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믿어봐라” 극단적 선택하려던 청년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경찰관의 한마디

정경환 기자
2019년 09월 13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21

파출소에 치킨을 들고 찾아온 청년과 그를 꼭 안아준 경찰, 이 둘의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 둘의 인연은 지난달 8일 오후 7시 35분경 ‘친구가 자살하려고 한다’는 신고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연합뉴스

신고를 접수한 부산 진서 개금파출소 대원들과 소방대원들은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원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손 씨(23)를 마주하게 됐다.

손 씨는 “경찰관들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외쳤고 강력계 형사 출신의 서병수 경위는 그 청년이 그냥 겁주려고 하는 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서 경위는 출동한 인력을 모두 철수시킨 뒤 동료 한 명과 방 안으로 들어가 1시간 30여 분간 손 씨를 설득했다.

손 씨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지내면서 나쁜 길로 빠지기도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서 경위에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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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개월 동안 취직도 안 돼 며칠간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했던 손 씨를 보며 서 경위는 손 씨와 또래인 20살 아들이 떠올랐다. 서 경위는 “내가 도와주겠다 그러니 제발 나를 마지막으로 믿어봐라. 취업도 알아봐 주고 끝까지 도와주겠다”면서 손가락 약속까지 했다.

결국 마음을 연 손 씨는 서 경위를 따랐고 이 둘은 인근 국밥집에 가서 끼니를 해결했다. 서 경위는 “밥은 굶지 말아야지”라는 말과 함께 5만 원을 손 씨 주머니에 넣어 주기까지 했다.

집으로 돌아온 손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서 경위는 이후에도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 그를 격려했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 있는 인테리어 회사를 소개해주고 면접 보러 가는 날 기차표까지 끊어 주기도 했다.

면접을 무사히 마친 손 씨는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하게 됐고 부산에 있는 공사 현장에 출장을 오게 됐다.

항상 서 경위에 대한 은혜를 안고 지내던 손 씨는 일을 마치고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치킨 세 마리와 양말을 사 들고 개금 파출소를 찾았다.

부산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파출소에 들어오는 손 씨를 본 서 경위는 그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 “돈도 없을 텐데 치킨은 왜 사 왔냐”는 서 경위의 말에 “해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웃었다.

서 경위는 한 인터뷰를 통해 “그가 그런 말을 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강력반 형사로 일할 때도 많은 아이를 접했지만 손 씨의 경우 원천적인 것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손 씨와 같은 아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끝까지 돌봐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연은 손 씨가 부산경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며 지난 11일 알려졌고 이 글에서 그는 “일은 고되지만, 기술을 배우며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제 친구, 부모님이 돼 준 서 경위님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