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문제 앞장서 온 스웨덴, ‘기후환경부’ 사실상 폐지

이윤정
2022년 11월 1일 오후 3:44 업데이트: 2022년 11월 1일 오후 3:44

새 정부, 원전 재가동 시사
수도 스톡홀름 해수면 급속히 하강 
툰베리 “COP27 회의 변질돼…불참할 것”

그동안 기후 문제와 관련해 선두 주자로 알려져 왔던 스웨덴에서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다른 소식들이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스웨덴은 최근 새 정부를 구성하면서 기후환경부를 사실상 폐지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오는 6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로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10월 18일(현지 시간) 새 내각 구성 명단 및 시정보고서를 발표한 자리에서 “기후환경부를 에너지경제산업부 산하 기관으로 배치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새 내각에 자유당 청년조직 대표 출신인 26세의 로미나 푸르모크타리를 기후환경부 장관으로 발탁하는 파격 인선도 단행했다. 그가 장관으로 임명되긴 했지만, 조직 개편으로 인해 기후환경부를 독립적으로 이끌기보다는 신임 에너지, 기업 및 산업부 장관으로 임명된 민주당 에바 부시 대표 밑에서 일하게 됐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환경 관련 부처를 만든 국가이기도 하다. 1967년 최초의 독립 환경행정 기관인 환경청을 설립했고 20년 뒤 환경부로 승격했다. 세계 최초로 기후환경부를 독립 부처로 운영하면서 기후 문제에 앞장서 온 스웨덴이 35년 만에 기후·환경 업무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앞서 스웨덴은 지난 9월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우파연합(온건당·스웨덴민주당·기독교사회당·자유당)이 여권 중도좌파연합을 누르고 승리했다. 한 달 뒤인 지난 10월 17일 의회 투표를 통해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새 총리로 선출됐고 새 연립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우파 정권이 출범하면서 스웨덴 새 정부는 원자력 재가동을 시사했다. 지난 8년간 집권한 사민당(사회민주노동자당)은 그동안 새로운 원자로 건설에 공식적으로 반대해왔으며 최근 몇 년간 스웨덴에서는 12개의 원자로 중 6개가 폐쇄됐다. 가동 중인 나머지 6개 원자로 설비를 통해 스웨덴 전체 전력의 약 30%가 생산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스웨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녹색 의제에 의해 폐쇄됐던 2개의 원자로를 재가동할 것”이라며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위한 추가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불안이 스웨덴에서도 에너지 정책의 미래에 대한 논쟁을 되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시 장관은 “이전 정부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너무 큰 비중을 두었다”며 “기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산업과 운송 분야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극우 정당으로 알려진 스웨덴민주당은 2045년까지 넷제로(Net Zero·온실가스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는 국가의 목표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외신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의 청년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그레타 툰베리가 오는 6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 연합뉴스

툰베리는 10월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에서 열린 그의 신간 ‘기후 책(The Climate Book)’ 출간 행사에서 “COP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기회”라며 “COP27이 그린워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장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의미한다.

툰베리는 최근 원전을 찬성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지난 10월 11일(현지 시간) 독일 공영방송 다스 에르스테에 출연해 “독일이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석탄 화력발전을 이용할 바에야 원전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해수면이 급속히 하강하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땅이 융기하면서 해안선이 육지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유환경총연맹’ 공동대표 겸 한국자유환경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 대재앙이 온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 박석순 교수 제공

스톡홀름 관측 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해수면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 대재앙이 온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환경권 보호, 기후변화 진실, 국토 선진화를 미션으로 하는 ‘한국자유환경총연맹’ 공동대표 겸 한국자유환경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월 31일 통화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 대재앙이 온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