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령부, 미 해군 6함대 사령부 휘저은 러시아 여성 스파이

최창근
2022년 08월 28일 오후 1:32 업데이트: 2022년 08월 28일 오후 4:03

러시아 출신 여성 스파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진, 미국 해군 제6함대 등 서방권 핵심을 대상으로 간첩 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 26일,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는 영국 탐사전문 온라인 매체 ‘벨링캣(bellingcat)’, 독일 저명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디 인사이더(The Insider)’와 공조하여 10개월간 탐사한 끝에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들은 해당 여성이 “러시아 정부의 지령을 받고 활동한 스파이다.”라고 했다.

탐사보도 참여 매체들은 오픈 소스, 공개 접근 가능 아카이브, 유출된 러시아 데이터베이스, 스파이 용의자 관련자 심층 인터뷰를 기반으로 취재했다.

러시아 스파이로 암약한 여성은 ‘마리아 아델라’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는 2009~11년 이탈리아 로마, 지중해 도서(島嶼)국 몰타를 오가다 2013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 정착했다. 나폴리에는 나토 합동군사령부가 있다. 역시 나폴리에 기지를 둔 미국 해군 제6함대의 임무는 미국 유럽군의 일부로서 지중해 전역, 대서양 동부 경비와 더불어 나토군 지원 임무도 수행한다.

나폴리에서 아델라의 ‘공식 직업’은 보석상이었다. 그는 총무를 맡은 사교 클럽을 통하여 단기간에 나폴리 주둔 나토합동군 사령부, 미국 해군 제6함대(지중해 주둔) 주요 장교들과 친분을 맺었다. 특히 아델라는 나토 합동군사령부 데이터베이스·운영시스템 관리자와 밀접한 관계였다고 탐사보도 전문 매체들을 보도했다.

아델라를 만났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그가 6개 국어에 능통하고, 환한 미소와 검고 긴 생머리가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아델라가 나토, 미국 해군 제6함대 사령부 내부까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토와 미국 해군이 주관한 연례 무도회, 자선 행사 등 각종 사교 행사에 참석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토 합동군사령부와 미국 해군 제6함대 사령부는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만찬장에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술잔을 들고 웃으며 다가온 미모의 여성이 러시아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델라가 이탈리아에서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밀 정보를 빼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라 레푸불리카는 “어떠한 러시아 스파이도 나토 본진에 이렇게 깊숙이 침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스파이가 어떤 정보를 취득했는지, 남자친구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해킹 툴을 심어 놓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던 아델라가 러시아 스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한 것은 ‘러시아 여권’이었다. 아델라는 몰타, 이탈리아를 드나들며 총 3개의 러시아 여권을 사용했다. 문제는 3개 여권번호가 모두 ‘러시아군 참모본부 정보총국(GRU)’ 요원과 흡사했다. 해당 기관은 러시아 연방군 참모본부 직속 정보 기관으로서 국내외 군사정보 수집 이외에도 대외 비밀공작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미국 국방정보국(DIA)과 유사한 GRU의 활동이 세계의 이목을 주목시킨 것은 2018년 3월이다. GRU는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이용하여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했다. 2018년 9월, ‘벨링캣’ ‘디 인사이더’가 독살 시도 용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자 바로 다음 날 아델라는 나폴리를 떠나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러시아 데이터베이스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워를 활용해 추적한 결과 아델라의 본명은 ‘올가 콜로보다’였다. 라 레푸블리카는 “콜로보바의 오래된 여권 사진과 지난해 새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 사진을 대조해 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갑자기 사라진 콜로보바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고급 아파트 2채와 고급 승용차 아우디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2년 생인 콜로보바의 아버지도 스파이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앙골라, 중동 이라크·시리아 등에서 첩보활동을 수행하여 많은 훈장을 받은 예비역 러시아군 대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