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흉부외과 최고 권위자가 ‘애타게’ 기다리는 연락

이서현
2021년 02월 5일 오후 1:4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2

국내 레지던트 지원율 최하위, 바로 흉부외과다.

심장과 폐, 대동맥 등을 다루다 보니 진료가 까다롭고 환자의 생사가 달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도 있지만, 의료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지원자가 없으니 교수나 과장급이 되어도 매일 수술실과 응급실, 중환자실을 뛰어다녀야 한다.

EBS ‘극한직업’에서도 두 번이나 다룰 만큼 힘들다 보니, 대형병원임에도 10년 동안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1명도 없는 예도 있다.

누구도 선뜻 가기를 꺼리는 흉부외과, 그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가 바로 송석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다.

송 교수는 파열 시 60%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하고, 수술해도 사망률이 20%에 달하는 대동맥 관련 수술 사망률을 부임 이후 3%로 낮춘 인물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또 지난 2018년 방영된 드라마 ‘흉부외과 : 심장을 훔친 의사들’에서 엄기준이 열연한 흉부외과 부교수 최석한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5월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흉부외과의 희로애락을 전한 바 있다.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그의 결혼 에피스드에서도 잘 드러났다.

흉부외과 레지던트 시절, 그는 같은 과에 근무하던 아내와 연애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가 먼저 다가간 이유는 같이 근무했던 60명의 간호사 중 본인과 유일하게 싸우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어서 일 수도 있다. 그는 중한 환자를 살리려고 애쓰다 보니 의료진들 사이에 의견 마찰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사망률을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그 3% 안에 드는 환자가 있게 된다.

그는 “지난해 400건의 대동맥 관련 수술 중 10여분 넘게 사망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며 “어렸을 때는 그것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컸다”라고 털어놨다.

혹시나 그보다 더 경험이 많은 의사가 수술했더라면 살았을 텐데, 그가 수술해서 그 기회를 뺏은 게 아닌가 싶어 환자 앞에서 많이 울기도 했다고.

하지만 인간이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걸 깨달은 지금은 의료진도, 보호자도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음을 받아들이게 됐다.

흉부외과의로 발을 디딘 초기, 대동맥류 파열환자가 연달아 4명이 왔고 그들이 모두 사망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그는 스스로 외과의사로서 자질을 의심하며 다섯 번째 환자를 맞았다.

또 본인의 손으로 환자를 보낼까 봐 매일 밤 환자의 손을 잡고 제발 다시 일어나기를 기도했다.

다행히 다섯 번째 환자가 회복됐고, 덕분에 대동맥류 수술을 이어갈 수 있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는 “정말 가망 없는 환자들이 회복돼서 가시면 너무 좋다. 환자한테 고맙다. 잘 살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과의사가 손을 닦는 일은 종교행사와 비슷하다. 그 5분 동안 기도하며 내가 모든 심장과 혈관을 다 고칠 수 있다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콜 없는 세상이 그립다는 그가 유일하게 기다리는 콜이 있다. 바로 흉부외과 지원 메시지다.

그만큼 레지던트가 귀한 까닭에 지원자가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아낌없이 퍼주겠다고 약속했다.

퀴즈 상금 100만원을 받으면 현재 병원에서 유일한 흉부외과 레지던트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퀴즈는 맞추지 못했지만, 대신 선물로 대형 TV를 뽑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는 이를 레지던트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어 촬영장소로 불렀고, 멀리서 뛰어오는 레지던트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레지던트는 깜짝 선물에 “제가 더욱더 열심히 환자들 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화답했다.

유재석은 레지던트에게 ‘흉부’로 이행 시를 부탁했다.

그는 “흉부외과 제가 합니다. 부럽죠? 다들 오세요!”라는 레지던트의 재치에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누리꾼들은 “기피과는 연봉 더 올려줘야 한다” “10분이 돌아가신 게 아니라 390명을 살리신 겁니다” “저희 아빠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런 마음으로 수술해 주신다면 결과가 어떻더라도 마음은 아프지만 고마울 것 같아요” 등의 댓글로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