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서 만난 ‘천사군인’ 꼭 다시 만나고 싶다며 알린 사연에 당사자가 댓글을 남겼다

정경환 기자
2019년 10월 28일 오전 11:54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00

4년 전 만석 기차에서 자신의 가족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군인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지난 17일 페이스북 ‘군대숲’ 커뮤니티에는 4년 전 고마웠던 군 장병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2015년 4월, 사연의 주인공인 A씨는 출장에 간 남편 없이 임신한 몸으로 세 살 된 딸과 함께 홀로 대구에 내려가야 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연합뉴스

갑자기 병세가 나빠진 친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입석 열차에 몸을 실어야 했던 A씨는 만삭의 몸으로 어린 첫째 딸을 앉힐 수 있는 좌석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객차 출입구에 있는 간이의자까지 모두 차 있었고 이리저리 이동하느라 짜증을 내는 딸 아이에 더해지는 허리 통증까지, A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연합뉴스

‘한 칸만 더 확인해 보고 바닥에라도 앉아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객실 문을 연 A씨는 천사 같은 한 군인을 만나게 된다.

A씨를 본 그는 선뜻 자리를 양보하며 “앉으세요”라고 말하며 자세를 낮추며 딸과 눈을 맞췄다.

그리고는 “엄마 뱃속에 이쁜 동생이 있으니 더 이쁜 공주는 삼촌 무릎에 앉아갈까?”라며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딸에게 고개를 끄덕여 같이 앉아갈 것을 허락하자 딸은 군인에게 가서 안겼다.

페이스북 ‘군대숲’

상냥한 그의 말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는 A씨는 대구로 가는 내내 딸 아이의 질문에 하나하나 다 대답해주고 어린이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어보고 자신에게 알려주기까지 한 그가 정말 고마웠다고 한다.

딸도 그를 정말 좋아했다며 4년이 지난 딸의 장래 희망이 ‘군인’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그가 딸에게 좋은 인상으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다.

A씨는 부대 마크와 대략적인 제대 일자 등을 공개했고 그를 꼭 다시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사연은 일주일여 만에 1만 4000여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며 빠르게 퍼져나갔고 생각보다 빨리 그 천사 군인을 댓글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군대숲’

해당 게시물 댓글에 그는 “우선 아버님 일에 대해서는 늦게나마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며 너무 고마워 할 필요 없고 음식을 대접 하고 싶어 하시는 마음만 받겠다며 가정의 축복을 기원했다.

또한 “아마도 아버님께서 가시는 길에 따님과 손주분들이 편히 오시길 바라는 마음이 크셨고 그 마음이 저에게 닿아 제가 배려할 기회를 주신 것 같네요”라며 속깊은 마음씀씀이도 드러냈다.

겸손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장문의 댓글을 본 누리꾼들은 “이 가정과 저 군인 분이 꼭 다시 만나 식사라도 하셨으면 좋겠다”, “사람이 아니라 천사인 것 같다”는 반응 등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