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경제전문가 “반도체, 韓美 국가 간 상생·협력으로 가야”

이진백
2021년 09월 29일 오후 4:21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후 7:47

이태규 선임연구위원 국가의 이익이 곧 기업의 이익이 되는 시대
삼성, 비메모리 반도체 진출 위해 미국과 협력 필요
압박,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영향 적어올해 수출 최고치 기대

전 세계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자동차 수급 등 다른 산업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3일 미 백악관은 삼성전자, 인텔, 애플, TSMC 등 관련 기업을 초청해 반도체 공급망 회의를 열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반도체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중요한 문제”라 말하며 “회의 내용에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의사소통 및 신뢰 개선, 공급망 관행 개선도 포함됐다”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확정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으로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가 후보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에포크타임스는 28일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KERI)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삼성의 미국 투자에 대한 의미와 우리나라 산업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의 미국 텍사스주 투자가 국가적 차원의 정책인지를 묻자 “지금 세계의 큰 흐름은 국가 차원의 이익이 곧 기업 차원의 이익이 되는 시대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세계가 국가적 이익을 관측시킬 때 군사적 위협을 많이 했지만, 군사적 위협을 강행했을 때 본인도 상당한 타격을 입어야 하기에 옛날만큼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미국이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100조 원 규모의 군사자산 지원했지만 결국 미군이 철수한 사례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군사력을 통한 국가 이익의 시대가 저물고, 경제적 파워가 국가 이익을 도모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국가와 기업이 동일시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삼성의 경우도 국가와 기업의 이익을 같이 지키기 위해서 미국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백신 확보와 비슷한 맥락

올해만 세 차례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및 관련 기업들은 미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산업정책은 80~90년대까지는 국가가 나서지 않았지만, 이제는 미국이 본격적인 산업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백신 개발 및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나게 노력했다”며 “전 세계가 4차 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 산업이 더욱 중요한데 미국 입장에선 현재 수급이 부족해 산업적으로 타격이 받을까 불안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수급 문제가 백신을 확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최소한 1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게 4차 산업혁명, 소위 말해 언택트 기술과 자율주행 등 산업이 디지털화가 되었다”며 “코로나19를 기업이 예측하지 못해 기술 투자와 변화속도가 미스 매치되어 수급 문제로 발생된 것이라 단시간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는 따라잡힐 수 있어비메모리 분야에 투자 필요

이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이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의 비중은 약 20%”라며 “반도체 공정에서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곳은 미국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등 반도체 제조에 있어서 머리에 해당되는 지식재산권을 많이 보유한 미국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은 단지 생산을 못해 지금 안달이 난 상황이라 계속 투자를 유치하는 거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선임연구위원 삼성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미래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삼성이 현재 메모리 분야에서 잘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비메모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만의 TSMC가 비메모리 분야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삼성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에 투자를 엄청나게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고 “분사를 한다는 얘기도 있어 이러한 고민이 결국 시장에서 주가로 반영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반도체 제조기술은 좋지만 역사가 짧아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술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부분이 우리가 중국에 쫓기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제조는 다른 나라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머리에 해당하는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미국과의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미 협력에 대한 의 압박전체 수출로 보면 큰 차이 없어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고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對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은 약 79.8%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미국과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중국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이 선임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조금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압박이 무섭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거래라는 것은 현재 최선의 상대와 거래하는 것”이라며 “조건이 똑같다면 국가 간 무역거래가 단절되는 게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나라 사드 문제로 중국이 보복한 사례를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롯데와 같은 유통 기업을 때리고 관광 금지, 한류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시행했지만, 실제 우리나라 전체 수출로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이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주고 싶으면 반도체 수입을 금지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도 엄청난 타격을 받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 수입을 금지하지는 못할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2023년까지 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 수준에 못 미치는 상태”라며 “중국은 현재 자국 반도체 수요의 20~30%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중국은 전시효과가 있는 유통, 관광, 문화적인 부분이 중국의 경제에 타격이 되지 않기에 이런 분야를 이용해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최고치 기대미국과 계속 상생·협력 필요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침체가 올해는 원상을 회복할 것으로 이 선임연구위원은 내다봤다. 그는 “올해 2분기까지 수출실적이 엄청나게 좋다”고 말하며 “올해 수출이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상생과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기업은 젊다”며 “일본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기업이 너무 늙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가 앞으로 상당 부분 지배적인 이유는 계속 혁신이 되고 그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자체가 젊고 역동적”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에 계속 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텍사스오스틴대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한·미재계회의 금융부문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취재본부 이진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