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전 이민당국 수장 “불법 체류, 더는 불법 아니게 됐다”

이은주
2021년 02월 25일 오후 12:40 업데이트: 2021년 02월 25일 오후 6:04

“미국에서 더 이상 불법 체류는 불법이 아닌 것 같다.”

톰 호먼 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내놓았다. 호먼 전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신매매와 국경 범죄 관련 수사뿐 아니라 강력한 이민단속 정책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호먼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단속 시행 범위를 축소한 데 대해 “말도 안 된다”면서 “(정부가) 이민법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이민단속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는데, 3개 그룹으로 분류해 ‘이민단속 우선순위(enforcement priorities)’를 정했다. 

국토부는 △테러 또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경우의 국가안보 위협 △2020년 11월 1일 이후 미국에 불법 입국해 체포된 경우의 국경안보 위협 △가중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의 공공안전위협으로 분류해 각각의 경우에 해당하는 불법 체류자 단속에 초점을 맞출 것을 지시했다. 

우선 순위가 아닌 경우 ICE 요원이 이민단속을 시행하려면 관할 지역 사무소에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범죄의 범위와 심각성, 최근 범죄인지 여부뿐 아니라 가족과 건강, 의료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호먼은 국토부가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를 명시했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만 의미한다고 했다. 즉, 살인, 성범죄, 마약 거래, 불법 무기 거래, 뇌물 공여 등 강력 범죄(가중 중범죄)에 한해서만 법 집행이 명확하단 얘기다. 단순 경범죄는 추방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호먼은 “폭행, 절도 등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불법 입국이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지적하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미국에 자유롭게 머물 수 있다”라고 개탄했다. 

음주운전과 같은 범죄도 공공안전의 문제로 간주해야 한다는 게 호먼의 주장이다. 그는 “나는 경찰이었다. 치명적 음주운전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 어떤 건지 안다”며 “그것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또 ICE가 이미 ‘공공안전 위협’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침에 대해 “제한된 자원을 대중이 관심을 갖는 사례에 집중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지침에 따라 (체포가) 감소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며 좀 더 중요한 부분에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ICE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1일~2020년 9월30일) 불체자 약 18만6천 명이 추방됐는데, 이 가운데 92%는 범죄 혐의로 기소됐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였다. 

또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19년 대비 30% 감소한 10만3천 건의 체포가 이뤄졌다. 살인 1837건, 폭행 3만7247건, 성범죄 1만302건 등이 포함됐다. 

호먼은 “불법 체류자가 저지른 범죄는 예방 가능한 범죄”라고 말했다. 강력한 이민법을 집행하고 국경을 보호한다면 매일 수천 건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민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불응하고 잠적한 불체자(67만2천명)에 대한 색출 및 추방은 ICE의 주 업무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면 불법 체류라도 허가 없이는 체포가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 이민 단속을 중단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호먼은 ICE 요원에게 ‘이민 판사들의 추방 명령을 무시하라’고 지시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법 집행관이 법을 집행하기 위해 감독관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속도위반한 차량에 위반 딱지를 발급하기 위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불체자 추방 유예,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이슬람 국가 입국 금지 조치 철회 등의 행정 조치를 취하며 전임 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뒤집었다. 

앞서 지난 22일 메릭 갤런드 법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법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불법 이민이 범죄로 남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갤런드 지명자는 “나는 대통령이 우리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가진 나라라는 점을 분명히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범죄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제안이 있을 수 있지만 재입국은 불법이다. 단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호먼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이민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며 국경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리라고 봤다.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이던 2014년과 2015년 불체자들을 시설에 구금하는 방식으로 불법이민을 제한했던 점을 언급하며 “그는 배운 모든 교훈을 잊고 이제 구금을 중단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ICE의 구금시설 수용능력은 현재 5만2천 명에서 1만5천 명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