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단교 선언, 외교적 활로 모색하는 대만에 일격

최창근
2021년 12월 10일 오후 5:00 업데이트: 2021년 12월 13일 오후 1:23

대만 공식 수교국 14개로 줄어
니카라과, 중화민국과 1985년 단교, 1990년 재수교, 2021년 단교 반복
차이잉원 총통 “독재 진영 압력 속에서도 민주주의 지킬 것”

“니카라과 정부는 세계에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 합법적인 정부이며 대만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국 영토의 일부이다. 니카라과 정부는 오늘부로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어떠한 접촉이나 공식 관계를 맺지 않는다.”

데니스 몬카다(Denis Moncada) 니카라과 외교부 장관은 12월 9일(현지 시각),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2월 10일(현지 시각), 대만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다.

“중화민국(대만) 외교부는 니카라과공화국이 타이베이 시각 12월 10일, 우리 나라와 외교 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하여 매우 가슴 아프고 유감스럽다는 점을 밝힌다. 대만은 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니카라과와 외교 관계를 중단하고 협력·원조도 전면 중단한다. 대사관도 철수한다. 대만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나라와 교류하여 외교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 우리 정부는 지속적이고 충실하게 외교를 추진하여 국제 사회에서 생존 공간을 넓힐 것이다. 그리하여 대만의 응당한 국제적 지위를 획득할 것이다.”

이로써 대만과 니카라과의 공식 외교 관계는 종지부를 찍었다.

니카라과와 단교함으로써 대만의 공식 수교국은 15개국에서 14개국으로 줄어들었다. 그중 중앙아메리카·카리브제도에는 벨리즈, 온두라스, 과테말라, 아이티, 세인트루시아, 세인트키츠 네비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파라과이 등 전체 수교국의 과반이 넘는 8개국이 있다.

탕펑(唐鳳·영어명 오드리 탕)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국 대만 대표 등이 ‘대만’을 대표하여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점에 이뤄진 니카라과의 일방적인 단교 선언은 시기적으로 의미심장하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외교적 보복으로 해석된다.

실제 뤄빙청(羅秉成) 대만 행정원 정무위원 겸 대변인은 니카라과의 단교 선언에 “매우 유감스럽고 화가 난다. 우리 나라의 존엄과 위상을 지키기 위하여 상응하는 외교적 조처를 할 것이다. 대륙(중국)의 요인이 이 문제에 개입돼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6년 5월, 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중국은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에 집중해 왔다. 특히 대만 수교국 중 비중이 높은 중남미 지역 국가들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상투메 프린시페(2016년), 파나마(2017년), 도미니카공화국·부르키나파소·엘살바도르(2018년), 솔로몬제도·키리바시(2019년)가 차례로 대만과 단교했다.

단교 도미노 속에서 차이잉원 총통도 순방 외교를 펼치며 단교를 저지했다. 2017년 차이잉원 총통은 온두라스·니카라과를 수교국 국가원수 자격으로 공식 방문하였다. 그러나 올해 니카라과의 단교 선언으로 빛이 바랬다.

대만(중화민국)과 니카라과는 중화민국 초기부터 외교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30년 5월 중화민국 정부는 주니카라과 총영사관을 설치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의 대만 천도 후에서도 양국 관계는 유지됐다. 그러다 1985년 단교했다 1990년 복교(復交·재수교)했다 2021년 다시 단교한 것이다.

두 번의 단교는 모두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 현 대통령 재임 중 결정됐다. 오르테가는 1985~1990년 대통령으로 재임했고, 17년의 공백 끝에 2007년 재집권했다. 재취임 후 대통령 4연임이 가능하게 헌법 개정을 하여 2027년까지 20년을 ‘합법적’으로 집권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니카라과는 이제 중남미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 번째 독재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12월 10일 니카라과와 공식 단교 후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의 민주주의가 성공하면 할수록 국제적 지지가 높아지는 반면, 독재 진영으로부터 압력도 거세진다. 외교적 압박, 무력행사를 비롯한 갖가지 위협에도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고 세계로 나가 국제 민주사회에 참여한다는 대만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