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전기버스, 中 독식 막으려면 보조금 제도 개선해야”

이윤정
2020년 08월 4일 오전 11:43 업데이트: 2020년 08월 4일 오후 3:40

중국산 전기버스가 한국 전기버스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자동차 업계의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기업이 지난 3년간 한국 정부에서 받아 간 보조금은 8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서만 중국산 전기버스 68대가 국내에 들어왔다. 올해 한국에 도입된 전기버스 4대 중 1대 정도의 비율이다.

중국산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보조금을 노리고 성능기준만 통과할 정도의 저품질 제품을 들여와 저가공세를 펼치기도 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환경부로부터 보조금 지원 자격을 획득한 전기버스 40여 종 가운데 중국산 모델은 25종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자료 등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버스는 2018년 61대, 이듬해 146대로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버스 보조금은 환경부 보조금 최대 1억 원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저상버스(장애인을 배려해 차체 바닥을 낮게 제작한 버스) 보조금 약 1억 원, 지방자치단체별 추가 보조금 최대 1억 원 등을 합해 대당 2억~3억 원이 지원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와 관련 학계에서는 현행 전기버스 보조금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보조금을 차량 원가에 따라 비율로 차등 지급하거나 국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효율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이유로 우선 가격 차이를 꼽았다.

그는 “국산 전기버스가 4억 원대, 중국산은 평균 3억 원대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 막대한 산업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에 비해 국산은 부품이 비싸고 제작비, 인건비가 높은 고비용 저생산 구조라 단가를 낮추기 어렵다. 버스업체가 저렴한 쪽을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주는 비관세 장벽을 세워두고 있다. 한국에서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금 800억원을 내주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시장경제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 자국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막무가내식 정책을 펴는데 아무도 손을 못 댄다. 중국에 있는 삼성 SDI 배터리 공장에서 우리 기술로 중국산 부품을 써서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들고 중국에 일자리까지 창출했는데도 ‘메이드인 차이나’로 인정 안 한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차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기도 하고 대기업 회장이 갑자기 실종되기도 하는 나라 아닌가. 사회주의 국가이고 공산당 정부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몽둥이 든 깡패다. 별종으로 취급하고 중국 시장만 따로 분석해서 거래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불공정한 무역 관행…대중 의존도 낮춰야

중국산 전기버스들이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에 도입됐다고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 국내 도로에서 시민의 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에서 설계, 제조한 부품은 국산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이 잦은데 사후서비스(AS)가 안된다.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우리 제품과 달라 고장 나면 고칠 수도 없다. 해당 기술자가 직접 제품 가지고 와서 모듈을 바꿔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전기버스 도입 초기라 대수도 많지 않고 전기버스를 평지나 근거리 위주로 배차를 해서 고장이 별로 없지만, 중국산 버스가 늘어날수록 부품 수급이나 A/S 때문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선룽버스가 차량 하자로 철수하면서 차량을 구매한 업체가 난감해진 사례가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와이어링 하니스(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배선 뭉치) 수급이 중단돼 국내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한국 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지난해 발간한 ‘해외 주요국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은 자국 산업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의 전기버스 정책이 보급에 초점 맞춰져 있어 자국 산업 보호 측면이 약하다며 “중국이 기간산업까지 스며들고 있는데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왕서방 배만 채워주다가 주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필수 교수는 20여 년 전 대림대학교에서 자동차학과를 만들어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외에도 한국 전기차협회,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이륜차협회, 한국중고차 협회 등 대표적 자동차 조직을 10개 이상 이끌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등의 정책 자문, 세미나 주도, 방송 MC, 칼럼니스트 등 국내외에서 자동차 및 교통 전문가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