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단교한 니카라과 “대사관, 중국에 넘기라” 통보

최창근
2021년 12월 28일 오후 7:56 업데이트: 2021년 12월 28일 오후 8:01

니카라과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 천명하며 대만에 단교 선언
단교 후 구 대만대사관 등 외교자산 중국에 소유권 이전 시도

12월 10일, 대만에 단교를 선언한 니카라과가 구 대만대사관 건물을 몰수하여 중국에 넘기겠다 선언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대만과 단교 발표 직후, 수도 마나과 소재 대만대사관 외교관과 가족들에게 2주 후인 12월 23일까지 퇴거할 것을 통보했다.

대만 외교부는 대사관 청사를 천주교 마나과 대교구에 1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12월 22일, 변호사 공증 하에 소유권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대만 외교부는 “단돈 1달러에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기부로서 천주교회가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대만 측은 대사관 관용 차량, 사무장비 등도 공증 절차를 거쳐 매각했다.

대사관 매각 소식을 접한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대사관 건물을 몰수하여 중국으로 소유권을 넘길 것”을 것을 지시했다.

니카라과가 인정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 대표권이 종전 ‘중화민국’(대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으로 넘어가면, 과거 대만이 소유했던 대사관, 기자재 등은 모두 중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간다는 논리였다. 니카라과 검찰은 12월 26일 자 성명에서 “대만이 니카라과 주재 대사관 자산을 임의로 사실상 기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니카라과의 자산 압류는 ‘빈 협약’(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비엔나 협약 제45조는 ‘국가 간 외교 관계가 단절되더라도 한 국가에 남아 있는 상대 국가 공관의 재산과 기록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12월 27일 성명을 내고 “우리 공관 재산을 빼앗는 니카라과 정부의 중대한 위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중국 공산당은 우리나라의 국유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규탄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와 니카라과 천주교회가 니카라과 정부와 중국 정부의 악행을 함께 규탄하여 민주 대만과 천주교회를 탄압하려는 독재와 중국 전체주의 정부에 맞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야 한다” 촉구했다.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대사관 압류는 “불법 점거, 불법 소유권 이전이며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며 엄중 항의의 뜻을 밝혔다.

니카라과의 대사관 압류 건에 대해서는 대만 야권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당 국제부 주임을 맡고 있는 황제정(黃介正) 단장(淡江)대 교수는 TVBS에 출연, “대사관 건물 등은 우리 대만 국민의 것이고, 세금으로 마련한 대만 자산이다”고 니카라과 정부의 압류 조치를 성토했다.

황제정 교수는 “대사관 처리 방식은 1979년 대만 미국 단교 시 미국 내 대만 외교 자산 처리를 참조해야 한다. 당시 배리 골드워터 연방 상원의원 주관하에 워싱턴 미국대사관, 대사관저, 무관 숙소 등을 20달러라는 상징적인 금액에 ‘자유중국의 친구협회(自由中國之友協會)’에 소유권을 이전하여 실질적인 소유권을 보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만은 단교 때마다 대사관 등 외교자산 처리로 곤란을 겪었다.

1964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프랑스는 파리 소재 구 대만대사관을 비롯한 대만 정부 자산 중국 양도를 결정했다. 파리 중심부 조르주 생크가의 대만대사관을 친대만계 화교들이 점거하고 퇴거를 거부하자 경찰력을 동원해 진압한 후 중국에 양도했다.

1972년 대만과 단교한 일본도 기존 대만정부 자산의 중국 귀속을 결정했고, 대사관 퇴거를 거부하는 직원들을 경찰력으로 강제 해산했다.

한중 수교, 한-대만 단교 과정에서도 명동 현 중국대사관(구 대만대사관) 등 외교자산 처리 문제가 관건이었다.

대만 정부는 단교 전 명동 대사관을 매각하거나 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 이전을 시도하였으나, 한국 국가안전부 등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명동 대사관, 부산 총영사관저 등 외교 자산은 중국으로 소유권이 양도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프랑스, 일본에서처럼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1979년 미국과 단교 시, 대만 정부는 미국 내 외교 자산을 상징적 금액에 친대만 단체에 양도하여 중국으로 소유권 이전을 막은 사례가 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여 중국 내 미국 자산 동결 등 외교적 보복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