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첫 순간부터 시키는 대로 일만 했다는 할머니의 손

김우성
2021년 01월 28일 오후 3:0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41

굴곡진 삶이 그대로 묻어난 울퉁불퉁한 손. 관절이 다 꺾일 정도로 고단했지만, 할머니는 글을 쓸 수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뒤늦게 한글을 공부하고 요리책을 낸 주미자 작가가 출연했다.

이날 주미자 작가는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자세히 들려줬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는 부모, 형제를 일찍 잃었다. 몇 살인지 기억도 못 할 어린 나이에 갈 곳이 없어 서성이다가 저 멀리 산에 있는 절이 보였다.

무작정 절에 찾아가 밥을 달라고 했다. 주미자 작가는 “그때 스님에게 얻어먹었던 밥과 반찬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심부름하며 절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길어야 4년, 이리저리 절을 전전하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절 생활은 쉽지 않았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밤 열두 시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밥을 먹는 동안 잠시 앉아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공양을 준비하고, 드리고, 식자를 준비하고, 밭일하고, 손님을 대접하고. 주미자 작가의 소원은 언제나 ‘잠자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유재석이 고단했던 세월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자 주미자 작가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는, 울퉁불퉁한 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은 주미자 작가의 손을 잡으며 “일을 얼마나 하셨으면… 관절이 다…”라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주미자 작가는 웃으면서 “치료받아서 많이 좋아졌어요. 이 손으로 글씨 다 쓰고 그래요. 서러워하지 말아요. 나는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유재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013년 주미자 작가는 다른 절로 자신을 데려가야겠다는 스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스님 나 고삐 좀 놔주세요. 고삐를 놔주면 남 하는 공부도 좀 배워보고, 내가 하고 싶은 거하고, 훨훨 날게 해달라고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