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정 4년 연속 10조 원 이상 적자…올해도 68조 원 예상

이윤정
2022년 01월 24일 오후 10:07 업데이트: 2022년 01월 24일 오후 10:07

나라 살림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부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10조 원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적자 기록은 우리나라에서 통합재정수지를 산출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며 외환위기 당시보다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재정수지는 중앙 정부의 당해 연도 총수입 대비 총지출 금액으로서 한 나라의 살림 상태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1979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침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를 도입해 1970년부터 소급 작성해왔다.

행정안전부의 e-나라지표 및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간한 ‘한국 통합재정수지’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흑자를 기록하던 통합재정수지가 2019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 적자 규모는 12조 원이었고 2020년 적자 규모는 71조2000억 원으로 1년 만에 대폭 증가했다. 2021년은 집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11월까지 22조4000억 원의 적자가 난 상태이며 정부는 2차 추경 기준으로 90조30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68조1000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본예산에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54조1000억 원으로 추산됐지만, 정부가 지난 1월 21일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14조 원을 편성하면서 적자 예상 금액이 그만큼 더 늘어났다.

이처럼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으로 10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70년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IMF) 당시에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였지만 연속 기간은 3년이었고 액수도 최근 4년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적자 규모는 1997년 6조9000억 원, 1998년 18조8000억 원, 1999년 13조1000억 원이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적자 규모는 17조6000억 원으로 최근 적자 규모보다는 크지 않았다.

앞서 1971년부터 1986년까지 연속 적자였던 때도 있었으나 대부분 적자 규모가 1조 원 미만이었다.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던 1982년에도 2조2000억 원 수준이었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현재로선 68조 원대로 전망되고 있지만 적자 폭은 이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1월부터 14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35조 원, 국민의힘은 45조 원 규모로 추경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요구대로 추경 규모를 35조 원 이상으로 늘리면 적자 규모는 89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3월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또 추경을 편성하면 적자 규모는 100조 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역대 최대 규모 적자였던 2020년의 71조2000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19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도 적자 규모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밖에도 정부가 추경 재원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국가채무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12일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의하면 2026년 말 한국의 일반정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6.7%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51.3%보다 15.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IMF 전망에 의하면 이 기간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 비율 상승 폭은 IMF가 선진국(Advanced Economies)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가장 클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84.2→72.2%), 캐나다(109.9→89.7%), 독일(72.5→60.9%) 등 19개 나라의 채무 비율이 향후 5년 동안 내려가는 것과 반대다.

정부는 지난 1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14조 원 가운데 11조30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조7000억 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여유 자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6 ·25전쟁으로 정부가 어려웠던 1951년 이후 처음 이뤄진 1월 추경 편성인 데다 재원을 대부분 빚을 내 마련하면서 각종 국가 재정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올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채 발행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 대출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추경을 통해 정부가 돈을 풀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여야는 2월 3일부터 8일까지 상임위원회별로 정부가 이미 제출한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 심사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