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장기이식 권위자들, 중국과 검은 거래 의혹

Matthew Robertson
2016년 08월 24일 오후 3:26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후 11:18

최근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국제장기이식 협회의 핵심 지도부 두 명이 장기간에 걸쳐 중국 장기이식센터와 검은 거래를 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독일 독립연구원 안 슈바르츠는, 금전적 이득을 위해 양심수들의 장기를 적출해 대량학살 혐의를 받는 일부 중국 병원들에 대한 조사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세계이식학회(TTS)의 두 전 현직 학회장이 중국 정부와 물밑 거래를 해왔다고 폭로했다.

호주 시드니 웨스트미드 병원의 제레미 채프먼 박사와 필립 오코널 박사는 각각 세계이식학회의 전 협회장(2008~2010)과 현 협회장(2014~)이다.

논쟁에 휩싸인 중국 장기이식 의사 밍잉쯔(明英姿) 박사(가운데)의 집도 사진. | 제3상아병원.湘雅三醫院

현재 채프먼 박사는 지난 18일 홍콩에서 열린 세계이식학회 비엔날레 컨퍼런스의 과학 프로그램 의장을 맡았으며, 중국 본토에서 인권 논란이 있던 의사들이 기록세탁을 하고 행사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검은 커넥션

2005년 이후, 시드니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웨스트미드 병원은 중국 중부지역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시 중난(中南)대학 부속 제3상아(湘雅)병원과 관계를 맺어왔다. 두 병원 사이의 관계는 초기엔 웨스트미드 병원 소속 핵심 연구원들이 교환 교수로 파견되는 수준이었지만, 2008년이 되면서 연구 표준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확장됐다. 또한, 2012년에는 채프먼 박사와 오코널 박사가 중난대학 부속 제2상아병원 포럼을 방문하기까지 했다.

제3상아병원 웹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월 중국 장기이식 시스템 개혁 포럼을 방문한 뒤 채프먼 박사와 오코널 박사는 중난대 부속 제3상아병원과 웨스트미드병원 사이 ‘의향서(LOI)’를 체결해, 양 병원이 정기 학문교류 컨퍼런스를 열고 교직원 교류 방문을 실시하며, 의료상담, 의학치료, 수술중계를 통한 원거리 교육 및 심도있는 연구를 실시했다.

(앞, 좌->우) 필립 오코널 박사와 제레미 채프먼 박사가 제3상아병원장 천팡핑 박사와 함께 2013년 11월 중국 창사시 제3상아병원에서 의향서에 서명하는 사진. | 중난대 부속 제3상아병원

2014년 당시 세계이식학회 회장이었던 오코널 박사가 10월 16일에 이종기관이식 컨퍼런스 참석차 출장을 가고, 그 이후 10월 27일에서 30일까지 제3상아병원 소속 14명 전공의가 웨스트미드 병원으로 파견감에 따라 두 병원 사이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 졌다.(이종기관이식은 다른 종들, 특히 동물과 인간 사이의 세포 또는 조직을 이식하는 수술방법을 의미한다.)

2014년에는 채프먼 박사와 제3상아병원장 천팡핑(陳方平) 박사는 웨스트미드 병원에서 회의를 거쳐, 2013년에 체결된 의향서의 보충계약을 체결했다. 새 계약서에는 ‘심도있는 연구를 위해 제3상아병원 간호사와 행정팀이 웨스트미드 병원을 방문하고’ 양 병원 사이의 ‘돈독한 협력을 추구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천팡핑 병원장과 채프먼 박사가 악수하는 사진은 지금도 제3상아병원 웹사이트에 실려 있다.

웨스트미드병원 소속 채프먼 박사와 제3상아병원 소속 천팡핑 박사가 2014년에 ‘보충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는 사진. | 중난대 제3상아병원

양 병원 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이서우난(Yi Shounan) 박사가 당시 이 회의에 귀빈으로 참석했다.

이종기관 이식

2004년 이후, 호주에서 실시되던 이종기관 이식 연구는 호주 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인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웨스트미드 병원 소속이자 오코널 박사의 후배였던 이서우난 상임 연구원은 제3상아병원과의 관계를 이용해 당시 호주에서 제한됐던 이종기관이식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제3상아병원 기록에 따르면, 이서우난 박사와 제3상아병원 사이의 첫 번째 계약은 이 박사가 제3상아병원 초빙교수로 역임됐던 2005년 5월부터 시작됐다.(심지어, 2012년에 이 박사는 초빙교수로 또 역임됐다.) 웨스트미드 병원 소속 웨인 호손 부교수는 3일간의 회의를 거쳐서 한 달 후인 2005년 6월에 그를 고용하기로 결심했다.

이서우난 박사는 제3상아병원의 이종기관이식 전문가였던 왕웨이 교수뿐만 아니라 오코널 박사와 호손 박사의 여러 차례 공동 간행물 발표를 포함, 이종기관이식 연구와 출간을 여러 해 지속했다.

2011년 제3상아병원에서 이서우난 박사는 호주에서 당시에 윤리적인 문제로 실행할 수 없었던 수익성 높은 연구를 진행했다. 인슐린 분비와 혈당 통제를 위해 돼지 태아의 판크레아제에서 추출한 피그섬세포를 당뇨병 환자 22명에게 주입한 것이다.

2016년 5월에 주요 중국 웹 사이트인 시나 재경(財經)에는 “중국 이종기관이식 시장은 수익성이 엄청나며, 1년에 약 1만 건의 사례 밖에 없다고 파악됐지만 실제로 수익은 10억 위안을 초과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시나 재경 기사에서, 이서우난 박사의 “중국 이종기관이식 산업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주었다”는 발언이 인용됐다.

하지만 이서우난 박사가 발표한 엄청난 논문들 중에서, 현재 이종기관이식과 관련된 논문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심지어, 2010년 이 박사는 제3상아병원 왕웨이 교수와 함께 관련 의료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서우난 박사는 논문 삭제에 대한 이유를 묻는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고 있다.

웨스트미드병원과 제3상아병원의 관계는 오코널 박사의 이종기관이식에 대한 출판물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채프먼 박사는 중국에서만 장기이식 관련 논문을 4차례나 발표했으며, 그 중 일부 논문은 중국 당국의 장기이식 관행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을 펼쳤다. 하지만, 채프먼 박사의 논문에서도 제3상아병원과의 관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채프먼 박사와 오코널 박사 역시 웨스트미드 병원과 제3상아병원 사이 유착관계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한 이메일에 답장하고 있지 않다.

이해관계 문제

호주 내에서는 할 수 없었던 수익성 높은 연구를 포함한 양 병원 사이의 유착관계 폭로에 실패하고, 세계이식학회가 중국 내에서 널리 퍼진 장기이식 문제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는 데 소극적이고 종종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자 언론들은 크게 곤란을 겪었다.

하지만 여러 언론에 관련 자료를 전달한 독일계 독립연구원 안 슈바르츠에 의해, 이 두 병원 사이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포함한 복잡한 유착관계 퍼즐이 전부 맞춰지게 됐다.

슈바르츠는 중국 내에서 장기이식수술 실험을 실시해 2010년 ‘수치의 전당(Hall of Shame)’에 오르기도 한 제약회사 로슈의 연구를 보도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해 동안 중국 내에서 발생한 장기이식 문제를 추적했다.

장기밀매 독립연구원 안 슈바르츠가 2012년 9월 독일 컨퍼런스에 참석한 사진. 슈바르츠는 한 중국 병원과 유명 외과의사들 사이의 유착관계를 폭로했다. | 에포크타임스

슈바르츠는 6월부터 세계이식학회가 연루된 이해충돌 문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독립연구원들의 약 700쪽 분량의 중국 장기이식 문제 보고서에 대한 채프만 박사의 비난성 발언을 보고 슈바르츠는 이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분량의 보고서는 2천 개가 넘는 각주가 포함됐으며, 각주 중 90%는 중국에 위치한 병원들의 웹사이트에서 발췌한 자료들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증거를 제시하며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중국의 장기이식수술 시스템이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이 보고서는 중국 장기이식산업에 대한 단일 최대 자료로 꼽히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인 데이비드 킬고어, 데이비드 메이터스, 에단 구트먼에 따르면, 매년 6만 건에서 10만 건 정도의 장기이식 수술이 중국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장기이식수술에서 사용되는 장기 중 대다수가 박해 받고 있는 파룬궁수련자들에게서 불법 적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프먼 박사는 ‘글로벌앤메일’지와의 인터뷰 중에 해당 보고서가 “장기공급처가 모두 파룬궁수련자”라고 지적한 점을 부인했다.

후난성 창사시 중난대학교 부속 제3상아병원. | hns5j.com

슈바르츠는 채프먼 박사의 이러한 발언을 보고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었고, 곧 중국 병원들과 채프먼의 관계를 직접 찾아보려고 결심하게 됐다. 그 결과 슈바르츠는 세간에 은폐된 유착과 이해관계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가 정리한 자료는 오직 중국어로만 확인할 수 있었으며 영어로 보고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웨스트미드 병원 웹사이트에 게시되지 못했다.

채프먼 박사의 동료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크게 놀랐다. 세계이식학회 사외이사로 중국 내 장기이식문제에 세계이식학회가 느슨한 태도를 취한 점을 강하게 비판한 제이콥 라비 박사는 “세계이식학회 윤리위원회에 지금까지 이러한 유착관계가 보고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슈바르츠는 “세계이식학회 전 현직 대표들은 국제 장기이식 커뮤니티가 중국 내 비윤리적 장기이식 시스템을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

(좌->우) 2016년 6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중국 내 장기이식문제를 지적한 최신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데이비드 킬고어, 데이비드 메이터스, 에단 구트먼의 사진. | NTD TV

그는 또, “채프먼 박사와 오코널 박사가 중국 장기이식문제에 대해 내린 판단들이 이해관계로 인해 왜곡됐다면, 더 이상 그들과 관련된 자료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사를 진행해가면서 슈바르츠는 고수익 임상실험 환자들, 공동연구프로젝트, 협동 의향서, 비공개회의 등 의심스러웠던 사항들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슈바르츠는 “와, 채프먼이 킬고어, 메이터스, 구트먼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고 왜 화를 냈는지 알겠다”고 비꼬듯이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일부 사례에서 이종기관 이식 연구가 제3상아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중요 장기이식 문제들 중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하루에 7건씩 발생하는 장기이식 수술

창사시는 중국 내에서 비교적 개발이 덜 된 도시지만 중난대 부속병원인 상아병원, 제2상아병원, 제3상아병원이 들어서 있다.

제3상아병원은 고도로 산업화된 장기이식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제3상아병원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장기이식수술 산업이 매우 빠르게 발전했던 2001년에 중국 당국은 1억 위안(약 170억 원)을 투자해 창사시에 병상 150개가 들어가는 장기이식센터를 설립했다. 그 이후 제3상아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역 최고 수준으로 급부상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개발이 시작된 시점부터 장기이식용 장기의 주 공급처로 지목되는 교수형 사형수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즉, 장기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제3상아병원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병원은 장기이식기술 전문 ‘국립연구기관’으로 빠르게 급부상했고, 현재 고체장기이식(신장, 심장, 폐, 간, 창자) 수술을 대량으로 진행하고 있다. ‘파룬궁박해 추적조사 국제기구(WOIPFG)’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최고 장기이식 책임자인 황제푸가 방문하는 날이면 제3상아병원은 하루에 7건의 장기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현재 이 정보는 제3상아병원 웹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

슈바르츠는 “황제푸가 기념행사차 방문하는 날이면 제3상아병원에선 하루에 7건의 장기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 정도 규모의 장기이식 수술이 이뤄지려면 살아있는 대기자들이 없이 가능했겠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심스러운 기록들

중국 언론들에 의해 장기이식 분야의 신흥 강자로 인정받았던 장기이식 전문가 밍잉쯔(제3상아병원 소속)는 장기이식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제3상아병원 웹사이트에 올라온 밍잉쯔의 화려한 2014년 이력에 따르면, 밍의 연구팀은 여러 해 동안 약 1천 건의 고체장기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밍잉쯔를 취재한 한 신문기자가 “밍잉쯔는 등에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지고 중국 각지에서 장기를 공수해왔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중국 내 장기이식 수술의 실체를 고려해보면 거의 모든 장기들이 주문식 장기이식 수술의 희생양이 된 양심수들로부터 얻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밍잉쯔의 2009년 대만 방문 당시, 그녀를 ‘구원자’로 찬양하던 그녀의 환자들이 대형 간담회를 열었다. 밍잉쯔의 프로필에 따르면, 그녀는 개인적으로만 500건의 신장 이식과 200건의 간 이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밍잉쯔는 환자 한 명당 신장 가격을 15만 위안(약 2,500만 원) 받은 혐의로 중국 당국에 기소된 상태다. 지역 언론사에 따르면, 밍잉쯔의 변호사는 법원에서 신장 이식 대가로 돈을 받았지만 영수증은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또한, 밍잉쯔는 자신이 받은 돈 중 일부를 적십자회와 지역별 장기 조달기관에 넘겼다고 밝혔다.

원고 측 변호사인 장자쑹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밍잉쯔가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게다가 증거를 남기지 않았기에 구체적으로 어느 장기조달기관에게 돈을 건냈는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밍잉쯔의 진술 중 오코널 박사와 채프먼 박사와의 관련성은 보이지 않지만, 제3상아병원 웹사이트에 게시된 밍잉쯔의 이력에 따르면 세 의사 사이의 연관 관계를 알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오코널 박사와 채프먼 박사가 2014년에 창사시를 떠나면서 밍잉쯔에게 “최고”라는 찬사와 함께 “연구 실적이 엄청나군요! 중국 장기이식전문가의 새 시대를 열어줄 선도자가 되길 희망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웨스트미드 병원과 제3상아병원 사이에서 채프먼 박사와 오코널 박사를 통해 맺어진 유착 의혹에 웨스트미드 병원측은 현재 묵묵부답인 상태이며, 웹사이트 상에도 특별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본지는 웨스트미드 병원과 제3상아병원에서 체결된 계약서 사본을 요청함과 동시에 병원간 관계의 적합성을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웨스트미드 병원(시드니 서부 보건부 소속) 선임 상담 전문가 엠마 스필렛은 “문의 감사드립니다. 가능한 빠르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겼다.

하지만 3시간 만에 돌아온 답장은 “시드니 서부 보건부는 이 사안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항이 없습니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