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무엇 노렸나

2011년 05월 26일 오후 5:07 업데이트: 2019년 11월 9일 오후 12:44

김정일 방중에 맞춰 중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을 통해 ‘북-중간 교류에 세계가 기뻐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전문가들은 중공정권이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한이라는 ‘불량 정권’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일은 작년 5월과 8월에 이어 이달 20일부터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해 여러 지역을 순회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1일 사설을 통해 특별열차를 이용한 김정일의 극비 방중을 ‘고위층간의 통로’라 치켜세우며, 이 통로가 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세계가 기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북-중 간 교류에 대해 “남북관계 완화나 북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유익하며 악순환에 빠지기 십상인 한반도 정세에 ‘중화제(中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를 중국 당국의 공적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비난하면서 “북한당국은 안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현 정권을 발전으로 가는 장애로 보기 때문에 북한이 군사와 경제 중 무엇을 먼저 중시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北정권 붕괴 베이징이 가장 두려워해”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잡지 ‘베이징의 봄’의 후핑(胡平) 편집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환구시보의 사설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 후 편집장은 “김정일 정권은 베이징의 지지 없이는 벌써 붕괴했을 것”이라며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북한정권의 붕괴”라고 했다. 또 “중국정부는 북한정권을 돌봐주는 악역을 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개혁을 촉구한다는 식으로 정의의 아군인 것처럼 꾸미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학자·변호사 등이 창간한 베이징 ‘독립중문필회(獨立中文筆會)’의 前이사장 장샤오강(張曉剛) 씨는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 “중국과 북한이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씨는 “중국 정부는 불량 국가인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내세워 서방국과 교섭할 때 항상 협상카드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씨는 “중공정권이 김정일 정권을 지지하고, 김정일 정권도 중공정권이라는 후원자가 있기에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중국정부는 북한의 ‘안하무인’을 이용해 국제사회에 북한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이 점을 이용해 서방과 거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식 개혁에도 김정일 정권은 무너진다

후핑 편집장은 또 원자바오 총리가 주장하고 있는 ‘중국식 개혁’은 북한정권에는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의 성과로 발생하는 민주화 운동을 북한이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22일 김정일 초청 배경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중국의 발전 모습을 이해하고 자국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후 편집장은 “김정일 정권이 경제개혁에 실패할 경우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김 씨 부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으며 중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 편집장은또  “김정일은 오직 자기 일가의 정권 장악을 지속시키고 싶은 마음뿐이다. 타인이 정권을 잡으면 자신이 숙청대상이 될 것이라고 늘 걱정하고 있다. 이것이 김정일이 빈번하게 중국에 얼굴을 내미는 이유다. 이번 중국 방문도 이러한 지원과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