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중국 원정 장기이식

2007년 11월 29일 오후 10:17 업데이트: 2020년 02월 10일 오후 2:51

또다시 중국 원정 불법 장기 이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장기이식 브로커들은 장기이식 알선 카페를 운영하면서 공공연히 장기 공급 상황과 이식 일정을 알리는 광고를 올리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의해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공식적”인 장기 매매 금지 방침이 내려지면서 중국 내 불법 장기이식은 주춤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 해 3월 중국 선양시의 한 수용소 내 병원에서 살아 있는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가 적출돼 이식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병원 내부 종사자의 양심선언 이후, 중국 당국은 불법 장기적출 사실을 부인하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중공이 “인체기관이식기술임상응용 관리잠행규정”을 제정, 공포해 불법 장기이식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지난 해 7월, 중국 위생부 황제푸 부부장은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해 이식에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중공 당국은 해외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군부와 지방법원 등이 장기적출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 거액의 장기밀매자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본지는 최근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장기이식 브로커 A씨를 통해 불법장기이식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장기이식 알선 카페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는 이식이 가능한 일시와 이식 사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중국 원정 이식을 권했다. 다음은 A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요즘도 중국서 장기이식이 가능한가
지금이 최적기다. 내년에 중국서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더 어려워진다.

◇ 신장이식 환자인데 신청하면 바로 이식 가능한가
환자의 혈액형과 진단자료를 알려주면 검토 후 신장이식은 20일 정도면 가능하다. O형은 좀 더 걸릴 수 있다.(O형은 장기 제공자의 혈액형이 O형이어야만 가능하기 때문) 중국에 와서 한 번 더 검진을 받아야 한다.

◇ 간장이식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간장 이식은 신장이식보다 더 빨리 된다. 중국에서는 전간(간 전체를 이식하는 것을 지칭) 이식만 한다. 환자 정보만 제공해 달라.

◇ 이식 비용은 어떻게 되나
신장이식의 경우 뇌사자의 장기를 제공받을 경우 O형은 6만 달러, 다른 혈액형은 5만 5천 달러 정도다. AB형은 1천 달러 정도 깎을 수도 있다. 생체 장기이식의 경우는 가격이 더 비싸다. 7만 달러다. 간장은 10만 달러 정도다.

◇ 장기는 어디서 제공하나
보통 사형수 장기와 뇌사자 장기다. 중국 공안국과 향 단위 행정조직의 승인을 받으면 생체 장기 공급도 가능하다.

◇ 관련법 제정 이후 외국인이 장기이식 못 받는다던데
맞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중국인 명의를 빌려서 수술을 받으면 문제없다.

중국 우한 퉁지(同濟) 병원과 한국 장기 브로커 사이에 체결한 업무협약서. 한국 환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중국 위생국 당국은 외국인의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인 명의 빌려 불법 수술

A씨는 상해 한국부 사무실 소속이라고 밝혔다. A씨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간병인과 관리직을 포함해 30여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 측 병원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병원팩스를 업무용으로 사용했고, 사전답사제도를 운영해 이식병원 에 대한 답사까지 시키는 등 환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A씨는 자신이 소개하는 광서성 남영 서강병원과 광동성 광주 제2인민병원 등이 위생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공포돼 5월부터 시행된 인체기관이식조례(人體器官移植條例)에는 “의료기관이 장기이식수술을 시행함에 있어서 필요비 이상의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 “생체 제공을 할 수 있는 경우 친족과 기타 부양관계에 있는 사람에 한한다” 고 되어 있다.

또 지난 해 11월 신화사가 보도한 바와 같이 “외국인이 여행자 신분으로 입국해 장기이식 받는 것을 금지한다”는 위생부 황제푸 부부장의 발언도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이식 카페에는 자신들의 “공신력”을 증명하기 위해 각 병원과 한국부 사무실이 체결한 업무협약서가 버젓이 걸려 있다. 협약서에는 “한국부 사무실은 한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거대 장기공급원을 암시하는 증언들

A씨는 신장이식에 평균 20일, 간장 이식은 더 빠른 시일 내 가능하고, 장기 출처는 대부분 뇌사자와 사형수라고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연례보고에 따르면 중국에 2000년~2005년 사이에 처형된 사형수는 평균 1618명이라고 보고했다. 1600여 명의 사형수로는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장기이식을 감당할 수 없다.

더욱이 뇌사자는 뇌사상태에 빠진 후 2주 안에 심장사에 이르고 뇌사자의 장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 3의 장기 공급원의 존재가 설득력을 갖게 된다. 다른 국가에서 장기이식이 장기 공급자가 발생할 때 실시되는 데 비해,

중국은 장기 수요자가 있으면 수술이 바로 진행된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캐나다 조사단과 각국 인권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는 파룬궁 수련생 장기적출 여부에 대해 중공 당국은 아직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독일 검찰이 중국 원장 장기이식을 알선한 “독일-중국 의료공사” 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이제 중국의 장기 수출은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