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홍수, 북부 가뭄, 병충해까지 덮친 중국…식량 위기 ‘빨간 불’

하석원
2020년 08월 15일 오후 12:13 업데이트: 2020년 08월 17일 오전 10:03

후춘화(57)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달 중국 각 지방 고위 관리들을 만나 올해 농작물 파종과 수확량이 줄지 않게 하라고 촉구했다.

후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식량안보회의에서 “이 요구를 지키지 않을 시 해임을 포함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확량에 따라 관리들을 처벌하겠다는 공산당 특유의 상식을 벗어난 강압적 지시 배후에는 식량부족에 대한 상당한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앞서 22일에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가 지린성 동북부를 방문해 “곡물 생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마찬가지로 식량 부족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또한 지난달 초 중국 국가곡물유통정보센터는 2020~2021년 회계연도 옥수수 공급이 전년 대비 2500만톤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전 추정치 1200만 톤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어 한 달 뒤인 8월 곡물유통정보센터는 프랑스, 러시아, 리투아니아, 카자흐스탄에서의 밀 수입 계획을 발표했다. 줄어든 밀 생산량을 수입산으로 채우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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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춘화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브라질 기업인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MADOKA IKEGAMI/POOL/AFP via Getty Images

올해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중국 당국은 감염 차단을 위해 1월 말부터 모든 농가에 집에 머물도록 했고 2개월 뒤인 3월 말부터 제한적인 외출을 허용했다.

폭우에 휩쓸린 남부 곡창지대 벼농사

6월 초부터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폭우가 중부와 동부로 확대됐다. 북서부와 북동부 일부 지역에는 가뭄이 발생했다. 여기에 메뚜기나 나방과 같은 해충도 농작물을 덮치면서 올해 수확량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는 후난, 후베이, 장시, 안후이, 장쑤, 저장, 쓰촨, 충칭, 구이저우, 광둥, 광시, 윈난, 푸젠 등 13개 지역에서 벼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이들 지역 모두 6월부터 한 달 이상 지속된 폭우와 홍수로 상당한 피해를 받았다.

남부지역 곡창지대에서는 보통 2모작, 때로는 3모작을 한다. 3모작의 경우 3월 파종 6월 수확(1기), 5월 파종 9월 수확(2기), 6월 파종 10월 수확(3기)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폭우가 6~7월에 쏟아지면서 전체 3기 모두 영향을 받게 됐다.

장시성 포양현의 농민 리모씨는 지난달 18일 에포크타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지역의 1기 농사는 수확 직전에 망했고, 2기도 중간에 홍수로 벼가 다 망가졌다. 3기 파종은 시기를 놓쳤다”고 망연자실해 했다.

후난성 농민 천모씨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올해 우리 마을 농민들은 수확이 없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마을 농민들이 홍수로 인해 소득은커녕 끼니 때울 양식마저 걱정스러운 지경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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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중국 장쑤성 양저우의 한 농촌에서 모내기하고 있다. 2018년 6월 6일 | VCG/VCG via Getty Images

중북부 밀·옥수수 농사 가뭄 피해 극심

폭우로 망친 남부의 벼농사뿐만 아니라 중북부의 밀 농사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밀 소비국인 중국의 밀 농사는 5월 말에서 6월 초가 수확기다. 그중 허난성이 중국 전체 밀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허난성을 비롯한 내몽골, 간쑤,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북부는 가뭄 피해가 심각하다.

중국 민간 곡물 도매 중계업체 CCTIN는 허난성 등 밀 생산지 현지 조사결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15~30% 감소했고 밀 품질도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내몽골, 간쑤, 신장위구르자치구도 올해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16일 내몽골 전체 면적의 50% 이상 지역에서 가뭄이 극심해 밀, 콩, 옥수수 농산물 작황과 축산업에도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간쑤성의 한 농민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 년간 올해 같은 가뭄은 처음 봤다”고 말했고, 신장위구르지역의 한 농민은 온라인에 말라비틀어진 밀 영상을 올리고 “다 죽었다. 올해 수확량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랴오닝성에서는 동북지역 옥수수 3분의 2가 말라 죽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메뚜기떼 출몰, 나방 급증 등 병충해

중국 서남부 윈난은 지난 6월 말부터 라오스에서 날아온 메뚜기떼가 자리를 옮겨가며 농작물을 갉아먹고 있다.

농림부는 7월 말부터 메뚜기떼 소탕 작전을 펴고 있지만 8월 중 라오스에서 메뚜기떼가 계속 유입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부 광시와 후난, 동북부 지린, 헤이룽장에서도 메뚜기떼가 나타났고, 산둥, 안후이, 장쑤, 허난에서는 옥수수를 먹는 나방 떼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