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서 계약했다가 ‘국민들의 불안감’ 달래느라 진땀 빼는 ‘중국산 백신’ 구매국들

이서현
2021년 01월 28일 오후 1:4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43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고 중국산 백신을 서둘러 구매했던 국가들이 적지 않은 내부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한 일부 국가에서 백신의 효과성 불신, 불투명한 정보 공개, 중국의 배송 지연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 백신 구입을 결정한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도 중국산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접종을 받겠다는 여론을 안심시키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전 싱가포르 외무장관마저 “정보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떤 중국산 백신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의료시설에서 의료진이 들고 있는 중국산 백신 |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중국산 백신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나 모더나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도가 불만 여론을 부채질하는 분위기다.

중국산 백신의 면역 효과는 당초 90%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인도네시아 연구에선 6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중국산 백신의 면역 효과가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중국 베이징의 시노팜 백신 생산시설 | AP 연합뉴스

터키와 브라질에선 중국 제약회사의 백신 배송 지연이 문제가 됐다.

터키는 지난해 12월까지 1천만 회분의 시노백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이달 초까지 확보된 물량은 300만 회분에 그쳤다.

중국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진 것을 배송 지연의 이유로 들었다.

브라질은 중국의 백신 원료 배송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인도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200만 회분을 수입했다.

앞서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백은 올해 안에 20억 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24개국 이상과 계약을 마쳤다.

NYT는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려고 했지만, 배송 지연에 약효에 대한 논란까지 겹쳐 역효과가 났다고 전했다.

미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대부분 선진국이 이미 구매한 상황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에서는 중국산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산 백신에 비판적 여론이 나오자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알리거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NYT는 “중국산 백신을 구입한 국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