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급등에 격분한 美 남성, 주유기에 바이든 사진 붙였다가 체포

김윤호
2022년 04월 13일 오후 5:51 업데이트: 2022년 04월 13일 오후 5:51

바이든 사진에 ‘내가 했지’라며 약 올리는 문구
떼어도 금세 또 붙어…물가 상승 항의표시로 인기

미국의 기름값이 14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스티커를 주유소 주유기에 부착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펜실베니아주 랭카스터 카운티의 이스트헴필드 경찰서는 최근 체포에 불응한 토마스 리처드 글라제브스키(53)가 공무집행 방해와 난동, 범죄성 장난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글라제브스키는 랭카스터의 한 주유소에 나타나 주유기에 ‘내가 했지!(I Did That!)’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 스티커에는 바이든이 심술궂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진 아래에 ‘내가 했지!’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물가 통제에 실패해 민생고를 초래한 바이든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약 올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글라제브스키는 스티커를 붙인 뒤,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바이든을 비난하고, 많은 미국인들이 높은 물가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이를 본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불법”이라며 제지하자, 직원에게 공격적인 태도로 접근하면서 호통을 쳤다.

기소장에 따르면, 직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말로 타이르며 안정시키려 했으나, 글라제브스키는 오히려 직원에게 달려들었고 경찰에 의해 제압돼 수갑이 채워졌다.

글라제브스키는 또한 자신을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려는 경찰들에게 발길질을 하며 저항했고, 순찰차 내부에서 자해소동을 벌여 경찰서가 아닌 인근 병원으로 연행됐다.

현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는 주유기에 스티커를 붙인 글라제브스키가 “내가 했지”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기름값 상승의 주범이 바이든이라고 비난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내가 했지’ 스티커는 최근 미국 전국의 주유소에서 심심찮게 포착되고 있다. 급등한 기름값에 대한 항의 표시로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앨라배마주의 한 주유소 부매니저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5~6개씩 뜯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한 화물트럭 정거장 직원은 현지 방송에 “‘내가 했지’ 스티커 제거하는 일이 거의 일상이 됐다”며 “잠깐이면 스티커가 붙는다. 트럭 운전사들을 주유기에서 멀리 떼놓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3.79리터)당 4.098달러(약 5032원)다. 휘발유 가격은 2014년 말부터 작년 4월까지 2달러대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수개월간 급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