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속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되어가고 있다

공산당,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부에서 알 수 없게 정보 차단

피터 달린
2023년 05월 19일 오후 5:10 업데이트: 2023년 05월 19일 오후 5:58

중국이 속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되어가고 있다. 각종 정책과 관행 변화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중요한 정보의 외부 노출을 차단하고 있다. 그로 인해 국제사회는 중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대처할 능력에 제약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외국계 기업 3곳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 경제계에 충격을 안겼다. 해당 기업들은 기업 실사를 실시하는 컨설팅 업체들이다. 한두 곳도 아니고 3곳이 한꺼번에 급습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컸다.

기업 실사는 어떤 회사가 실제로 그러한 경영을 하고 있는지, 실소유자는 누구인지, 재무상황이 부풀려지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비즈니스를 할 때 필수적인 작업으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중국은 지난 수년에 걸쳐 주요 자료, 데이터베이스, 심지어 일부 정부 웹사이트들에 대한 중국 본토 외부 사용자의 접근을 제한해왔으며, 이 움직임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하고 리오프닝을 시작한 최근 들어 오히려 더욱 빨라졌다.

형사사법 분야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중요 데이터 원천에 대한 접근 제한이 시작됐으나, 지금은 범위를 넓혀 비즈니스와 학술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기업 실사 분야에서도 수년 전부터 그 징후가 공공연하게 포착돼 왔다.

필자는 6~7년 전 세계 최고의 기업 실사 업체에서 이 분야에 몸담아온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친구는 홍콩에 적을 둔 기업 실사 업체들도 본토 방문에 대한 망설임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외국 기업인들에게 본토 방문 자체가 쓸모없는 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일선 관계자나 지방정부 공무원, 국영기업 고위층과 정기적으로 만났고 때로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관료와 기업 관계자들이 대화 주제에 있어 시진핑이 발표한 공허한 성명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현실적인 논의를 거부하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게 이 친구의 설명이었다.

그는 거의 모든 이들이 더는 기본적인 대화조차 거부했다며 그 원인을 두려움이라고 추측했다. 시진핑이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현지 관계자들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입에 올렸다가 당국에 의해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것으로 찍힐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는 중국이 지금까지 운영해 온 ‘만리방화벽’ 정책을 거꾸로 뒤집은 셈이다. 이 시스템은 그동안 중국 내부에서 외국의 정보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맞지 않는 정보들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수많은 추가 조치를 거쳐 중국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차단은 중국의 인권문제를 비판해온 사람들에게는 이미 상당한 골칫거리다. 그동안 이들은 중국 중앙정부 자료를 입수, 분석해서 대규모 인권탄압의 발생과 그에 중국 정부가 연루됐다는 증거를 확보해왔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지정된 곳에 주거 감금(RSDL·일종의 비밀 감옥 프로그램)’ 시스템이다. 이는 체제에 비판적인 인물들을 실종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수단이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그동안 중국의 모든 형사사건 판결을 저장한 최고인민법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 시스템의 확대와 전반적 규모에 대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중국 내 언론자유 탄압, 출국 금지 확대 증거 수집에도 활용됐다.

중국의 거수기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되는 정부기관의 업무 보고서에 담긴 정보 역시 부실해지고 있다. 각 정부기관과 당 기관의 보고서와 통지문도 마찬가지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얼마 전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확대를 폭로했다. 하지만 공식 통계 자료를 통해 비밀경찰서 운영 규모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중국의 정보 차단은 인권 분야와 경제계뿐만 아니라 외국 정부에도 안보적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 발표한다. 새로운 데이터는 부족하고 그나마도 빈 곳이 많아 심층분석은커녕 기존 데이터와의 비교분석조차 어렵다. 앞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의 확인조차 곧 불가능해질 것이다.

문제는 인권 분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 정권과의 관계에서 기업 활동 역량에 심각한 훼손을 받을 것이며, 원하든 원치 않든 중국 경제로부터 전례 없는 속도로 강제 분리(decoupling)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을 세계로부터 분리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외부에서 들여다 볼 수 없는 블랙박스로 만들어 경제, 정치, 학술 분야까지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