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내각 총사퇴…아동 보육정책 착오로 다수 가정 이혼·파탄

이윤정
2021년 01월 18일 오후 3:55 업데이트: 2021년 01월 19일 오전 6:33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네덜란드 내각이 15일(현지시각)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보육 보조금 부실 관리로 수많은 가정에 막심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안긴 데 따른 결정이다.

2010년 이래 줄곧 총리를 지냈던 뤼터 총리는 이날 사임서를 네덜란드 국왕 빌렘 알렉산더르에게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치욕스러운 스캔들”이라며 사죄했다.

네덜란드는 현재 4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 국가로, 뤼트 총리가 이끄는 전통적 우익 자유민주당을 중심으로 기독교민주연맹, 민주66당(D66), 2000년 창당한 기독교연맹이 연합해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세무 당국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수만 가구가 보육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며 수천 명의 부모를 사기혐의로 기소하고 가구당 수만 유로씩 상환하도록 했으나, 의회 조사 결과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가정이 상환금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로 심리적 고통을 겪었고, 적잖은 가정이 실직하거나 파산해 이혼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네덜란드 의회는 조사 보고서에서 각 가정에 무죄를 입증할 기회도 주지 않고 거액의 상환금을 부과한 것은 “전례 없는 불공정 행위”라며 “정부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는 올해 3월 17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뤼터 총리는 사퇴 후에도 당분간 중국 공산당(중공) 바이러스 방역 책임자로 남아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야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올바른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네덜란드 좌파 녹색당의 제시 크라베르 대표는 15일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시작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복지국가를 재건해야 할 때”라고 썼다.

‘독일의소리’ 방송은 보육 지원금 환수 조치로 가정 파탄을 겪은 한 가장을 인터뷰하며 이번 사태의 파장을 자세히 보도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요리사인 로저 데릭스(46)는 “세무서에서 6만 유로를 환수했다”며 “이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경제적 압박을 받은 게 이혼의 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세무서에서 우리 집으로 찾아와 냉장고를 가져가고 차를 가져가고 월급의 40%를 압류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피해를 입은 약 1만 가구에 보상금으로 최소 3만 유로(약 4천만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