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7년만에 최고치…이달말 국내 기름값 오를 듯

한동훈
2022년 02월 4일 오전 11:53 업데이트: 2022년 02월 4일 오전 11:53

국제유가가 원유 공급 부족 우려의 여파로 전날에 이어 7년 만에 최고 가격을 갱신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더해지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 선물가격은 전날 대비 2.01달러(2.28%) 상승한 배럴당 90.27달러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올랐다. 2020년 5월 이후 월간 상승폭이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4월물 선물 가격도 1.52달러(1.70%) 상승한 90.99달러로 집계됐다. 전날 장중 한때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었는데 이날 90달러 선을 돌파하며 마감한 것이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원인으로는 원유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거론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됐던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늘고 있지만, 산유국들은 원유 가격 폭락을 우려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정례 회의에서 하루 40만 배럴씩 늘리는 ‘완만한’ 증산 방침을 3월에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OPEC+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위축에 따라, 원유 생산량을 하루 580만 배럴씩 줄였다.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수요가 늘자, 지난해 8월부터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원유 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해왔다.

미국과 인도 등 에너지 수입국들은 세계적 유가 압박을 해소해야 한다며 증산량 확대를 요구했지만, OPEC+는 경기 회복세가 불확실하다며 급격한 증산은 불가하다고 맞서왔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등 나토 동맹국 사이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의 주요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서방 진영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될 경우 에너지 대란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의 세계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라타샤 커니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이 격화되면 국제유가가 최고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2~3주 후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2월 중 휘발유·경유 가격이 치솟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