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보잉 777, 737 기종에 중국산 불량 부품 들어간다”

제니퍼 정
2019년 03월 30일 오후 3:42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전 11:30

보잉 737 맥스 제트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보잉 항공기와 관련한 내부 고발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보잉 항공기 컨트롤 시스템 하청업체의 전 동아시아 공급망 관리자였던 내부 고발자가 지난 3년간 자신을 괴롭혀온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나섰다. 바로 항공기용 소재가 아닌 다른 재질로 만든 중국산 불량 부품이 운행 중인 보잉 777과 737기종에 설치됐다는 것이다.

찰스(차오셩)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무그 항공기(Moog Aircraft)에서 근무했다. 2006년, 그는 무그 차이나 공급망을 마련하고 모든 부품 공급업체를 직접 감사하고 승인했다. 그러나 찰스가 현재 불량 부품을 제공했다고 밝힌 업체 한 곳만은 예외다.

그는 무그, 보잉, 미 연방항공청(FAA), 미 교통부, 미 의회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불량 부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려고 했다. 미 연방항공청은 찰스가 우려한 사항 중 두 가지는 입증됐으나,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고 파악했다.

그는 이 문제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민항공사, 심지어 상하이 공안국에도 보고했다.

지난 2018년 2월 NBC와의 인터뷰에서 찰스는 “값싼 제작 공정을 채택한 제3의 중국 업체에서 생산한 부품이 무그에 공급됐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찰스는 “수소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부품을 가열해야 한다. 그러면 부품이 완전하게 견고해진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수소가 부품에 흡수되는데, 그렇게 되면 부품이 잘 부러지기 때문에 고장이 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위험성과 함께 FAA가 입증한 또 다른 위반 행위를 NBC에 이야기했다. 보잉 777 스포일러에 들어가는 가열되지 않은 부품에 관한 것이다.

찰스는 문제의 부품은 이륙, 조기 비행 및 착륙 시 사용되는 보잉 777과 737 기종의 스포일러 시스템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이라고 밝혔다.

놀라운 결과

찰스는 2015년 무그의 공급업체 중 한 곳인 중국 장쑤성의 쑤저우 신홍기정밀부품 유한공사(NHJ)가 저렴한 불량 부품을 사용한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부터 보잉 737 항공기 내 화장실의 단독 소싱업체이자 NHJ의 항공우주산업 단독 고객사인 항공 제조사 B/E 에어로스페이스와 이 문제를 확인했다.

NHJ가 원재료 증명서를 위조하고 불량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B/E 에어로스페이스의 제품에 고장이 발생하자 B/E 에어로스페이스는 2013년 NHJ의 부품 구매를 중단했다.

찰스는 무그 항공기의 관리자인 자신에게 공급업체를 감사할 권한이 있었던 만큼 공급업체의 부품 및 품질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에게 있었다고 했다.

그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NHJ가 원재료 구매 기록을 위조했을 뿐만 아니라 무그에 판매할 부품을 이름 없는 하청업체에 외주를 준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FAA에 알렸다.

찰스는 본지에 “NHJ가 무그/보잉 거래 건을 이름도 없고 승인도 받지 않은 업체에 외주를 주고 있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무그가 보잉에 공급한 물량 중 1/3이 불법 하청업체에 아웃소싱한 것이다. 난 기꺼이 이를 선서하고 증언할 것”이라고 했다.

FAA 조사

아웃소싱에 대한 찰스의 조사 결과는 2016년 9월 진행된 FAA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정보 공개법을 통해 입수한 FAA 메모에 따르면, 찰스가 제기한 다음 두 가지 혐의가 ‘입증’됐다.

하나는 무그의 공급업체 NHJ가 무그 기술 부품을 이름 없는 하청업체에 외주를 주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NHJ의 하청업체인 션하이는 카드뮴 도금 공정 전후로 해야 하는 부품 열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생산과정 기록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찰스가 제기한 나머지 7개의 혐의는 동일 조사 과정에서 “입증되지 않음”으로 처리됐다.

FAA는 ‘보잉사로 넘어간 불량 부품 273개가 보잉 777 항공기의 스포일러에 설치됐다’는 점도 확인했다.

필수 안전

찰스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NHJ의 많은 부품이 ‘고안전성’ 부품이며, 하나는 ‘최고안전성’ 부품이라는 사실이다.

후자(부품 번호: P665A0039–02)는 보잉 737 스포일러의 블로킹 혹은 마운팅 러그라고 불리는 부품이다. 이것은 ‘단일장애점(SPOF)’ 부품으로, 이 부분이 고장나면 전체 시스템이 고장 난다.

찰스가 제공한 구매 목록에 따르면, 무그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NHJ에서 단일장애점 부품 6986개를 구매했다. 찰스는 7천 개 정도면 600대 이상의 항공기에 쓰일 물량이라고 했다. 보잉 737 한 대당 10개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는 무그가 맥스 항공기를 포함한 보잉 737의 전체 모델의 단독 공급업체이며, NHJ는 보잉 737 스포일러의 해당 단일장애점 부품의 유일한 공급업체라고 했다. 그는 적게 잡아도 보잉 항공기 400대는 위험한 상태일 수 있으며, 이들이 아직도 운항 중이라고 보았다.

본지가 인터뷰 요청을 하자 무그는 찰스의 주장을 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인터뷰 요청에 대한 답변으로 찰스 씨가 언급한 무그의 부품은 737 맥스 여객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본지는 무그가 구매한 NHJ의 부품 58개 목록을 무그에 보내 해당 부품이 사용된 항공기를 분명하게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그는 이에 답변하지 않았다.

찰스는 “NHJ가 대체 자재를 사용한 이유는 가격이 1/3 혹은 1/2 정도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NHJ 측으로부터는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심각한 안전 위협’

찰스는 공급업체 개발 엔지니어(SDE) 두 명이 자신에게 ‘NHJ가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어 B/E 에어로스페이스가 NHJ와의 거래를 끊었다’고 보고했던 2015년 5월, 처음으로 부품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사안을 애초에 NHJ를 무그의 거래처로 연결했던 직속 상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상사는 이 문제를 무시했다.

찰스는 NHJ에 대한 몇 가지 감사와 조사 작업도 벌였다. 그 결과 NHJ가 항공우주산업의 기준을 어기는 ‘불법 자재 예약 MID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NHJ의 자재 식별 번호로는 승인된 원자재 벤더에서 소싱한 원자재 추적이 불가능했다. 그는 “이는 용인할 수 없는 불법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NHJ를 몇 차례 방문했고, NHJ가 해당 부품 원자재를 야외에 보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자재는 다른 자재와 섞인 채 라벨링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제조공정관리(WIP) 문서에는 자재 식별 번호조차도 없었다. 다시 말해, NHJ는 자사의 제조 공정에 대해 전혀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2015년 8월 7일, 찰스는 무그 항공기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팀에 해당 문제를 제보한 내부 고발자가 됐다.

그는 NNJ가 승인 벤더에서 구매한 제품 수량을 조작하기 위해 가짜 증명서를 사용한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사실을 승인 벤더를 통해 습득한 문서에서 알아낼 수 있었는데, 이 문서는 해당 벤더가 NHJ 측에 판매한 제품 수량을 기록한 것으로, 실제 판매 수량은 NHJ 측에서 구매했다고 주장한 수량의 1/3에 불과했다.

2016년 1월 12일, 찰스는 무그 CDO와 무그 항공기 회장에게 ‘놀라운 안전 위협’에 대해 알렸다.

2016년 1월 13일, 찰스는 이 문제를 미 FAA에 보고했다. 이날, 찰스는 해고당했다.

무그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얼마 전에 통지했던 글로벌 재개편’의 일환으로 찰스와의 근로 계약이 종료됐으며, 이는 공급업체 품질에 대해 이슈를 제기한 것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FAA 메모에 따르면, 찰스의 보고서를 받은 뒤 FAA 조사관이 2016년 3월 29일, 뉴욕 이스트 오로라의 무그 공장을 방문해 ‘생산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무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그 측이 제공한 자재를 검토하고 ‘부품의 자재 성질을 재검사’하는 과정을 지켜본 FAA는 찰스의 주장을 ‘입증되지 않음’으로 결론지었다.

2016년 8월, 찰스는 더욱 ‘강력한’ 증거를 FAA에 넘겼다. 그는 NHJ가 보잉 737 스포일러에 사용되는 단일장애점 부품에 대한 문서를 위조한 사실을 FAA 측에 알리고 조사 재개를 요청했다.

FAA는 다시 조사에 착수했고, 찰스가 제시한 9개 혐의 중 2개가 ‘입증’됐다.

하지만 찰스는 입증된 혐의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않는 FAA의 처리 방식이 불만스러웠다. 그는 “FAA가 승인받지도 않고 열처리도 하지 않은 이들 부품을 계속 사용하도록 둠으로써 무그 및 보잉이 부품을 제거하고 재장착할 때 발생할 수백만 달러의 지출을 모면하게 해주는 상황에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본보가 찰스 내부고발 건에 대해 의견을 묻자 FAA는 이메일로 답변했다.

“FAA는 공개 입증된 혐의와 관련해 무그와 보잉 측에 내린 시정 조치가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하다고 확정했다. FAA는 조사 결과, 위험한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보잉 측으로부터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늦은 밤 침입

찰스는 NHJ가 문서를 위조하고 불량 자재를 사용한 범죄 행위를, 자신이 이전부터 계속해서 FAA 측에 요청했듯이, 범죄 수사관에게 회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추락 사건이 발생하자 찰스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피터 드파지오 미국 민주당 의원과 브라이언 마스트 민주당 의원에게 서신을 보내며 진상 규명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의회가 이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연다면 기꺼이 사비를 들여 미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증언하겠다고 했다.

찰스는 이 문제를 폭로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SNS와 사회적기업 웹사이트 change.org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더 많은 주류 언론이 이 이야기를 보도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찰스는 지난 3월 13일 아침, 상하이에 있는 자신의 집에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가 찾아왔다고 했다.

“경비원이 내게 우리 집 문이 열렸다고 말해 주었다. 확인하기 위해 내려갔는데, 두 문이 다 활짝 열려 있었다. 하나는 북쪽으로 난 마당 입구 문이었고, 하나는 남쪽에 있는 주택 문이었다. 나는 경찰을 불렀고, 우리 집에 누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경찰에 이야기했다. 문은 멀쩡했지만, 활짝 열려있었다. 도둑맞은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찰스는 집 안에 침입한 자들이 찰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로 보았다. 찰스는 그들이 NHJ의 부품과 관련한 문제를 세상에 폭로하려는 자신을 막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