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온다” 캘리포니아, 트렌스젠더 수감자들 여성 교도소로 이감

한동훈
2021년 04월 7일 오전 9:54 업데이트: 2021년 04월 7일 오전 11:36

미국에서 진보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에서 성 정체성에 따라 남녀 교도소를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됐다.

캘리포니아 교도소는 6일(현지시각) 지난 1월부터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남녀 교도소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동 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261명의 이감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보도한 미 매체 데일리콜러에 따르면, 신청자 대부분인 255명이 여성 수용시설로 이동을 요청했고, 남성 수용시설로 이동 신청은 6명에 그쳤다.

캘리포니아 교도당국인 교정재활부(CDCR)의 테리 손턴 부대변인은 데일리콜러와 인터뷰에서 “여성 수용시설로 이동을 요청한 255명은 트랜스젠더 여성(태생적 남성) 및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이들”이라고 밝혔다.

성 정체성에 따른 감옥 선택은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작년 9월 서명한 ‘트랜스젠더 존중, 기관 및 품위 법안'(SB 132)에 따른 것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수감자를 대상으로 트렌스젠더, 양성 및 그 밖의 성에 대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수용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또한 주 교도당국인 ‘교정재활부(CDCR)’가 성 정체성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개인을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나중에 제공해도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처음에 남성으로 수감생활을 하다가 마음이 바뀌면 여성 감옥으로 이송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 법안은 교도관이 수감자가 원하는 성별 대명사로 불러야 하며, 수감자가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 수용시설 중 어느 한 곳에 수감될지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차우칠라 여성 교도소 수감자들 | Polaris

캘리포니아 교정재활부는 성 정체성에 따른 시설이동 신청을 한 건도 거부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21건을 승인해 일부 트랜스젠더 여성 수감자들이 차우칠라에 있는 캘리포니아 중앙 여성 교도소로 이감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주택단지 형태로 수감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교정재활부 손튼 부대변인은 21명의 신청자 중 일부만 이송된 이유에 대해 “그중 2명은 중간에 마음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일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자신의 성 정체성을 트랜스젠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 간성 등으로 주장한 이들은 1129명”이라고 전했다.

트랜스젠더들이 성 정체성에 따라 교도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은 전통적인 개념에 따라 태생적인 성별을 따르던 수감자들, 특히 여성 수감자들에게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치로 트랜스젠더 여성(태생적 남성) 수감자들을 입소하게 된 차우칠라 여성 교도소 수감자들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자들이 온다”며 여성 수감자들이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성 수감자인 토미키아 존슨(41)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교도소 내에 산부인과 병동 같은 시설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남성 수감자들이 여성 교도소로 오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성 정체성에 따른 교도소 선택 정책이 수감자의 자가 보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가보고는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요법을 받지 않더라도 인정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신체적으로는 완전한 남성(혹은 여성)이더라도 자신은 ‘정신적으로’ 다른 성이라고 주장하면,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진보주의적 주장이 민주당 주도로 여러 주에서 법률과 제도로 구현되고 있다.

코네티컷과 매사추세츠에서도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수감자들의 성 정체성에 따라 감옥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된 상태다.

반면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선수 경기 참가를 원천 차단하는 입법을 추진하거나 성 정체성 주장을 제한하는 목소리를 내며 전통적인 남녀 구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교정재활부 손튼 부대변인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수감자들의 우려와 관련해 “회의와 토론으로 모든 두려움을 불식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법의 집행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