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③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인공섬이다?

해양주권의 최전선 이어도

이윤정
2023년 03월 18일 오전 9:10 업데이트: 2024년 03월 9일 오전 9:45

이어도는 오늘날 한국의 해양 주권을 상징하는 해양 영토다.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은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배타적 경제수역 확정 문제, 해상 관할권 문제 등이 걸려 있다. 2003년 이어도에 국내 최초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래 중국은 해당 수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왔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가 2022년 발간한 ‘이어도 오디세이’는 이어도 종합해양기지에 관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주변국의 무리한 권리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책이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이어도연구회의 도움을 얻어 책을 바탕으로 이어도에 관한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담은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둘러싼 국제법·국내법적 규정을 살펴본다.

한국이 세운 해상구조물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국제적으로 어떻게 인식될까. 이런 문제를 따질 때 준거가 되는 국제규범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이하 해양법)’이다.

해양법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생물·무생물 등 천연자원 탐사, 개발, 보존, 관리와 해수·해류·해풍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등에 대한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섬 설치 등에 대한 관할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인공시설물에 대해서는 법적 권리를 창출하는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연안국의 시설물로서 보호받는 재산권의 대상이 되며, 정당한 재산권 행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연안국은 필요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국제법적 근거는 없지만 대한민국이 설치한 인공구조물로서 재산권과 관할권은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도 기지가 인공섬으로 인정될 수는 없을까. 인공섬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복잡한 논의를 거쳐왔다.

해양공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양 위 시설물로 선박 외에 인공섬·해양시설·해양구조물 등이 새로운 이용 수단으로 등장했다. 이들 시설물은 내수에서 영해·배타적경제수역·대륙붕·공해·심해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설치돼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을 건설해 해양관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인공섬 건설의 법적 효력이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있는 다양한 시설들 | 이어도연구회 제공

섬 아닌 해상구조물

이어도는 수중 암초지만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했으니 섬에 준하는 국제법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어도 위에 세운 인공구조물이 영토로 인정받거나 해양관할권 설정 근거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실제로 간출지(썰물 때 드러나고 밀물 때 잠기는 땅)나 해저 인공구조물을 섬으로 인정해 해양 수역을 갖도록 할 것이냐는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인공구조물에 대해서는 해양 수역을 인정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해양법은 어떤 지형이 섬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공섬과 해상구조물은 다르다. 인공섬은 바닥이 해저에 완전히 고착돼 있는 반면 해상구조물은 기둥에 의해 고착되거나 해상에 떠서 닻에 의해 고정된 것을 말한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기둥에 의해 해저에 고착돼 있을 뿐 해저와 연결된 것이 아니므로 해상구조물로 봐야 한다.

이어도가 인공섬이 되려면 해저에 고정되고 해면 위로 돌출될 수 있도록 콘크리트로 육지와 같은 영구적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어도 주변을 매립해 인공적으로 수면 위로 돌출시키면 인공섬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섬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로 인해 한국 영토가 확장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설치의 국내법적 근거는 ‘배타적 경제수역법’ 제3조(배타적 경제수역에 있어서의 권리)와 제5조(대한민국의 권리행사 등)다. 이들 조항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유엔해양법협약상 대한민국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의 설치와 사용에 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제3조 제1호). 이러한 권리를 행사 또는 보호하기 위하여,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에서의 법률관계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법령이 적용된다(제5조 제1항). 그리고 대한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대한민국의 법령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 관계 당국은 유엔해양법협약 제111조 규정에 의한 추적권의 행사, 정선·승선·검색·나포 및 사법 절차를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제5조 제3항). 이러한 권한은 대한민국과 관계국 간 별도의 합의가 없는 경우라도 대한민국과 관계국의 중간선까지 행사할 수 있다(제5조 제2항).”

기지 하부구조 : 바닷 속을 관찰하는 수중케이블 | 이어도연구회 제공

반경 500m ‘안전수역’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대양 한가운데 외로이 서 있다. 무인시스템으로 감시할 뿐 시설을 지키는 상주 방호인력이 없다. 만약 외국 배가 침범하는 등 범죄행위가 있을 때 공해상에서 공권력 행사를 할 수 있을까. 그럴 경우 국제법상 정당화될까.

이런 의문은 해양법상 ‘안전수역(safety zone)’ 규정이 해소해준다. 해양과학기지는 항행과 시설·구조물 안전을 보장하는 반경 500m 안전수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해양법 제60조 관련 규정은 아래와 같다.

“연안국은 필요한 경우 항행의 안전과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해당 인공섬·시설 및 구조물의 주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전수역을 설치할 수 있다. 연안국은 적용 가능한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안전수역의 폭을 결정한다. 이러한 수역은 인공섬·시설 또는 구조물의 성격 및 기능과 합리적으로 연관되도록 설정되고, 일반적으로 수락된 국제기준에 의하여 허용되거나 권한 있는 국제기구가 권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바깥쪽 끝의 각 점으로부터 측정하여 500m를 넘을 수 없다. 안전수역의 범위는 적절히 공시한다. 모든 선박은 이러한 안전수역을 존중하며 인공섬·시설·구조물 및 안전수역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수락된 항행에 관한 국제기준을 준수한다. 인공섬·시설·구조물 및 그 주위의 안전수역은 승인된 국제항행에 필수적인 항로 이용을 방해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해양과학기지 완공 직후 해양법에 의거해 기지 구조물 주위 500m를 안전수역으로 설정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2003년 7월 11일 자 항행 통보로 안전수역 설치 사실을 공표했다. 안전수역 설치는 수온·파랑·조위·기온·풍향·풍속 등 실시간 해양관측 모니터링을 위한 것임을 명시했다.

국제법상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는 항행의 자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외국 군함 등이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항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국 해양감시선이 일방적으로 이어도 주변에서 해양조사를 벌이거나 해양과학기지 주변을 돌며 위협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전수역은 이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기지 주요시설 | 이어도연구회 제공

해양 주권의 상징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국내법으로도 보호받는다.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은 국제법인 ‘항행 안전에 대한 불법행위 억제협약’에 근거한 국내 이행법률로서 운항 중인 선박과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를 방지함으로써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해상구조물의 안전을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돼 2021년 3월 시행됐다.

2009년에는 영해 밖에 설치된 해양시설 주위에 ‘보호수역’을 설정해 일반 선박의 접근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해사안전법’이 제정됐다. 이 법 제8조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시설 부근 해역에서 선박의 안전 항행과 해양시설의 보호를 위한 보호수역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보호수역에 들어가려면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어도 해상과학기지와 같은 해상구조물의 안전을 위험하게 할 목적으로 자행되는 불법행위, 즉 폭행·협박·상해·치상·치사·살인, 선박 납치, 선박 등 손괴, 선박 운항 관련 기기·시설 손괴, 위험물건 설치·탑재, 허위 정보 전달 등을 처벌하는 국제법·국내법 규정이 있다.

이어도는 더 이상 전설의 섬이 아니다. 한국 해양과학의 교두보인 해양과학기지를 떠받치고 있는 실체다. 자원·에너지·환경·해운·물류 등 해양 성장동력 개발 전진기지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이어도 해역은 각종 해양정보, 해양과학 자료, 해양생물 자원의 보고다. 그곳에 우뚝 선 해양과학기지는 해양주권을 상징한다. 어렵게 건립한 해양과학기지를 잘 관리·운영·활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