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초라해요” 독립운동가 아버지 둔 딸이 죽기 전 펑펑 눈물 쏟으며 남긴 말

황효정
2020년 08월 14일 오전 10:5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2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미국으로 건너간 독립유공자는 독립운동을 후회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남겨진 이들의 역사’라는 주제로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김동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작가는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을 찾아가 사진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김 작가는 “뉴욕에서 만났던 분인데, 청산리 대첩의 마지막 생존자셨던 이우석 선생님의 따님이 살고 계세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우석 지사는 무장독립운동단체 ‘북로군정서’ 분대장으로 청산리 전투에 참전한 독립운동가다. 만주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 중 마지막 생존자이기도 하다.

광복 후, 희망을 품고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행상과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고 1990년에서야 건국훈장을 받지만 1994년 세상을 떠났다.

이우석 지사의 딸, 이춘덕 여사는 이후 자신의 딸이 사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김 작가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눈물부터 쏟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분의 따님이 ‘엄마, 독립운동 때문에 오셨대’라고 저를 소개한 거예요.

그러자마자 막 우시는 거죠. 독립운동 소리에. 한 30분을 우시더라구요.

나중에 알았지만, 저를 국가보훈처에서 나온 사람인 줄 알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참 눈물을 흘리던 독립운동가의 딸, 그 눈물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춘덕 여사는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만주에서 태어나 온갖 고생을 아버지와 함께 겪었다.

해방 후, 6·25 전쟁 중 이춘덕 여사의 어머니가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났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6·25 전쟁이 끝나고 아버지는 새장가를 들었고, 아들을 낳았다.

독립유공자의 권리와 혜택은 장남인 그 아들이 승계하게 됐다.

본인이 혜택을 못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모진 세월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서글픔과 외로움 때문에 힘겨웠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펑펑 눈물을 쏟던 이춘덕 여사는 고백했다.

“미국까지 와서 자식한테 얹혀사는 삶이 너무 초라해요.

예전에는 우리 아버지가 참 훌륭한 분이란 자부심 하나로 살았어요.

그런데 점점 그게 아닌가 봐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중 75.9%가 비경제 활동인구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생계가 어렵다는 의미다.

올해 초, 이춘덕 여사는 세상을 떠났다.

이춘덕 여사의 유해는 지난달 고국 품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