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실수는 한다” 어른들이 참고하면 좋을 전현무와 무신사의 ‘레전드 사과문’

이서현
2021년 01월 19일 오후 10:4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54

요즘은 공인이나 기업의 사과문을 종종 보게 된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누군가의 잘못된 언행이나 대처가 빠르게 공유되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냥 잊히길 바랄 수도 있다.

지금의 대중에게 그런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는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쳤음을 알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도 해결책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사과문으로 오히려 화를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가령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는 하겠다’라는 심정으로 썼구나 하는 게 보이는 경우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경우 이런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또 남의 사과문을 베껴와 진심을 담지 않는 게 들통나는 경우도 있다.

KBS2 ‘해피투게더4’

이런 의미에서 레전드로 꼽히는 것이 방송인 전현무와 패션 커머스 기업 무신사의 사과문이다.

전현무는 과거 예능을 통해 KBS 재직 시절, 아나운서 중 시말서를 제일 잘 쓴다고 밝힌 바 있다.

잘못한 정도에 따라 진심을 전달하고 읽는 사람의 감정을 고려한 시말서 작성 팁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SBS 연예대상’ 진행을 맡은 전현무는 대상 후보자 강호동에 “활약이 없었다”는 등의 말과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언행으로 질책을 받았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

다음날 전현무는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더욱 부끄러운 것은 여러분이 이렇게 지적해주시기 전에는 제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라며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현무 인스타그램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언급하며 강호동에게 직접 전화로 사과했음을 알렸다.

이어 강호동이 괜찮다고 다독여 줬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경솔한 실수였습니다”라며 진심으로 뉘우쳤다.

그는 이번 잘못을 지적한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신사 광고

무신사는 지난 2019년 양말광고를 하며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무신사는 곧바로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며 “역사의식이 결여된 부적절한 표현의 게시글이 당사의 소셜미디어에 등록됐다”라며 “콘텐츠 검수 과정에서 해당 사건의 엄중한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앞으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콘텐츠 제작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무신사의 사과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을 통해 유족과 사업회 관계자에 직접 사과할 기회를 요청했다.

이후 무신사 대표이사와 사업본부장 3명, 콘텐츠 편집팀장이 박종철기념전시실이 있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사무국장의 안내로 박종철 열사가 고문받은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하고, 박종철 열사의 희생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또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앞으로 취할 사후 조치, 후원금 전달 등에 대한 계획을 전달했다.

실제로 사과문에도 해당 콘텐츠를 만든 담당자들의 정직 및 감봉과 직무변경 등이 언급됐다.

무신사는 또 EBS 소속 최태성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민주화운동에 대한 강의도 진행한 사실을 알렸다.

문장마다 진심어린 마음이 담겼고, 그를 행동으로 옮긴 사과문이었다.

누리꾼들은 “전현무 싫어하는 사람도 입막음하게 해주는 사과문” “꼬투리 잡을 게 없네” “똑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길” “사과다운 사과” “보기 드물게 잘 썼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