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든 홍콩 경찰 맨몸으로 막은 ‘피스톨맨’…1989년 천안문 떠올리게 해

편집부
2019년 08월 28일 오후 5:42 업데이트: 2020년 11월 14일 오후 10:55

홍콩 경찰이 시위진압 작전에 실탄이 든 총으로 무장하고 물대포를 투입한 가운데, 맨몸으로 총구를 막아선 남성에 세계인의 눈길이 모였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겨눈 경찰 앞을 막아선 남성의 사진을 게재하며 “텐안먼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에는 홍콩의 한 사진 작가가 찍은 것으로 인위적으로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생생한 시위 현장이 날 것 그대로 담겼다.

경찰 앞을 막아선 남성은 반바지에 민소매 상의를 입은 간단한 차림이다. 한손에는 휴대전화와 다른 한손에는 비닐우산들고 경찰을 향해 뭔가를 외친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저들에게 쏘지 마라!”라는 외침이다. 남성의 뒤로 보이는 흐릿한 그림자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시위대다.

이날 시위는 이전 주 170만이 모였던 평화시위보다 한층 과격해진 양상이었다. 시위대는 쇠막대기로 무장하고 헬멧을 착용했다. 경찰은 진압봉과 방패를 들고 실탄이 든 총을 장착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정조준하는 홍콩 경찰과 이를 막아선 시민. 2019.8.25 | REUTERS/Tyrone=Yonhapnews(연합뉴스)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진압하는 홍콩 경찰. 2019.8.25 | REUTERS/Tyrone=Yonhapnews(연합뉴스)

췬안 지역에서 벌어진 진압작전에서, 경찰은 권총을 직접 시위대를 향해 겨누며 위협했다. 이날 홍콩 시위 발생 이후 처음으로 허공을 향한 실탄 경고 사격이 한 차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맨몸으로 총구를 막아선 남성에 대해서는 ‘피스톨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몇몇 SNS에서는 사진에는 “1989년 베이징 탱크맨이 2019년 홍콩 피스톨맨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 달렸다.

한 중국인 남성이 베이징 장안대로에 진입하는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이 남성은 ‘탱크맨’으로 불리며 천안문 사태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1989.6.5. | AP통신=연합뉴스

탱크맨은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공산당이 민주화 요구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보낸 장갑차를 홀로 막아선 남성을 가리킨다.

한편, 이날 피스톨맨은 사격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분노한 경찰의 발길질을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홍콩 경찰 대변인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이었다”며 “그 상황에서 무력 진압은 필요적절했다”고 논평해 비난여론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