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中 정부 무엇 노리나

이지성
2011년 12월 20일 오후 7:49 업데이트: 2019년 07월 22일 오후 9:34


김정일 사망을 보도하고 있는 중화권 언론들 (사진=AFP)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20일 오전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김정일 사망과 관련 조의를 표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후 주석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 발표 다음날 오전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조문하는 등 신속하게 움직인 것은 북·중간 우호관계가 매우 공고하다는 점과 함께 중국이 북한 상황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이 ‘비상’ 상태에 빠진 만큼 향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간 북한 및 한반도의 안정을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다. 특히 중국은 북한과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지역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안정에도 긴요하다고 판단, 북한의 체제 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는 중국이 동북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다른 나라들이 북?중 협력관계를 흔드는 걸 내버려둔다면 중국의 이전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면 국익을 해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중국의 이전 노력이란 북한체제의 안정화를 도와줌으로써 북한 내 영향력을 강화해 자원착취 등의 이득을 보겠다는 것과 나아가 북한과의 국경분쟁에 있어 국경을 중국에 유리하게 재조정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된다고 분석된다.



환구시보는 이를 위해 “중국의 고위 관리들이 적당한 명분을 찾아 서둘러 북한을 방문해 이 같은 특수한 시기에 북한의 새 지도자와 소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의 안정적인 권력 교체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도 주장했다.



이 매체는 또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미국·일본 등에도 북한의 상황은 물론 그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적시에 통보하는 식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 유지를 강조한 부분은 중국이 표방한 ‘대국굴기’의 국경선 재조정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실제로 중국은 ‘동북공정’이란 역사 왜곡을 통해 수년 전부터 국경선 재조정을 준비해왔다. 중국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 위치한 백두산 주변뿐 아니라 압록강 내의 몇 개 섬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중국 북부의 넓은 지역을 정복했던 고구려와 관련된 부분을 중국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고구려를 중국 지방정권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2004년 6월 동북공정 사무처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 내용을 공개하면서부터 동북공정이 한·중 간 갈등으로 본격적으로 부각되었다.



동북공정과 관련한 한?중 간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중국은 2004년 8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6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실제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은 역사해석을 놓고 벌어진 의견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두 나라가 공개적으로 합의한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중국의 원칙 없는 외교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의 원칙 없는 외교 앞에서 중국 인접의 14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중국과의 국경분쟁 갈등을 겪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필리핀과 미얀마, 베트남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해상 영유권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의 경우 기본적인 영유권만을 주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즉, 중국 이외의 국가들은 자국 본토로부터 20km 내의 거리에 있는 영해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주장해 왔다. 중국만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원칙 없는 외교로 억지를 써온 것이다.



현재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앞으로 불안한 정국을 맞이하게 됐다. 중국은 이 상황을 결코 놓치지 않고 북한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베이징의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중국이 그동안 체면 때문에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견해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고위급 인사 방북이나 각종 북?중 접촉 때 김정은 후계체제를 인정하는 언행을 해 왔다”면서 “(이번에) 중국이 김정은 영도를 공식 언급한 만큼,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후계체제가 완성되기 전에 김 위원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중국에 의존할 것이 분명한 데다 중국 역시 김정은 체제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변동 속에서 중국 정부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는 전략적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