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료종사자 백신 접종 의무화 놓고 ‘시끌’

2021년 09월 3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1년 09월 3일 오후 6:20

미이행자 무보수 직무정지 처분에 일부 종사자 강력 반발
1만명 일손 놓을 위기…당국, 의료진 부족 우려에 보완책

그리스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의무 접종 정책을 둘러싸고 보건당국과 의료진 간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리스 보건당국은 사립을 포함한 전국 모든 병원 종사자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도록 한 법 규정을 도입했다.

시한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까지였으며, 규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는 미이행자에 무보수 직무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제재 조항에도 2일 현재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의료진은 전국적으로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안티-백서(Anti-Vaxxer)라고 불리는 백신 거부자 혹은 정부의 강제적 조처에 반감이 있는 이들이다.

2일에는 400여 명의 의료종사자가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아테네 중심가에 10여 대의 구급차까지 몰고 나와 거리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 달 새 발생한 두 번째 시위다.

조산사로 일하는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 통신에 “팬데믹(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건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스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대 | Yorgos Karahalis/AP/연합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보건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은 공공 보건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강조하면서도 해당 규정이 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만큼 수정·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직무 정지를 당한 의료종사자가 백신 1차 접종이라도 마친다면 바로 징계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다수의 직무 정지 징계에 따른 의료진 부족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보건당국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의 완전한 폐기를 고수하는 의료종사자들이 많아 당국의 보완책이 실제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기준 그리스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천840명, 사망자 수는 33명이다. 누적으로는 각각 59만3천668명, 1만3천702명으로 집계됐다.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체 인구(약 1천만 명) 대비 53% 수준이다. 보건당국은 올가을 중 이를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