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마윈, 방중한 마잉주…中 당국 홍보대사 되나

탕하오(唐浩)
2023년 03월 29일 오전 6:1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해외를 떠돌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1년여 만에 중국 항저우(杭州)에 모습을 드러냈다. 때맞춰 마잉주(馬英九) 전 중화민국(대만) 총통이 중국을 방문해 양안(兩岸)을 떠들썩하게 했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도 같은 날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 3대 정경 스타가 갑자기 중국에 모인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의도된 것일까?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다면 어떤 계산이 숨어 있을까?

3월 27일은 중국공산당에 중요한 날이다. 마윈과 마잉주 두 마(馬)씨가 이날 중국에 도착해 중국공산당 홍보대사가 됐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그동안 유럽, 태국, 일본 등 해외 곳곳을 전전하면서 1년여 동안 중국 본토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당국을 공개 비판한 직후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에 철퇴가 가해지자 ‘위험’을 직감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해외를 전전했다.

다수의 외신들이 마윈은 중국 공산당이 요청해도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그가 항저우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사실이 아님이 증명됐다. 그는 그가 설립한 윈구(雲谷) 학교를 참관하고 교사 및 학생들과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토론했다.

27일 중국 항저우 윈구(雲谷) 학교에서 교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오른쪽 두 번째). | 연합뉴스

안전을 위해 해외로 피신한 마윈이 왜 갑자기 귀국했을까? 분명 베이징 당국이 무사·안전을 보장한다며 귀국을 종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베이징 당국은 왜 마윈을 불러들였을까? 중국 공산당을 선전하고 중국 공산당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함이다.

시진핑은 이제 막 집권 3기를 시작했고, 신임 리창(李強) 총리는 현재 중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경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대외적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 딩쉐샹(丁薛祥) 상무부총리는 “대외 개방이 밥 먹고 물 마시는 것과 같은 기본 국책”이라고 말했고,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은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확고히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개방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바로 외자를 끌어들여 중국 공산당에 수혈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간기업을 지원하고 기업가의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이미 중국 공산당의 ‘공동부유’ 정책과 규제 강화에 겁먹은 상태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이 지난 3년 동안 극단적인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실시하고 미국과 대립한 탓에 외국 기업이 대거 철수하거나 다른 나라로 생산라인을 옮겼다. 설상가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 보너스 효과까지 사라져 경제력과 소비력이 크게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돌아가겠는가?

따라서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민간기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마윈을 불러들인 것도 그 해법의 일환이다.

마윈을 앞세워 ‘봐라, 마윈도 돌아오지 않았는가? 그러니 걱정 말고 투자하라. 우리를 믿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마윈이 이번에 귀국해 중국 공산당을 도와 ‘투자 유치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

마잉주 전 중화민국 총통의 본토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 마잉주의 일정은 10여 일간의 ‘조상 제사’ 여행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는 왕후닝(王滬寧) 신임 정협 주석,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만판공실 주임, 심지어 시진핑(習近平)과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

27일 상하이 공항에 도착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 | AFP/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이날 중국에 도착해 6일 일정의 방문을 시작하고 시진핑도 만날 예정이다. 그렇다면 마잉주·시진핑·리셴룽이 한 앵글에 잡힐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중국 공산당이 마잉주 전 총통을 불러들인 것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통일전선 마스코트’로 삼기 위함일 것이다. 리셴룽과 마잉주를 동시에 초청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가능케 한다.

필자는 몇 가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본다.

◇ 중국공산당 정부가 정통 중국이라는 분위기 조성

첫째, 중국 공산당은 마잉주가 본토를 찾은 것을 ‘대만이 중국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중국 공산당과 통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부각하려 한다.

또 리셴룽과 마잉주가 함께 나타난 것은 대만과 싱가포르 화교 사회가 중국 공산당이야말로 ‘대중화권’의 핵심이고, 중국 공산당이야말로 중국의 정통 후계자이고, 중화인민공화국이야말로 정통 중국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선전하려 한다.

이런 낌새는 공산당 매체의 보도에서도 알아챌 수 있다. 신화통신은 마잉주 관련 보도 분량을 턱없이 줄였을 뿐만 아니라 호칭도 ‘마잉주’라는 표현을 썼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마잉주 선생’이라고 불렀으나 이번에는 아예 평칭(平稱)으로 대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들의 본토 방문을 계기로 마잉주의 위상을 깎아내림으로써 중화민국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다. 마잉주 진영은 이것이 ‘대만 지우기’ 전략임을 알고 있을까?

◇ ‘전 과정 인민민주’가 대만 민주보다 우월하다는 분위기 조성

둘째,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싱가포르의 지도자들이 중공을 참배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전 과정 인민민주주의(全過程人民民主)’가 민주주의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국내외에 선전하려 한다.

◇ 대만 기술 인재 빼가기에 이용 

셋째, 중국 공산당은 마잉주가 데려온 대만 젊은이들을 통해 통일전선을 선전하고 인재를 포섭하려 한다.

즉 중국 공산당은 더 많은 대만 인재를 중국으로 끌어들여 반도체 기술과 기타 첨단 과학기술 기술을 얻으려는 것이다. 중공은 구미의 ‘반도체 봉쇄’에 묶여 꼼짝달싹 못하고 있고, 경제·군사 발전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만 기업과 대만 인재를 끌어들여 기술을 확보하고 반도체 산업을 다시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대만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기존 임금의 3배를 제시했다. 그러나 대만 기술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이 같은 수법에 더는 속아 넘어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마잉주의 존재는 마윈과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에 이용되는 ‘마스코트’에 불과하다. 한 사람은 외자 유치를 하는 데 이용되고, 또 한 사람은 대만의 항복을 유도하는 데 이용된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은 마잉주를 떠받들까 깎아내릴까? 위에서 언급한 공산당 매체 신화통신의 보도가 바로 답이다.

영어 교사 출신인 마윈은 과거에 이런 발언을 했다.

“나 같은 사람은 영어를 못했다면 학교에서 옳다고 가르치고 엄마 아빠가 옳다고 가르친 것만 배웠을 것이다. 영어를 배운 후 나는 그들의 말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반드시 자신의 머리로 이러한 문제들을 사고해야 한다. 1985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처음 호주에 갔었는데, 호주에 가기 전에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우리가 전 인류를 해방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에 가보니 그들이 먼저 우리를 해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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