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韓 전기차는 왜 중국서 보조금 못 받나…‘상호주의’ 적용해야”

이윤정
2022년 08월 19일 오후 4:44 업데이트: 2022년 08월 19일 오후 6:09

美 IRA 법으로 국산 전기차 미국 보조금 못 받아…타격 우려
中 전기버스, 정부 보조금 통한 저가 경쟁으로 국내 시장 잠식
文 정부, 상호주의 원칙마저 지키지 못한 결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기차 수출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미·중 정부와 즉각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며 특히 대(對)중국 전기차 수출에 대해 엄중한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8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산 전기차를 미국과 중국에 수출할 때 현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심각한 업계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리튬·니켈·코발트 같은 배터리 핵심 광물 소재의 40% 이상이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 추출·가공돼야 한다. 이 비중은 매년 10%씩 상향 조정돼 2026년에는 80%까지 늘어난다. 아울러 양극재·음극재·전해액 등 배터리 주요 부품 비율도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된 것으로 충족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소재와 생산지 요건을 강화한 것은 사실상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에서 채굴·가공된 소재·부품이 일정 비율 이하로 들어가야 한다.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내 생산 지원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8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해당 법안을 두고 “미국은 반도체 종주국의 위치를 강화하고 우호국과 전기차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자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자 한다”며 “멕시코와 전기차 핵심 부품 조립 및 공급 기반을 구축해 전기차 산업에서 대(對)중국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전기차 생산라인이 없는 현대·기아 자동차는 세액 공제 형태로 제공되는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96만 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권 원내대표는 정부를 향해 “한국산 전기차를 북미산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즉시 착수해달라”며 “피해가 예상되는 완성차 기업과 관련 부품업체에 대한 한시적 보조금이나 법인세 경감 등의 지원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직원이 전기버스에 충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중국산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을 통한 저가 경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국 정부에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을 요구하든지, 아니면 중국산 전기차 지급 보조금을 폐지하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전기차는 중국으로부터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중국산 전기차는 한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전기차 보급 목표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본적인 상호주의 원칙마저 지키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 물량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2017년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한 중국산 전기버스는 2018년에는 63대에 그쳤지만 2019년 143대, 2020년 343대, 지난해에는 480대로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자동차 신규 등록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산 전기상용차(버스·화물)는 국내에서 1351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59대보다 7.5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국산 전기버스는 상반기에만 436대를 판매해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48.7%)을 나타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대당 3억 원 중후반대인 국산 전기버스에 비해 중국산 전기버스는 대당 2억 원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산, 중국산 구분 없이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환경부의 ‘2022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전기승합차는 성능(전비·최대 주행가능 거리), 차량 규모를 고려해 중형 최대 5000만 원, 대형 최대 70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한다. 저상 버스의 경우 국토교통부 보조금 9200만 원도 받을 수 있다. 여기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도 중형 최대 5000만 원, 대형 최대 7000만 원 지원된다.

중국산 전기차가 우리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지원금을 챙기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잠식하는 사이에도 한국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주는 비관세 장벽을 세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전기버스 보조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기업 우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도 국내 업체 보호를 위해 관련 대응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중국산 전기차에도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적어도 지자체나 국토교통부 지원금은 중국산과 차별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