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치솟는데 환율마저 상승…물가 비상

이윤정
2022년 02월 2일 오후 3:53 업데이트: 2022년 02월 2일 오후 5:56

유가·환율 동반 상승은 이례적
체감 유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
원/달러 환율 1200원대…하락세 지속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국내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중동 지역 분쟁 이슈 등의 영향으로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 1월 27일 배럴당 87.80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이처럼 오른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2월 2일 한국 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은 1월 28일 기준 배럴당 87.58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05.5원이므로 달러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면 배럴당 가격은 10만5577원이 된다. 체감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셈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유가의 영향을 직접 받기도 하지만, 물류비 등의 상승으로 인해 원가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는 이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 기준연료비를 4월과 10월에 킬로와트시(kWh)당 4.9원씩 인상해 총 9.8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지난해보다 5.6%가량 올라 주택용 4인 가구(월 평균사용량 304kWh) 기준으로 월 195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같은 날 한국가스공사도 “2022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적용되는 원료비 정산단가를 세 차례에 걸쳐 지금보다 메가줄(MJ)당 2.3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체 가구 월평균 사용량 2000MJ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2만8450원인 가스 요금은 오는 10월 이후 3만3050원으로, 4600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의 기반이 되는 원료인 전기와 가스 요금이 인상되면 최종 재화의 원가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연료비 연동제(연료비 증감에 따른 원가변동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천연가스 등의 가격이 계속 인상되면 전기, 가스 요금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지난 1월 18일 발표한 ‘최근 원화 약세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높은 중국경제 의존도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지난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물가지수(CPI)가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기조의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 속도를 앞당길 것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추가로 단행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한미 통화 스와프(두 국가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외화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맞거래) 계약이 종료된 데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원/달러 환율은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새해 들어서도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지속하며 1년 6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2월 2일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03원을 넘어섰다.

유가·환율 동반 상승이라는 이례적인 악재는 결국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1월 마지막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1주일 만에 18.9원 오른 ℓ당 1651.0원이었다. 유가 상승 폭에 환율 변수까지 합치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이 1월 24일 발표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밥상물가와 교통물가는 각각 5.9%, 6.3% 상승했다. 설 연휴 이후 가공식품 등의 가격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밥상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각종 생산품의 원재료 성격을 갖는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