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상사태 선언 늦추자” 시진핑 요청, 왜 나왔을까

한동훈
2020년 05월 12일 오후 4:42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15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 선언을 늦춰달라고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9일 기사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이러한 보도의 근거로 독일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부(BND) 문서를 인용했다.

전화 통화는 1월 21일 이뤄졌다. 전날 중국 국가보건위원회가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를 방송(CCTV)에 내보내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고 한 다음 날이었다.

WHO는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인정하고서도 시진핑의 요구에 따랐다.

1월 22일 WHO 중국 주재 사무소는 “최근 상황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고, 신경보는 이날 WHO 전문가팀이 우한 현지 전문가들과 만났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23일 WHO는 비상 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제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논의했으나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선포를 미뤘다.

이날 우한시는 도시 전체를 봉쇄했지만, WHO 사무총장은 “중국 여행 제한은 불필요한 조치”라며 국제사회의 불안감 잠재우기에 애썼다.

그러다 일주일 뒤인 1월 30일 WHO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그 사이 중국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감염자가 늘어났다. WHO 사무총장은 “중국을 불신하는 행동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팬데믹 선언은 3월 11일에야 이뤄졌다. 이미 세계 많은 국가에서 신종코로나가 확산된 뒤였다. 그러나 전날 시진핑은 우한에서 “방역의 인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독일 연방정보부는 WHO가 시진핑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방역 시기를 최소 4주 이상 놓쳤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WHO는 이번 보도를 나란히 부인하고 나섰다.

WHO는 10일 공식트위터를 통해 “1월 21일에 시진핑과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전화 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지도자는 1월 21일 WHO 사무총장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슈피겔의 보도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일 것이라는 게 중화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재미 중국 정치평론가 톈위안(田園) 박사는 “독일 연방정보부가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본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가 매년 중국을 방문해 우호 관계를 다지며 중국과 경제교역을 강화해 온 독일이 외교적 이득이 하나도 없는 정보를 흘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톈위안 박사는 “확실한 근거 없이 서방에서 이런 정보를 내놓으면 중국과 외교 분쟁만 일으킬 뿐”이라며 “독일이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확신할만한) 정보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총서기가 비상사태 선언을 늦추자고 한 이유에 대해 “은폐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텐위안 박사는 “그게 공산주의식 관행”이라며 “중국공산당 통치시스템 자체가 미루고 감추다 어물쩍 넘어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에포크타임스 홍콩판 논설위원인 정하오창(鄭浩昌)은 개인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중국공산당 구성원으로의 대응으로 봤다.

정하오창은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받은 구성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비상식적인 판단을 내린다. 팬데믹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정지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에서 발행한 논평집 ‘공산주의 최종목적’을 언급하며 “공산주의는 인류 파멸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포크타임스 논평집 ‘공산주의 최종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