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원전 정책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막을 수 없다

문근식
2021년 07월 6일 오후 1:00 업데이트: 2021년 07월 6일 오후 1:04

핵추진 잠수함은 핵전쟁을 억제하는 안전장치

전략무기란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군사기지, 산업시설 따위의 목표를 공격하는 데 쓰는 무기를 일컫는다. 핵무기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은 대표적인 전략무기로 분류되며, 영화 “크림슨 타이드” 속 명대사가 그러한 대표성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잠수함 발사 핵탄도미사일에 의한 3차 대전 가능성을 다룬 이 작품에서는 “세계를 움직이는 3명의 최고 실권자는 미합중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미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 함장이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중에서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탑재, 상대국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는 강대국의 핵잠수함이 있기에 인류 파멸적 수준의 핵전쟁이 억제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안보의 최선봉에 핵잠수함 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다.

핵잠수함이 수중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장면. 미국 오하이오급 원자력 잠수함 1척에 탑재한 SLBM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 1600발과 대등하다 | 자료사진

핵잠수함의 탄생 배경

제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잠수함들은 주로 수상 항해를 하다가 적함을 조우하면 수중으로 숨어서 공격하곤 했는데,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중에서 장시간 작전할 수 있을 만큼 축전지의 성능이 우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 위로 올라와 축전지를 충전하지 않고는 수중에서 겨우 2시간 남짓 견딜 수 있었다. 이런 빈약한 수중작전 능력 때문에 2차대전 말경 수상 항해를 하다가 항공기에 격침된 잠수함이 56% 정도였다.

전후 잠수함 보유국들은 수상보다 수중에서 오래 견딜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고, 드디어 1954년 미국이 물속에서 무제한 추진이 가능한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현재 실전에서 운용되는 잠수함은 536척이며, 그중 150척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인도가 운용하는 핵잠수함이다. 핵잠수함은 1942년 시작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매개체가 돼 세상에 등장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독일이 먼저 원자탄을 개발할까 걱정했던 아인슈타인이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이 먼저 원자탄을 개발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이유로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심은 핵무기 제조에 있었다. 하지만 군 관계자 및 상당수의 과학자는 핵무기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맨해튼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최소한의 본전이라도 건지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반영구적인 에너지 체계인 원자로를 개발하게 됐다.

개발 과정에서 말썽이 많았던 핵무기와는 다르게 원자로 개발은 상당히 성공이었다. 1945년이 지나기 전에 현대 잠수함 원자로의 기초 설계를 완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 해군의 하이먼 조지 리코버 제독과 같은 선구자들이 주축을 이루어 1954년에 최초의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됐으며,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잠수함 ‘노틸러스’의 이름을 따 부르게 됐다. 드디어 물속에서 원하는 속도로 기동하며 필요시에만 올라오는 진짜 잠수함인 핵잠수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핵잠수함 확보 시도

북한은 이러한 핵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를 잘 알기에 일찍부터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해 왔다. 2010년경 탈북단체 NK지식인연대의 첩보에 의하면 북한 수뇌부에서 “핵잠수함 건조에 성공하면 동상을 세워주겠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고 했다. 이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핵잠수함 건조를 시도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이며, 이를 방증하듯 2017년 9월 4일 자 일본의 세계일보는 북한이 남포조선소에서 35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2017년 9월 24일 미국의 38 노스(North)’’에서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10M 직경의 원형구조물이 포착됐는데 이는 건조 중인 잠수함의 압력 선체로 보였으며, 이 정도의 직경이면 중국의 6500톤급 핵잠수함의 크기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북한은 이 대형잠수함의 건조 시기에 맞추어 2019년 10월 2일 동해의 바지선에서 북극성 3호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대형 잠수함을 확보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1991년 소련 붕괴 이후이다. 북한은 급격한 체제 변동으로 정치·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던 러시아에 접근해 대형 잠수함의 확보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갑작스러운 소련체제의 붕괴로 혼란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에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으며 경제적으로도 매우 빈곤한 시기였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구소련 체제에서 생산한 무기들을 해외에 염가에 매각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무기 중에는 잠수함 같은 전략 무기들도 상당수가 포함돼 있었다. 드디어 2021년 1월 이러한 여러 가지 추측들이 사실로 확인됐다.

2021년 1월 9일 자 노동신문은 8차 조선로동당 대회 사업총화 결산보고에서 김정은이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 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발표한 것을 보도한 것이다. 북한은 2016년과 2019년 2차례에 걸쳐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제 핵잠수함을 건조해 탑재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략무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2003년부터 18년간 핵잠수함 건조 시도 중

한국은 2003년부터 북한의 90여 척에 가까운 디젤 잠수함 위협에 우수한 성능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핵잠수함확보를 시도했다. 수적 열세를 성능으로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가적 의지 부족,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 방안 부재, 국민적 공감대 미형성 등의 사유로 건조 사업이 표류해오다가 북한이 2016년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여·야·정이 합의해 핵잠수함을 건조하자는 분위기로 전환됐으나 안타깝게도 정부가 바뀌면서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당시 여·야·정이 한목소리로 핵잠수함도입을 주장했던 것은 북한이 핵무기와 SLBM을 개발해 우리의 안보를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핵잠수함 건조 필요성을 주장했다. 2017년 4월 27일 대선후보 방송기자 초청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핵잠수함 필요성과 한미 원자력협정개정 시사는 당시 기존 지지자들을 결집했고 중도·보수층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로 적중했다. 이는 보수 정부보다도 더 강력한 안보 공약으로 인식됐으며 보수층에서 문 후보에게 씌운 종북 프레임마저 벗어나게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핵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잠수함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은 주로 미국에서 들여오는데 현행 한미원자력협정 제13조는 우라늄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으면서 우리도 핵을 가지자고 하면 비핵화 명분이 약화하고 동북아시아의 핵무장 가속화를 촉진하지만, 핵잠수함은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 정부의 국가통수권자와 2인자가 핵잠수함의 필요성과 건조 의지를 공식적으로 피력할 정도면 법적, 정치적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그 가능성을 최종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용원의 군사 세계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핵잠수함 건조 필요성에 대한 지지도는 80~90%에 다다른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서 핵잠수함을 만들 수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핵잠수함 건조에 장애가 될 수 있나

◇선진국은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핵잠수함 운용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세 개의 유명한 원전 사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의 폐지 주장은 1956년 영국에서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가동할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비용과 환경 문제가 주 쟁점이었지만,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는 안전성 문제가 더 부각됐다. 원자로 사고 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없애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형원자로 사고 당사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원자로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했고 지금도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핵잠수함 운용 정책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현재 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이며 브라질이 2025년을 목표로 건조 중이고 북한도 건조 중에 있다. 핵잠수함 운용 국가가 점증하는 이유는 그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자국의 안보 정책은 에너지 정책에 항시 우선하며, 이는 모든 국가에 해당하는 가치 규범이므로 핵잠수함 보유국들은 탈 원전정책과는 상관없이 핵잠수함 운용을 지속하고 있다.

◇핵잠수함 원자로, 원전 원자로보다 더 안정적

잠수함은 좁은 공간에 원자로를 소형화해서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1954년 이후 핵잠수함을 운용해온 국가들은 수십 차례의 안전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중 잠수함이 침몰당해 승조원 전원이 사망한 경우는 미국에서는 1963년 쓰레셔(Thresher)함과 1968년 스콜피온(Scorpion)함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2000년 쿠르스크(Kursk)함이 있었다.

하지만 쓰레셔함은 선체 파공으로 침수됐고 스콜피온함은 어뢰 폭발(추정) 그리고 크루스크함도 함내 어뢰 폭발 사고였지 원자로의 문제는 아니었다.

잠수함 전문가인 장준섭 해군 소령이 쓴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100문 100답’에 의하면 1960년부터 2016년 중의 핵잠수함 사고 32건을 분석한 결과 26건이 항해 부주의, 화재 등 안전수칙 불이행에 의한 사고였고 원자로 관련 사고는 6건이었다. 원자로 관련 사고 6건 중에서도 방사능 누출에 의한 피폭은 3건에 불과했고, 침몰당한 잠수함의 원자로에 의한 해양 오염 등 환경문제도 아직 특별히 보고된 바가 없다.

핵잠수함의 원자로 관련사고가 빈발하지 않는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 비해 함정의 원자로는 일체형 설계, 2중의 콘크리트 방사능 차단벽 설치 등 훨씬 강화된 안전장치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여부와 별개

문재인 정부가 핵잠수함 보유는 추진하되 원자력발전소는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함정의 원자로 사고 확률이 현저히 낮거니와, 안보의 가치가 에너지 정책의 가치보다는 앞서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지난 60여 년간 핵잠수함 원자로 사고의 빈도나 규모는 지상의 교통사고나 원전의 원자로 사고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이는 탈원전 정책에서 우려하는 원자로 안전 문제 범주에 포함하기도 부적절하다.

현재 탈원전을 추진하는 국가 중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없다. 북한이 핵무기와 SLBM을 개발해 우리를 위협하고 일본과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 등 군비증강을 가속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는 가장 강력한 유비무환의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 핵잠수함 건조 필요성에 대한 국가적 의지나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할 때 에너지 정책으로서의 탈원전 정책은 안보 정책으로서의 핵잠수함 건조 정책보다 하순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탈원전 정책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막을 수 없다.

 

– 저자 문근식(文根植) 박사는 현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예비역 해군 대령으로 2012년 전역한 뒤 한국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 국장, 한국 군사문제연구원 객원 연구원, 대한민국 잠수함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2012년 말부터 2년여간 국방일보에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를 연재해 잠수함 전력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았으며, 잠수함 전문 서적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 ‘왜 핵추진 잠수함인가’ 을 저술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