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멍구 방송국 직원 300명, 몽골판 사발통문 공개 “언어 말살 반대”

한동훈
2020년 09월 10일 오후 5:38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14

네이멍구 TV 몽골족 직원 3백여 명이 강압적인 민족 억압 정책에 항명하며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지역 교육 당국이 9월 신학기부터 몽골어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방송국 직원들도 몽골 주민들이 벌이는 항거에 동참한 것이다.

서명 모습을 찍은 영상에는 벽면에 ‘당 매체는 당을 바짝 따라야 한다’(黨媒姓黨)고 쓴 현판이 걸렸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관영매체에 요구한 지시사항이다.

네이멍구 방송국은 중국 공산당 네이멍구 자치구 위원회 선전부 소속 정부 기관이다.

직원들이 실명으로 쓴 항명 서한에서는 “이번 교육 정책은 위헌”이라며 철회를 요청하고 그 아래에는 원형으로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어 민족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드러냈다. 원형은 몽골의 전통 문양인 태양과 달을 상징한다.

네이멍구 방송국 직원들이 공개한 서명 장면 | 영상 캡처

네이멍구의 몽골족은 중공 당국의 강압적인 정책에 지금껏 순응하며 살았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용기 있는 몽골족” “단결, 감동”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겪게 될 고초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몽골어를 네이멍구의 몽골족에게 ‘외국어’로 가르치겠다는 당국의 교육정책을 몽골족들은 인종과 문화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자녀들이 다니는 교육 현장에서부터 문화말살 정책을 펴겠다는 방침에 주민들 모두가 일어서는 분위기다. 억눌렀던 민족적 자긍심과 민족의식이 되살아났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당이 없다면 불공평도, 야만도, 혼란도 없을 것이다. 혼란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네이멍구가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고 썼다.

네이멍구 방송국 직원들이 공개한 서명 장면. ‘당 매체는 당을 바짝 따라야 한다’(黨媒姓黨)고 쓴 현판이 보인다. | 영상 캡처

네이멍구 당국은 중국인과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등교를 독려하고 정책을 수용한다는 서명을 하도록 하는 한편, 저항하는 몽골족을 강경 진압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수백 명이 체포됐으며, 네이멍구 곳곳에는 수십 대의 장갑차가 투입돼 주민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퉁랴오시 공안은 소란죄로 최소 23명을 지명 수배했고, 이들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면 건당 천위안(약 17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공고문도 온라인에 게재했다.

이와 관련, 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은 “몽골인의 모국어 보존이라는 민족적 권리를 존중해달라”고 중국에 촉구하고 전 세계 몽골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