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창문에 ‘빨간 장미’가 활짝 피었습니다

김연진
2020년 06월 12일 오후 5:3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17

서슬 퍼런 제5공화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헌신했던 민주 투사들은 이곳에 끌려와 피를 흘려야 했다.

6.10 항쟁 33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창문에 빨간 장미꽃이 달렸다.

연합뉴스

장미꽃은 독재 정권 당시 저항의 상징으로 꼽혔다. 故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하다가 숨진 509호에 이 장미꽃이 활짝 피었다.

지난 10일 MBC 뉴스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남영동 대공분실을 직접 찾아 헌화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연합뉴스

남영동 대공분실의 고문실 중에서도 유독 창문이 작고 좁은 509호.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 끝에 산화(散花)했던 곳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고문 피해자들의 고통을 떠올리며 무거운 표정으로 헌화했다.

그러면서 “이 불행한 공간을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위대한 기적”이라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 1976년,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던 김수근에 의해 설계됐다. 건물 전체가 공포와 고립감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민주 투사들은 불법 감금, 고문, 폭행 등을 당하며 피를 흘렸다. 국가 폭력의 상징이자 민주주의 역사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8년부터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해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의 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