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해외언론’ 매수 시도…‘친공산당’ 매체로 길들이나(上)

2019년 01월 17일 오후 3:06 업데이트: 2019년 12월 1일 오전 9:59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주요 기업, 영화제작사, 대학, 싱크탱크, 학자, 언론인, 지방정부, 주정부 및 연방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 친공산당 인사를 만들어 냈다.”

이는 지난해 10월 4일 펜스 미국 부통령이 강연 중에 중국 선전기관이 각국에 침투한 실상을 폭로하면서 한 말이다.

그 후 11월 29일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는 중국이 미국의 언론과 언론인들에 대해 어떻게 침투 공작을 해왔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어줄 이 보고서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대(對)중 보수강경파인 미국 관리와 고문들은 이 보고서가 미국의 대(對)중 정책 방향에 변화를 가져올 증거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 32명이 1년 반에 걸쳐 완성한 213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화교들은 물론 미국 사회까지 전면적으로 침투해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영향과 미국의 이익: 건설적 경계심을 촉진해야’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중국의 미국 언론 침투에 관한 실제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 화교 전통 매체 침투

후버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독립적이었던 중문 매체는 이미 모두 베이징의 통제하에 들어갔다”며 중국이 해외 화교 사회의 전통 중문 매체를 어떻게 변질시켰고, 중국어 사이트 등 뉴미디어에 손을 댔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우선, 1938년 홍콩에서 창간된 ‘성도일보(星島日報)’는 1990년대 중반 친공산당 사업가에게 매각됐다. 보고서는 현재 성도일보의 중국 관련 보도는 베이징의 국영 언론 보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예로, ‘세계일보(世界日報)’는 그동안 미국 내 대만 출신 이민자들에게 중국 인권운동가들의 뉴스와 민족주의 목소리를 전달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남중국해의 군사화, 대만과 홍콩과의 관계 등에서 친공산당 쪽으로 치우쳐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들 두 신문사 외에 ‘명보(明報)’ 또한 베이징의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 여러 해 동안, 명보의 미국판은 중국 광둥어 이민자들에게 환영을 받아왔다.

2007년 1월, 홍콩 명보그룹은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 중문 매체인 ‘성주(星洲) 미디어’와 ‘남양보업(南洋報業)’을 약 6억 달러(약 6700억 원)에 인수·합병했다.

궈자오진(郭招金) 중국신문사(中新社) 사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보는 합병 후 전 세계 최대의 중국 인쇄 매체 플랫폼 중 하나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독립 매체였던 이 신문들은 최근 중국 자금에 볼모가 돼 중국에 대한 보도 지면을 넓히고 중국에 대해 더는 부정적인 보도를 하지 않는 등 친공산당 성격의 기관지로 바뀌었다.

인터넷에 대한 침투

후버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여러 북미 중국어 사이트의 이름을 거론하며 베이징이 해외의 중국어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해외 화교 중국어 종합 사이트인 ‘문학성(文學城)은 1997년 미국 미시간 대학의 중국 유학생이 만들었으나 2000년 대만 출생의 미국계 중국인에게 매각됐다. 문학성 사이트의 린원(林文) 회장은 2011년 중국신문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뉴스 보도는 대부분 중국신문사(이하 중신사)의 기사를 모두 가져오며, 국내 관영매체의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문학성이 매각된 후 신화통신, 중국신문사의 기사를 싣는 계약을 체결해 뉴스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를 인수할 당시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어 사이트로 ‘둬웨이(多維)’도 지목됐다. 보고서는 “2009년 홍콩 사업가가 둬웨이를 인수했는데 이 사업가는 칭화대학 미·중 관계 연구센터의 창립자 중 한 명으로, 남중국해의 중국 주장에 관한 친공산당 기사를 즐겨 쓴다. 둬웨이 본사는 현재 베이징에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국어 사이트 중 5위를 차지하는 ‘배가친(倍可親)’의 이름도 거론됐다. “배가친 역시 둬웨이 같은 독립적인 매체였지만, 2017년 편집자가 중국신문사 주최의 ‘제5차 세계 중국 미디어포럼’에 참석한 후 보도 방향이 점점 중국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미국에 국영매체 설립

보고서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이 미국에 직접 설립한 중문 매체 이름도 거론됐다.

지난 11월 16일, 캘리포니아 알함브라에 위치한 중국어신문 차이나 프레스에서 창립자인 셰이닝(謝一寧) 회장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Jiang Linda/The Epoch Times

1990년대 초부터 중신사와 화교판공실은 중신사 편집 인력을 미국에 보내 미국의 중국어 TV 방송인 ‘시노비전(SinoVision)’과 중국어 신문인 ‘교보(僑報·The China Press)’를 설립했다. 1990년에 설립된 시노비전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맨 처음 만든 선전망이다. 시노비전과 교보는 모두 미국 아시아 문화미디어 그룹 소속으로, 중국 당국은 이 매체들에 인력과 재정 지원을 했다.

보고서는 이들 회사의 정보 출처를 인용해 “화교판공실은 이 회사들을 설립하고도 그들이 재정 지원을 한다는 정보는 숨겼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상하이의 ‘신민만보(新民晚報)’도 미국에 인력을 파견해 미국판 신문을 창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1989년 6월 4일 톈안먼 광장 시위 진압으로 해외에 생긴 부정적 이미지를 일부 만회하기 위한 것이며 이런 중국 국영 매체의 미국 내 역할은 중국 공산당을 위해 일하는 것이란 지적이 많다.

미국이 지원하는 ‘VOA’ 방송까지 침투

여기에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 소리(VOA)’ 중국어 방송마저 점차 중국 공산당을 비난하는 보도를 할 수 없게 됐다.

VOA의 예산은 미국 의회가 제공하며 세계 각지에 다국어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VOA의 소개에 따르면 중국에서 매주 약 4000만 명이 VOA 중국어 방송을 듣는다고 한다.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과 VOA 중국어 방송의 책임자가 연례회의를 진행하면서 대사관 직원들이 VOA 보도 내용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가 인터뷰한 VOA 직원은 “중국 대사관에서 행사를 개최했고, 이 행사에 참석한 VOA의 한 TV 편집자는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2017년 4월 VOA 중국어 방송 책임자 궁샤오샤(龔小夏)는 그동안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해온 궈원구이(郭文貴)와의 인터뷰를 강행했다가 해고됐다. 그 후 VOA 중국어 방송은 중국 당국에 불리한 보도는 하지 않기로 했을 뿐 아니라 중국 당국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이나 유명한 중국 평론가를 게스트로 선정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궁샤오샤는 VOA가 이전엔 파룬궁 등 중국 당국이 탄압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면 안 된다는 ‘금기사항’이 있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전 세계 언론장악 노리는 中공산당

에포크타임스 제작

로이터가 조사한 데 따르면 전 세계 4대륙 14개 국가에서 적어도 33개 방송국이 중국 국제라디오방송국(CRI)의 통제를 받거나 혹은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CRI는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미국·핀란드·호주·네팔 등 4개 대륙 14개국에 있는 최소한 33개의 라디오방송국의 지분을 간접 소유하는 방식으로 각국 현지 방송을 매수했다. 세계적 방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실상 지배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14개국에서 자국의 견해를 대변하도록 했다.

이들 방송국은 주로 CRI와 ‘G&E 스튜디오’(중국명 환구동방·環球東方) 등 CRI의 현지 협력 업체 3곳에서 제작, 제공한 뉴스·음악·문화 프로그램을 영어와 중국어, 현지 언어 등 60여 개 언어로 방송하는데,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검열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중국 관영 중국국제라디오방송국(CRI)은 각국 현지 방송을 매수해 공산당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CRI의 파트너인 G&E 스튜디오가 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G&E 스튜디오 제임스 수(James Su) 대표(왼쪽)와 유니버설 론 메이어 부회장(오른쪽). | Valerie Macon/Getty Images

이들 매체는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불리한 내용은 절대 언급하지 않으며, 뉴스 프로그램은 중국의 발전상을 전하는 데 주력하고,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중국 공산당의 방침을 따르고 있다.

그 예로, 이 방송국에서는 2014년 홍콩에서 ‘우산 시위’가 한창일 때도 중국 정부의 입장만 전할 뿐 홍콩인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는 분석하지 않았다. 시위가 진압된 후에는 “홍콩인들의 지지가 없어 실패했다”고 왜곡 보도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 관영 언론 ‘신화통신(新華社)’이 AP통신과의 협력안에 서명했다. 이에 여러 미국 국회의원이 AP통신에 서한을 보내며 ‘합작계획 발표’ 및 ‘중국 공산당 관영 언론으로부터의 독립성 유지’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 워커 미국 민주주의재단(NED) 선임 부총재는 “민주국가의 언론은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와의 파트너십에 앞서 중국 공산당이 본질적으로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워커 부총재는 이어 “호주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언론들이 발견한 것처럼, 중국 공산당과의 접촉은 어떤 문제에 대한 자체 검열을 유발한다”며 “인지하지 못하는 틈에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20일, 미국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해외 침투 공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소는 같은 제하의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해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매년 650억 위안(11조 원)에 달하는 해외 침투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고 폭로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