만 명의 정보를 미국 시스코사가 만든 시스템에 입력했다. 현재 3만 명 이상의 인터넷 경찰이 활동하고 있으며, 서방 기업들의 최신 기술을 속속 도입해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의 한 PC방. 인터넷 실명제 도입 이후 개인정보와 사용 내역 노출을 우려한 사용자들의 외면으로 PC방은 한산한 상태다.| AFP/Getty Images

베이징의 모든 PC방에는 사용자의 신상정보와 인터넷 사용내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해 사용자의 얼굴을 촬영하고 신분증을 스캔하는 장비가 설치됐다.

이외에도 일반 네티즌 사이에 당국의 ‘프락치’를 심었다. 이른바 댓글부대라고 불리는 ‘우마오당(五毛黨)’은 중국 정부를 옹호하거나 정책을 선전하는 댓글을 1건 올릴 때마다 5마오(0.5위안, 한화 약 100원)씩 받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7년 8월 20일, 중국 언론 ‘신경보‘는 허베이성 서(涩)현의 한 주민이 인터넷에 병원 음식에 대해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10일간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주민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 식당의 음식에 대해 “맛도 없고 가격도 높은데다 양도 적다. 이것도 인민 병원인가?”라고 무심코 불만스런 말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사실을 날조하고 공공질서를 교란했다”는 이유로 경찰 당국에 의해 이같이 처분됐다.

2017년부터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인터넷 안전법’을 시행해 뉴스를 전달하는 스마트 폰에도 허가제를 도입하는 한편, ‘실명제’를 도입해 필명으로 댓글을 게시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사이트는 본명으로 등록을 하도록 했다.

인터넷 사용자 인구가 국민의 절반인 7억 5천만 명을 넘어선 중국에서 인터넷에 대한 완전한 규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안후이(安徽)성 검찰원에 근무했던 선량칭(沈良慶) 전 검사는 “(중국에서는) 음식이 맛이 없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구금 처분이 된다는 내용 자체보다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공포감을 심어줌으로써 네티즌을 위협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보면 된다”고 본지에 말했다.

인터넷은 원래 각종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천국이지만, 중국에서는 봉쇄의 지옥이 돼 버렸다.

언론통제는 공산당의 생존조건

현재 전 세계에서 정부의 언론 통제 강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는 중국은 공산당이 국민당을 제치고 정권을 차지한 이후 줄곧 언론과 여론을 장악해 왔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수십 년의 짧은 통치 역사에서 ‘총칼’ 외에도 ‘붓’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이 문무를 겸비한 통치는 중국 공산당을 오늘까지 지지한 주요한 버팀목이다.

중국 헌법에는 ‘중국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 행진, 시위의 자유, 과학 연구, 문학예술의 창작과 기타 문화 활동을 할 자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중국의 모든 법률과 행정 법규, 규칙, 지방 정부의 조례까지 모두 헌법을 어기고 언론을 통제하고 있고,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당국의 언론 탄압을 견디지 못한 신문사 기자들이 집단 사표를 내는 사태가 발생했고, 최근 시진핑 주석의 ‘1인 권력’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 글이 논란 즉시 삭제되는 등 지난해 10월 시 주석의 연임 확정 이후 중국 공산당은 언론 통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